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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y 26. 2020

일상이 길들인 의식주(意識主) 운동

- 의식은 남 말고 내 몸에 하는 것, 내몸 의식 = 주인 의식 -

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다가 동적인 자세로 헤까닥 바꾸기란 참 쉽지 않다. 누누이 말하지만 그럴 때 몸은 거대한 산을 움직이는 것만 같다. 사무실에서 의자왕으로 군림하던 가락이 있어 권력을 쉬이 내려놓질 못한다. ‘운동해야지!’ 라는 must가 접수되는 순간 뇌는 반항기를 부린다. ‘공부 좀 해 볼까’ 하고 생각하던 학생에게 ‘공부 좀 해’ 하고 초치는 격이다.


운동이 일상생활에서 은근슬쩍 묻어나오면 몸이 스르르 풀린다. 마음도 눈 녹듯이 한다. 시식으로 맛 좀 보다 통째로 하나를 사게 되는 것처럼, 수영장에 뛰어들기 전에 준비운동 하는 것처럼 주인공보다 들러리일 때 부담감이 덜하다.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건너뛸 수 없게 만든다. 시간이 나질 않아 운동을 못했느니 자책할 일도 없다. 작은 움직임은 뭔가를 했다는 안도감을 준다. 여유 있을 땐 운동 본론까지 다리 놓아준다. 


난 1+1에 약한 사람이다. 마트에서 마음에도 없던 물건이 뭔가 덕지덕지 뒤집어쓰고 있을 땐 지나치기가 어렵다. 하나 지불하고 하나 받는 것엔 야박하면서 덤이 있을 땐 내적동기에 성취감까지 들러붙는다. 이 분위기로 일상에 운동을 붙인다. 매일이 1+1 행사 날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1. 양치질엔 스쿼트

윗니, 아랫니의 삼면을 닦는 동안 스쿼트를 한다. 천천히 내려앉아 허벅지에 강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깊게 내려앉아 엉덩이에 자극을 주기도 한다. 차별받는 치아 하나 없이 공정한 양치질 효과까지 불러온다.


2. 머리감을 땐 버티기 스쿼트

머리카락을 버드나무처럼 하고 와이드 스쿼트 자세로 버틴다. 샴푸질과 헹굼질 할 때 일어나도 된다.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일어서면 본래 그 동작이 스쿼트이니 밑지고 억울할 것도 없다. 잘 하는 짓이다.


3. 머리 말릴 땐 척추기립근과 햄스트링

상체와 하체를 90도로 한다. 등과 다리를 꼿꼿이 편다. 허리 강화인 동시에 햄스트링(다리 뒷면)까지 스트레칭 한다. 드라이기는 머리카락 말리는 용도로만 사용하기에 이 자세가 제격이다.


4. 물건 집을 땐 런지와 스쿼트

높은 곳 물건을 꺼낼 땐 접이식 의자에 한 발 딛고 올라서서 런지를 한다. 디딘 다리와 뻗은 다리, 허벅지와 엉덩이 모두 자극된다. 낮은 곳 물건은 와이드 스쿼트로 들어올린다(장 볼 때 물건 담는 부피도 커지고 있다).


5. 신발 신을 땐 햄스트링 스트레칭

신발 신을 때 두 다리를 편 상태에서 한쪽 다리씩 번갈아 구부린다(벤딩 동작). 마무리는 두 다리 뻗은 상태에서 두 손바닥을 바닥에 닿는 만큼 늘어뜨리고 유지한다.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이걸 건너뛰는 셈이다. 


6. 평지 아닌 곳은 계단 오르기

전철역이나 건물에서는 계단 오르기를 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서운하게 만든다. 허리를 편 상태로 45도 숙이고 계단에 발꿈치부터 대고 올라간다. 이 자세가 런지 동작이다. 출근 덕에 19층까지 런지를 한다.


7. 빨래할 땐 스쿼트와 등 운동

세탁기 속에 빨래 넣을 땐 와이드 스쿼트로 버틴다. 3단 건조대에 빨래를 널 땐 스쿼트와 등 운동을 한다. 바닥에서 빨래를 부여잡고 등과 다리가 90도를 이루다가 180도로 펴지면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8. 설거지 할 땐 하체로 링 조이기

필라테스링(플라스틱 원형 테두리)을 다리 사이에 끼운다. 물 튈까 무서워 엉덩이가 뒤로 물러서는 일이 없다. 허벅지에 힘도 들어간다. 설거지하는 동안 손과 배, 하체의 하모니가 펼쳐진다. 


 9. 화장할 때와 지울 땐 마사지

화장할 땐 손짜장 면발 다루듯 손으로 얼굴근육을 치댄다. 오두방정 소리를 내며. 화장 지울 땐 3분 동안 얼굴 구석구석을 문댄다(동안 되는 느낌이다). 피부와 표정도 탄력 받지만 ‘접촉성 아이디어’까지 발산한다. 


10. 잠들기 전엔 복식호흡

소등하고 누운 상태에서 손바닥을 갈비뼈와 배꼽 사이에 갖다 댄다. 하루를 떠올리며 들이마신다. 배가 불룩해진다. 후~하고 감사를 길게 내뱉는다. 뱃가죽과 등가죽이 만나도록. 하다 잠들어 몇 개까지는 알 길이 없다. 




그밖에 소소한 운동이 더 있지만 계속 열거했다간 일상이 본업처럼 보일까봐 이쯤에서 거둔다. 이왕 움직일 바엔 몸을 가꾸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에 분칠하듯이 몸도 화장하는 셈이다. 각 동작이 숙지되어야 일상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동작의 원리를 알아야 다치지 않고 감각을 느껴야 짜릿함이 있다.  


운동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1+1으로 일거리 만났다고 할 수도 있겠다. 스트레스 증폭 여부는 나의 성향과 운동단계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나야 워낙 일타쌍피를 내 몸 속 피만큼 여기는 사람인지라. 헌데, 나도 예외적일 때가 있다. 투두리스트 다음 장면이나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들어앉으면 몸이 뇌에게 양보한다. 


내 몸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면, 내게 주인노릇 할 수 있다. 몸의 의식은 삶의 주인의식을 부른다. 일상생활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이다. 누구나 하는 행동이다. 어차피 할 움직임에 바른 자세 의식하니 마음까지 선량해지는 것 같다. ‘의식’이란 날 보라고 있는 거지, 남과 비교해 보라는 건 아니니까.  


우스개 소리로 “난 머리 쓰는 건 못해도 몸 쓰는 건 잘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몸을 쓸 줄 알면 다른 일도 쓸 수 있다. 내 몸의 원리를 알면 다른 일도 컨트롤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몸과 의식이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주인장의 세력도 확장되는 법이다.


일상(1상)을 다스리면 이상(2상)도 생기고 세상(3상)과도 소통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고 했다.

만약 “어떻게 몸이 변하니?”라고 했다면 

양희은 성대모사로 “운동이 뭐니?, 아~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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