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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투자로 300만원 잃고 배운 것

정치인, 신학자, 검사, 과학자와 필립 테틀록

by 프로디
애덤 그랜트의 책 싱크 어게인을 참고했습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5년쯤 전에 모 P2P투자회사에 돈을 넣었다가 거의 전액을 날려먹은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Screenshot 2025-03-22 at 06.52.50.png https://www.etoday.co.kr/news/view/1992286


투자자 설명회에서 모든 의혹을 밝히겠다는 말에 회사 사무실로 갔는데, 이미 사무실은 압수수색이 끝나서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이 기억이 씁쓸한 이유는 단순히 손해를 봤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아쉬운 기억이지요. 너무 높은 수익률과 연체이력을 봤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말이죠. 더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잘못된 선택을 바꾸지 못한 것입니다. 언젠가 그 P2P회사의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슬슬 느끼긴 했는데, 문제없지 않을까 하며 안일하게 있었던 점이 후회됩니다.


유연한 사고, 남탓하지 않기

이처럼 살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제때 바꾸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된 생각에 고집을 부리고 있음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전 글에서 여러 번 다룬 필립 테틀록 박사는 연구에서 자기의 의견에 갇혀 비판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상태를 3가지 패턴으로 나눕니다. 바로 정치인, 신학자, 검사입니다. 이 세 가지 패턴을 관찰하면, 우리가 잘못된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요.

DALL·E 2025-03-21 17.16.00 - A conceptual illustration representing a preacher, a politician, a prosecutor, and a scientist. The preacher is passionately speaking from a podium, t (1).png


1) 정치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맞다고 하는데?

정치인 패턴은 사람들의 지지를 구해서 자신의 옳음을 확인하는 태도입니다. 이 패턴은 의견이 실제로 옳은지보다 사람들이 지지하는지에 집중합니다. 내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안심하는 패턴이죠. 주변에도 가끔 자기가 옳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자신이 맞다는 증거와 사회적 증거를 혼동하는 모습이죠.


2) 신학자: 원래 이렇게 하는 게 옳은 거야

신학자 패턴은 논리가 아닌 도덕과 가치로 접근해서 틀릴 가능성을 고민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문제를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가치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채식이 몸에 좋은가?"를 고민할 때, 채식은 동물복지와 도덕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실제 건강에 좋은지 판단하지 않는 모습이 신학자의 태도입니다. 이처럼 신학자는 사실이나 논리, 근거를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고, 가치와 당위 중심으로 "이게 도덕/사회/윤리적으로 옳아"라는 말과 함께 판단을 멈춥니다.


3) 검사: 너가 틀렸으니 내가 옳아

검사 패턴은 상대방이 틀린 점에 집착해서 논쟁을 이기려는 태도입니다. 정확한 답을 찾거나 옳은 추측을 하기보다는, 상대를 반박하는데 집중하는 패턴이죠. 주장과 큰 상관이 없는 맞춤법이나 사소한 사실관계를 가지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논리도 중요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다룰 때는 어떤 의견이든 논리적인 허점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허점 없는 추측은 드물고요. 그래도 증거를 중심으로 사고하지만, 자신이 틀릴 가능성은 무시하고 상대가 틀릴 가능성에만 집착합니다.


3가지 패턴이 익숙하지는 않으신가요? 주변 사람이나 여러분 자신한테서 이런 모습을 종종 본 기억이 날 수 있겠네요.


이 세 가지 패턴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치인은 대중의 지지에 안주하고, 신학자는 가치 판단에 안주하며, 검사는 상대방의 허점에 안주해서 자신의 의견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수를 인정하고 판단을 고치기 어려워지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해결책은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틀렸을 가능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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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직업, 과학자

위의 세 가지 패턴과 달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자'의 사고방식입니다. 과학자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가설을 세우고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과학자처럼 사고하는 사람들은 예측과 의사결정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보입니다. 한 실험에서는 기업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전통적인 사업계획 방식으로, 다른 그룹은 과학적 가설검증 방식으로 접근하게 했는데, 과학자처럼 접근한 그룹이 2.7배 더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저 역시도 P2P투자에 돈을 넣기 전에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가능한가?"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제 데이터(연체율 추이, 타사 대비 수익률 격차 등)를 검토했다면, 더 빠르게 위험을 느끼고 투자액을 줄였을지도 모릅니다.

crash-6895201_1280.jpg 많이 배웠습니다.

정리하자면, 내 입장을 80%만 믿으면서, 증거와 반례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언제든 의견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한 태도를 가지려면, 틀릴 가능성에 집중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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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싱크 어게인, Social functionalist frameworks for judgment and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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