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영실이 사준 라면

다음 날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영실은 곧장 ‘역과’로 향했다.

어제 술집에서 헤어질 때 정태와 승길은 “조금 더 마시고 간다”며 기어이 집에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과 문을 열자, 어제의 예감은 정확했다. 두 사람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코를 골고 있었다.
방 안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 그리고 식은 컵라면 냄새로 뒤섞여 있었다. 빈 소주병이 세어볼 틈도 없이 굴러다녔다.

영실은 창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밀려들며 먼지가 흩날렸다.

“형들 정말… 어제 또 이랬구나.”
그는 묵묵히 테이블을 정리했다. 잠시 후, 승길이 먼저 눈을 떴다.

“영실이 왔구나.”
“어제 또 여기서 술 마셨어요? 형은 수업 안 가요?”
“가야지. 좀 이따.”

그때 정태가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아… 속 쓰려. 영실아, 돈 있냐?”
“저요? 천 원밖에 없어요.”
“그럼 밥 먹으러 가자.”
“아니, 천 원으로 어떻게 밥을 먹어요. 저는 과 선배들한테 얻어먹을 거예요.”
“야, 천 원이면 충분해. 세 명이 먹을 수 있어.”

정태는 기운 없이 웃으며 문을 나섰다.
“이게 바로 생활의 혁명이야.”

세 사람은 학생회관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라 학생들로 북적였다.

정태가 익숙하게 말했다.
“영실이는 라면 받아오고, 승길이는 공깃밥. 라면 국물은 많이 달라고 해. 김치도 좀 얻어오고.”
“형은 뭐 하실 건데요?”
“형은 87학번이야. 이제 움직일 나이는 지났지.”

결국 라면 한 개와 공깃밥 한 개, 그것이 세 사람의 점심이었다.

정태는 라면을 식판에 덜어 먹으며 감탄했다.
“야, 맛있다. 여긴 진라면이라 맛이 깊어. 매점 라면보다 낫지?”
영실이 젓가락으로 면을 집으며 웃었다.
“여긴 한 그릇씩 끓이니까 꼬들꼬들하네요. 매점은 한 솥에 여러 개 끓여서 면이 다 불던데.”

승길이 라면 국물을 들이키려 하자 정태가 손을 뻗었다.
“안 돼! 국물 마시면 밥을 못 말아. 밥을 말아야지. 영실아, 공깃밥 넣어.”

영실은 시키는 대로 밥을 넣었다. 국물은 점점 진한 죽처럼 변했다.

“승길아, 한 공기 더 타와.”
“더 달라 하면 줘요?”
“야, 형이 여기 몇 년째 밥 먹었는데, 준다니까.”

잠시 후, 승길이 공깃밥을 들고 돌아왔다. 정태는 그 밥도 라면 국물에 말았다.
“이번엔 네 차례야, 영실아.”
영실은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돈 낸 사람이 제일 부려먹히네.”
그래도 그는 결국 밥을 받아왔다. 정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라면 국물 하나에 공깃밥 세 개. 이게 바로 경제학이야. 세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영실이 웃으며 물었다.
“형들은 왜 이렇게 돈이 없어요? 우리 과 선배들은 항상 밥 사주던데.”

정태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건 아직 네가 진짜 고대를 몰라서 그래. 진짜 고대의 정(情)은, 후배가 선배를 사주는 거야.”

영실은 한참을 웃었다.
“형, 그건 그냥 무전취식이잖아요.”
정태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정은 남잖아.”

셋은 그렇게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다.


식당의 소음, 수저 부딪히는 소리, 김치 냄새.

그 속에서 그들은 배를 채우며, 서툴지만 확실한 청춘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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