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존자보다 중요한 것

생존자 편향 극복하기

by 프로디

여러분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공군의 책임자라고 상상해 봅시다. 여러분 결정에 수십만 명의 목숨이 달린 상황이죠. 여러분은 독일군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게 폭격기 설계를 보강하라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모든 곳을 보강하면 안전하겠지만, 폭격기가 너무 무거워질 테니 가장 취약한 지점 한 두 곳만 보강해야 합니다.


다행히 여러분이 참고할 자료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의 빨간 점은 전투에 참여한 폭격기들이 공격을 입은 부위입니다. 빨간색 점은 몸체 중심과 양 날개 끝에 몰려있죠.



2560px-Survivorship-bias.svg.png https://en.wikipedia.org/wiki/Survivorship_bias

자, 여러분들은 어디를 보강하시겠나요? 아마 빨간 점이 몰려있는 가운데를 지목하셨을 겁니다.

가장 많은 폭격기들이 공격받은 곳이니까 그렇게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이 문제의 함정은 전투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는 통계에 빠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날개나 몸체에 총알을 맞은 비행기는 생존했지만, 엔진이나 조종석을 공격받은 전투기는 귀환하지 못했고, 때문에 통계에 포함되지도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생존자 편향에 빠지면, 우리는 눈앞에 있는 정보에만 집중해서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생존자의 목소리만 들립니다. 하지만 죽은 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진실을 놓칠 수 있습니다.


매주 똑똑해지는 실용적인 팁을 드릴까요?
설득, 마케팅, 글쓰기 등 현대인의 필수 스킬을 알려드려요
지금 구독하고 새 글 알림을 받아보세요!


부상자 없는 윙슈트는 안전할까

비슷한 예시로 윙슈트(Wingsuit)가 있습니다.

photo-1533652475678-12f52b4fdd53?fm=jpg&q=60&w=3000&ixlib=rb-4.0.3&ixid=M3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x8fA%3D%3D

날다람쥐처럼 생긴 옷을 입고 하늘에서 뛰어내리를 스포츠인데요, 딱 보이듯이 아주 위험합니다.

반면, '다른 스포츠보다 윙슈트 부상자가 훨씬 적다'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윙슈트 비행 중 사고가 나면 거의 즉사라서 부상자는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몇백 번씩 비행하던 프로들도 즉사할 정도로 위험한 스포츠이지요. 그러니 당연히도 윙슈트 부상자가 적다는 말에 윙슈트를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위에서 다룬 폭격기 예시와 같은 맥락이지요. 그리고 지난 글에서 다룬 Unknown Unknown과도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전체 그림을 보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봐야 합니다.


생존자 편향, 혹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평가하는 습관은 우리 주변에도 흔합니다. 코인 선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극단적인 투자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코인 선물로 전재산을 날린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잘 되지도 않고, 실제로 사라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홀짝(=롱숏) 문제는 결국 누군가 돈을 따게 되어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반복하다 보면 어떤 운 좋은 사람은 부자가 되게 되어있지만, 그게 실력 덕분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또와 같은 이치지요.


운과 실력을 분리해서 보는 방법은 나중에 다루겠지만, 운이 아닌 실력임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랜 기간 반복 가능한지 보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어떤 사고방식으로 행동했는지를 보는 것이지요. (이 내용은 하워드 막스의 책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도 다룹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눈앞에 있지 않은 것을 보는 것이 핵심인데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으려면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얘기했듯, 내가 아예 모르는 Unknown Unknown을 상상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봐라

우리는 흔히 눈앞에 보이는 정보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 편향은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배제함으로써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생존한 폭격기만 포고 판단하거나, 성공한 연예인만 보고 판단하면 오판하듯이요.

생존자 편향을 극복하려면 보이지 않는 데이터에 주목해야 합니다.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잠시 멈춰서 내가 어떤 정보를 놓쳤을지, 어떤 정보가 있다면 내 판단이 바뀔지 생각해야 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 깊은 이유를 고민하고, 생각이 멈추지 않게 관찰하고, 내가 틀릴 가능성을 떠올려야 합니다.


매주 똑똑해지는 실용적인 팁을 드릴까요?
설득, 마케팅, 글쓰기 등 현대인의 필수 스킬을 알려드려요
지금 구독하고 새 글 알림을 받아보세요!


참고자료: 투자에 대한 생각, 행운에 속지 마라, 위키백과


이런 글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keyword
이전 08화Unknown Unknown과 로또번호 맞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