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양수역으로 떠나는 열차

행사 전날 밤, 영실은 자전거를 꼼꼼히 점검했다.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고, 체인을 닦고, 가방에는 물, 초콜릿, 에너지바, 간단한 구급약까지 챙겨 넣었다.

‘혹시 낙오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끝까지 가야지.’

그는 평소보다 더 진지한 얼굴로 준비를 마쳤다. 모든 게 작은 전쟁을 앞둔 병사의 모습 같았다.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집 안은 고요했고, 창문 밖으로는 희미한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영실은 미리 데워둔 삶은 달걀 하나와 바나나를 먹고,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숨결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흘러들었다. 한적한 도로 위에서 페달을 밟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자전거족들이 출근길 노동자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실은 그들과 나란히 섰다. 같은 목적지를 향하지만,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공휴일 새벽, 지하철 마지막 칸은 자전거로 가득했다. 영실은 자전거를 벽 쪽에 세워두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들 각자의 이유로 이 새벽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열차가 역을 지날 때마다 새로운 자전거들이 계속 들어왔다.

산뜻한 로드바이크, 오래된 MTB, 그리고 생활용 자전거까지—
그들의 눈빛에는 같은 결의가 있었다.

‘오늘, 우리는 달린다.’


어느 순간, 열차 안은 묘한 열기로 가득 찼다.
누군가의 땀 냄새와 타이어 고무 냄새, 그리고 에너지음료의 달콤한 향이 섞였다.
영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열기가 낯설지 않았다.


눈을 감자,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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