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타바 선배들

[추억의 가평 MT]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실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왜 이 MT에 참여했을까?’

차창에 스치는 풍경이 물처럼 흘러갔다. 영실은 자신에게 대답을 구했다.

‘그래, 나이 쉰이 돼서야 이제야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거였지. 그런데 왜 이렇게 어색할까. 마치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기분이야.’

조용히 생각이 이어졌다.

‘아냐, 이건 당연한 거야.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는 다르게 살기로 했으니까.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계속 똑같이 살 수는 없잖아. 앞으로의 10년은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보는 시간으로 살고 싶었지. 이 MT도, 자전거도, 모두 그 시도의 일부였던 거야.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계속 해볼 거야. 이건 내 인생의 전환점이니까.’

영실은 비로소 마음속의 대답을 얻었다.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 다시 가평을 찾았던 이유.
그 모든 건 새로운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아 맞다, 닭갈비!’

문득 아내의 부탁이 떠올랐다.

‘나만 신나게 놀았구나. 애들은 공부하고 있을 텐데… 맛있는 거라도 사가야지.’

영실은 닭갈비 맛집에 들러 포장 주문을 했다.

그날 저녁, 식탁 위엔 닭갈비 냄새가 퍼졌다.

“얘들아, 아빠가 닭갈비 사 왔다~ 저녁 먹자.”

“진짜? 아싸~!”

딸들이 방에서 뛰쳐나왔다.

“아빠, MT 재밌었어요?”

“음~ 너무 재밌었지. 계곡에서 다이빙도 하고, 고기도 구워 먹고.”

“엄마, 아빠가 다이빙했다대요.”

“여보, 그러다 다치면 어떡해요?”

“괜찮아. 구명조끼 입고 안전하게 했어.”

“아빠, 이거 진짜 맛있어요. 어디서 샀어요?”

“오는 길에 맛집 있더라고. 많이 먹어.”

“당신은요?”

“난 이미 배불러. 거기서 많이 먹었어.”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어, 근수야?”

타바 멤버 근수였다.

“영실아, 오늘 우리 지역 타바 정기 라이딩했거든. 지금 뒤풀이 중이야. 너도 와라. 선배들 인사시켜줄게.”

“내가 가도 될까? 아는 사람도 없는데.”

“괜찮아. 오늘 얼굴 트자. 그리고 우리 지역 타바에도 가입해. 같이 타자.”

영실은 잠시 가족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했다.

“여보, 잠깐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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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 뒤풀이 자리.

“안녕하세요, 93학번 임영실입니다.”

“반가워요. 내가 우리 지역 타바 회장, 87학번 김준형이에요.”

근수가 옆에서 덧붙였다.

“영실아, 타바는 전국 모임도 있고, 학번별, 지역별로도 따로 있어. 우리 지역은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다 같이 타는 편이야.”

준형이 맥주를 따라주며 웃었다.

“그리고 우리 지역 회식은 언제나 제가 쏩니다.”

“아니, 왜요? 회식은 나눠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 나중에 정 내고 싶으면 회장 맡으면 돼요.”

근수가 웃으며 거들었다.

“영실아, 여기 문화는 대학 때랑 똑같아. 선배가 후배 사는 거야. 나도 후배 있으면 내가 다 내.”

“그렇구나… 선배들이 밥 사주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이상하게 어색했어요.”


회식이 끝나갈 무렵, 회장 준형이 영실에게 제안했다.

“영실 후배, 고연전 타바 국토종주 같이 안 해볼래요?”

“그게 뭐예요?”

“속초에서 출발해서 고양 체육관까지 2박 3일 자전거 타는 거야. 고연전 당일엔 자전거 타고 경기장으로 들어가서 퍼레이드도 해. 꽤 오래된 전통이지.”

“저 아직 초보라서… 조금 자신이 없는데요.”

“그럼 당일 행사만 참여해도 돼요. 70킬로 정도니까 부담 안 될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실은 이상한 따뜻함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뒤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여보, 술 많이 안 마셨죠?”

“응. 근데 오늘 참 묘한 감정이 들더라. 우리 지역 회장이 87학번인데, 회식비를 다 내는 거야. 그리고 선배들이 나를 그렇게 챙겨주더라고. 자전거 용품도 안 쓰는 거 있으면 다 주겠대.”

“그럼 당분간 자전거 타면서 돈 쓸 일은 없겠네요.”

“그러게. 근데 좀 이상했어. 나이 쉰이 넘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챙김을 받으니까.”

“당신 부모님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았잖아요.”

“그래서 그런가 봐. 누군가 나를 그냥 ‘후배’로, ‘사람’으로 대해주는 게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어. 부모님 돌아가시고 처음이야,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의지해보는 기분.”


영실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불빛이 차창에 비쳤다가 스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오랜만에 **“외롭지 않다”**는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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