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뛰기, 러닝, 마라톤
풀코스까지 뛸 생각이 전혀 없어요.
하프 정도도 제겐 비현실적인 거리예요.
어쩌다 뛰기 시작한 내게 지인이 물었다.
에이 그럴 일 없어요. 5km 뛰기도 버거운데 풀코스라뇨~
최대 21km 하프 정도만 뛸 생각이에요.
풀코스까지 뛸 생각이 전혀 없어요.
너무 과해요.
그렇게 1년이 흘렀다.
달리기 시작한 지 1년째 되는 올해 3월, 서울 동아마라톤 대회 10km에 출전 58분 완주했고,
4월에 서울 하프 마라톤 대회 21km에 출전 2시간 19분으로 연이어 완주했다.
인생에 단 한 번도 달리기를 좋아했던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대선배인 손기정 옹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강제?로 뛰던 교내 마라톤 대회 외에는 이렇게 길게 뛰어본 적이 없었다.
참으로 낯선 상황이다.
달리기 입문을 하고 갓 5km를 겨우 뛰던 시절,
'하프 이상 뛸 생각이 전혀 없다'는 내 답은 거짓 없이 순수하고 진지했다.
현실은
단군이래 최장 기간 폭염이 지속되는 8월,
42.195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숨이 턱밑까지 차고 올라 헐떡거리며
인터벌 훈련을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폭염의 열기와 80%에 육박한 습도로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몸이 땀으로 씻겨 나가고 오히려 개운함? 이 맞이해 준다.
통증이 있지만 아프지 않고 덥지만 상쾌하고
숨이 차지만 가뿐함이 몰려온다.
그렇다.
달리기에 스며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