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단무지 더 주세요!

영실이 유치장에 갇힌 지도 어느덧 3~4일째였다. 면회 오는 사람은 점점 줄었고, 빵과 우유 같은 외부 음식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는 유치장에서 제공하는 도시락만 먹어야 했다. 도시락은 꽁보리밥에 마늘장아찌 여섯 개, 단무지 네 개. 딱 그게 전부였다.

“밖에 나가서 치킨 먹고 싶다. 삼성통닭에 생맥 한 잔이면 딱인데.”
“난 바나나 우유... 그게 제일 땡긴다.”
“유치장 밥 너무 부실해.”

배고픔에 지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공대 학생회장 대영이 나섰다.

“저기, 경찰 아저씨. 우리 도시락이 너무 부실한데요. 조금만 더 좋은 걸로 줄 수는 없나요?”

“야, 이놈들아. 누가 데모하래? 공부는 안 하고 유치장 들어와서 밥 타령이냐? 우린 도시락에 관여 안 해. 식당 아저씨한테 직접 얘기해.”


학생들은 회의를 열었다.
“식당 아저씨 오시면 요구사항 말할 대표를 뽑자.”
“신입생을 시키는 게 낫겠지? 불쌍해 보이면 뭐라도 더 줄지 몰라.”
“좋은 생각이다.”

“신입생 손 들어봐.”

영실과 준일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둘 다 나와서 자기소개해봐.”

먼저 준일이 자신 있게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신방과 93학번 김준일입니다. 어제 똥 사건은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유치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영실은 숨을 고르며 작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기계공학과 93학번 임영실입니다.”

“안 들려~ 크게 좀 말해!”
“영실이 FM 시켜야겠다!”

선배들의 놀림에 얼굴이 벌게진 영실. 대영이 나서서 조용히 말했다.
“영실이가 좀 소심하니까, 오히려 불쌍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식당 아저씨 마음이 움직일지 몰라.”

“좋네. 그럼 영실이 시키자.”

“아니에요! 저 그런 거 못 해요.”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영실은 대표로 뽑혀버렸다.


저녁이 되었다. 식당 아저씨가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다. 주변 선배들이 영실의 옆구리를 찔렀다.

“지금이야. 빨리 말해.”

영실은 입술을 깨물고 일어섰다.

“저기요, 아저씨...”

식당 아저씨가 눈썹을 찌푸렸다.
“왜, 학생? 무슨 일 있어?”

“그게... 단무지 두 개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반찬이 모자라서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저씨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학생, 단무지를 더 달라고? 이 도시락 원가가 얼만 줄 알아? 한 개에 430원이야. 납품하면 국가에서 550원 줘. 남는 게 120원. 그런데 단무지 두 개 더 달라고?”

아저씨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너희 고대생이라며? 단무지 더 먹고 싶으면 데모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법을 바꿔서 우리 같은 사람들 잘 살게 해 봐! 데모한다고 세상이 바뀌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탁자 위에 던졌다.
“오늘 도시락 30개 갖다 줘서 내가 버는 게 3,600원이야. 그런데 단무지를 더 달라고? 이 녀석들아!”

유치장은 고요해졌다. 아저씨의 구두가 쿵쿵 울리며 멀어졌다.

영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주변에서 킥킥대는 웃음이 들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영실은 벽에 기대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단무지는... 함부로 더 달라고 하면 안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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