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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말 따라 하기가 아닙니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가르쳤을까

by 프로디

대화하다 보면 상대 말에 뭐라 반응하기 어려울 때가 있죠?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유튜브 등등을 보면 어쭙잖게 상대가 한 말의 끝을 따라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혹시 해보셨다면 느끼겠지만,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미러링, 혹은 섀도잉이라고 부르던데,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이런 얕은수를 진짜 공감으로 느낄 가능성은 없습니다.


'말 따라 하기' 공감법의 가장 큰 문제는 패턴이 빤히 보이게 단순하다는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공감법이 상대가 할 말이 없게 만들어서 대화를 멈추게 한다는 점입니다. 서로 번갈아 말해야 대화가 진행되는데, 내가 상대 말을 반복한다면 사실상 상대 혼자서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요. 몇 마디 하면 힘이 빠져서 대화를 멈추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감을 원할까요?

좋은 공감법을 알려면, 사람이 말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말하는 이유

사람은 이해받고 싶어서 말합니다. 자신의 감정/지식/정체성을 상대가 이해해줬으면 해서 말합니다. 화를 내는 이유는 화난 마음과 그 이유를 이해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고, 고민을 털어놓는 이유는 착잡한 자기 마음을 이해해 주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자랑하는 이유는 유식한 자신의 멋짐을 상대가 이해해 주길 원해서이며, 지식을 설명하는 이유는 그 지식을 상대도 이해해 주길 원해서입니다. 따라서 상대의 말 뜻만 이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대화의 핵심은 상대가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만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사람은 자신의 성격이나 경험, 감정, 생각, 이해관계, 정체성과 소망 등을 이해받고 싶어 합니다. 그중에서 정체성과 소망은 추구미라고도 부르는데요, 사람들이 보통 추구하는 6가지 모습을 알면 깊은 공감을 쉽게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지난 글에서 사람의 6가지 사회적 욕구를 다뤘습니다.


사람은 이해받고 싶어서 말하므로, 좋은 반응은 상대가 이해받았다고 느끼게 하는 반응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FBI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도 공감을 '내가 상대를 이해했음을 상대한테 보여주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상대가 이해받았다고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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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반영: 조심스럽게 추측하기

공감을 실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복합반영'입니다. 복합반영은 '동기면담'이라는 상담방식에서 활용하는 공감법입니다. 동기면담은 1시간짜리 상담으로도 사람의 행동을 바꿀 정도로 효과적이고, 그 핵심은 복합반영입니다.


반영은 거울처럼 상대의 마음을 비춰주는 기법입니다.


복합반영은 어떻게 할까요? 가장 쉽게 표현하면, 복반반영은 '상대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추측하기'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시간이 너무 없어"라고 한다면, 시간이 없다고 말한 이유를 추측해서 "요즘 많이 바쁜가 보구나"라고 반응하는 것이죠. 이런 반응은 상대에게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주죠.


상대의 감정을 추측해서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핵심은 아닙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열심히 듣는 것이 중요하죠. 오히려 과장하거나 축소해서 말해서 상대가 더 많은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돕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대: 오늘은 회사에서 힘들었어요

호응 1: 회사에서 엄청난 일이 있었나 보군요. (과장 복합반영)

호응 2: 오늘은 조금 피곤했나 보군요. (축소 복합반영)

상대: 아니요. 사실은 ~~~ 한 일이 있었어요.

이처럼 정확하게 맞추지 않더라도, 상대와 더 깊은 얘기를 하며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귀가 두개 입이 한개

공감을 잘해도 상대가 나를 보며 '어떻게 그렇게 공감을 잘해요?'라는 말을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공감을 잘하면 상대는 더 몰입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사실 좋은 공감은 상대가 나에게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편하게 느끼고 더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돕는 것이죠. 그러니 칭찬을 기대할 바에, 상대에게 경청하며 왜 저 말을 할지 추측하는 편이 낫습니다.


헤밍웨이는 편지에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말하면 완전히 들으세요. 할 말 생각하지 말고요. 사람들은 대부분 듣지 않습니다. 관찰하지도 않고요." 복합반영도 사실 말 잘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상대의 말을 아주 깊게 듣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말하는 능력은 듣는 능력을 절대 넘어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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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동기면담 팁 하나 추가! 위에 나온 예시인 "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시간이 너무 없어"라는 말에 공감할 때, '운동을 해야겠다는 느낌'에 주목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운동 계획을 세우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 수 있죠. 운동과 시간이라는 선택지는 상대가 제시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에 주목하냐에 따라 대화의 흐름과 상대의 생각도 바뀐다는 점이 동기면담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이 재밌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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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 책: FBI 설득의 심리학, 알기 쉬운 동기면담, 동기면담 4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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