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필수적인 칼질이 맛을 내기 위한 조건
요리에 있어 칼질은 숙명이다. 재료를 절단하고 변형하는 일이 간단치는 않았다. 그냥 칼로 썰면 되는 줄 알았다. 요리가 어렵지, 칼질 자체가 어려울까 싶었다. 칼은 요리학원에서 처음 잡는 법을 배웠다. 단순히 손잡이만 움켜 잡는 게 아니었다. 칼등으로 검지 힘을 실어야 했던 것이다.
요리와 관련한 칼질 하면 일본이 먼저 떠오른다. 회를 즐기는 나라답게 회 뜨는 칼이 번득였다. 요리 문화를 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으로 볼 수 있다. 흔히 중국은 불맛, 일본은 칼맛, 한국은 손맛이라고 한다. 그만큼 칼질은 일본이 가장 정확하고 예리하다.
반면 중국은 두터운 칼질을 자랑한다. 야채나 고기를 다질 때 보면 높이가 있는 두툼한 칼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모든 식재료가 즐비하고, 없는 요리가 없는 대국다운 칼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더라도 일본의 사무라이 칼과 중국의 도끼칼이 대비된다. 역시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중간쯤이다.
우리의 식칼은 높이도 적당하고 날카로움도 알맞다. 찌개나 국에는 날카로운 칼질이 필요 없고, 볶음이나 조림에도 두툼한 다지기 칼질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김치 담을 때 배추 손질은 오히려 중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한국식이다. 대략적인 날림만 하는 칼질이면 된다.
젓가락 길이도 대비된다. 중국은 튀김 요리에 맞게 길고, 일본은 스시와 우동을 즐겨먹기에 짧은 반면 우리는 딱 중간이다. 얼마나 한식이 중용의 문화를 갖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한식의 맛이 아주 적절한 위치를 차지한 이유다. 느끼하지도 그렇다고 까다로워야 할 필요도 없다.
칼질은 요리하는 사람의 자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취사병 출신들은 칼질이 뛰어나다.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칼질이 현란하다. 먹방이 대세인 tv에선 연예인들이나 셰프의 칼질이 주목을 받기도 한다. 호텔 주방장들의 과일 칼질은 예술의 경지까지 넘나 든다.
칼질은 메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오징어 손질 때 내는 칼집은 회 뜨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회칼질은 아니다. 계란말이 할 때 야채 다지는 칼 놀림은 작은 작두를 연상케 한다. 칼끝 꼭짓점을 축으로 가볍게 빨리 놀려준다. 잡채 만들 때 채썰기 칼질은 경험된 맛의 순서대로 리듬을 탄다.
국이나 찌개 끓일 때 대파, 양파, 홍고추 채썰기, 찜이나 볶음요리할 때 깍둑썰기, 마늘을 다질 때 칼자루 뒷면 찢기, 묵이나 두부와 같은 연한 재료 절단하기, 고기 손질할 때 집중해서 확실하게 썰기, 계란말이나 김밥 썰 때 하는 날카로운 칼질까지 칼의 놀림은 요리 기술의 전형이다.
칼의 형태와 의미도 다양하다. 둥근 칼과 직선 칼, 가벼운 칼과 무거운 칼, 날 높이가 낮은 칼과 높은 칼 등이 그렇다. 때로는 칼로 물 베기 할 때도 있고, 칼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칼날은 이중의 잣대도 갖고 있다. 잘 쓰면 요리가 되지만, 잘못 쓰면 흉기가 된다. 근육질 남자의 요리 칼질은 행위의 가성비에 의문을 주기도 한다.
칼질을 하다 보면 섬뜩할 때가 있다. 요리 6년 차로서 벤 적은 아직 없지만, 아찔할 때가 몇 번 있었다. 손톱만 날아갈 때도 있었고, 칼을 바닥에 떨어뜨려 발등을 향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칼날 쪽이 아니라서 타박상만 입었다. 칼 가는 법도 별도로 익혀두어야 한다.
칼질은 요리에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맛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칼질은 요리의 경력을 보여주지만, 맛의 출처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 맛은 현란한 칼질보다는, 정숙한 칼 놀림이 요구된다. 오랜 요리 경력의 장모님도 칼질은 능숙하지만, 맛을 위한 인내와 정성에는 힘에 부친다.
칼질은 요리로 가는 관문이다. 칼을 다루는 솜씨는 요리의 경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칼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해서 요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의 맛은 더욱 그렇다. 미각을 춤추게 하는 것은 사랑과 정성이다. 칼질은 재료를 베지만, 사랑은 맛을 배게 한다. 마음질 기술부터 쌓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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