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재혼

by 이순미
새엄마와 아버지와 나, 1959

아버지는 내 뒤에 걸터앉아 있고, 새엄마는 앉아 있다. 나는 의자 팔걸이에 앉혀져 오른 다리는 새엄마 왼쪽 허벅지를 지나 두 다리사이에 얹혀 있고, 약간 어색하고 멍한 상태. 왼쪽 손은 아버지 오른 다리 앞에서 아버지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아버지는 내 딸을 당신의 딸로 여겨주라는 심정인 듯하다. 새엄마는 두 손을 아랫배 두 허벅지 사이에 깍지 끼고 있다. 새엄마는 아직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



새엄마와 나, 양림동, 1960.

비단옷을 차려입은 새엄마 뒤에 배불뚝이에 맨발로 뚱하니 서있는 나.



새엄마, 할머니, 나, 서석국민학교 5학년 영언, 서중학교 교복을 입은 철언, 서중학교 교사 두 분, 아마도 철언의 서중학교 입학식날, 1960년 4월 1일.

할머니 오른쪽에 두 남자 중 한 사람은 담임선생님일 듯. 오른쪽 남자의 표정은 '조강지처 쫓아내고 재혼한 새 부인은 만삭이네. 애들은 이미 줄줄이 있다던데, 골치 아픈 집일세' 나는 할머니 앞에서 영언오빠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 입은 삐죽. 새엄마는 가족들과 좀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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