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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늘은 나는 자동차가 없을까?

다모다란 '내러티브 앤 넘버스'와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 문제

by 프로디

내러티브 앤 넘버스

하늘은 나는 자동차는 왜 아직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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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하늘은 나는 자동차, 20년 전부터 얘기한 미래 기술 중 하나지만, 아직도 상용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할까요? 아닙니다. 가끔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려옵니다.

Screenshot 2025-05-10 at 13.45.20.png https://www.thedrive.co.kr/news/newsview.php?ncode=1065602981833311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한데 왜 비행 자동차는 사용화되지 않았을까요?


'가능성'이 있다고 꼭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규제, 경제성, 안전문제, 인프라, 사람들의 인식과 운전실력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는 많습니다. 어지간한 스타트업 아이디어도 잘 들어보면 최소한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들이 다 현실화되지는 못합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꼭 좋은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 말고 또 다른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가능성, 개연성, 타당성

여기에 답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가치평가의 대가,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입니다.

facepicturenew.jpg 다모다란 교수, https://people.stern.nyu.edu/adamodar/New_Home_Page/home.htm

다모다란 교수는 본인의 책 '내러티브 앤 넘버스 (Narrative and Numbers)'에서 좋은 투자 아이디어는 가능성(Possible) 외에도 '타당성(Plausible)'과 '개연성(Probable)'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타당성은 이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 갖추어졌는지를 판단합니다. 가령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여권이나 비자 같은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해외에 나갈 수 없지요? 타당성은 이런 조건을 따집니다.


타당성을 입증하려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나 기술, 비슷한 사례를 근거로 들면 가장 좋습니다. 비행 자동차를 예시로 든다면, 가장 비슷한 예시가 에어택시입니다.


Screenshot 2025-05-10 at 12.23.04.png https://www.ytn.co.kr/_cs/_ln_0102_202403031119565432_005.html

2025년 사울에서 상용화할 예정인 에어택시가 소형 항공기에 가장 비슷한 예시지요. 에어택시를 보면, 현재의 기술력으로 수직이착륙하는 자동차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부피가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크긴 하지만요.) 따라서, 비행 자동차 아이디어는 최소한의 타당성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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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타당성이 있다고 현실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로 현실성이 있으려면, 가능성을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마지막 기준인 개연성(Probable)은 수치화된 가능성입니다. 개연성이란, 아이디어를 숫자로 정량화했을 때 모순이 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비행 자동차가 대중화될 수 있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하겠죠? 그렇다면, 자동차에 경비행기와 비슷한 장치가 있어야 하며, 따라서 가격은 승용차에 비행기 엔진과 프로펠러 등의 가격을 합친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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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장치의 가격이 5천만 원 정도 한다면, 비행 자동차의 가격은 9천만 원을 넘겠죠.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비행 자동차가 대중화되려면, 우선 날개나 엔진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더 정교하게 수치화하려면, 엔진이나 프로펠러 같은 비행 장치의 가격이 얼마나 내려가고 있는지와 연료 효율은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를 고려해 보고, 이를 중위소득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앞으로 한동안은 자동차가 날기 어렵겠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죠.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Screenshot 2025-05-10 at 14.35.38.png 책, 내러티브 앤 넘버스, 애스워드 다모다란

성향에 따라, 가능성과 개연성 중 한쪽을 더 중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가능성에 집중하고, 점차 성장해면서 타당성과 개연성을 입증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는 가능성에 집중하나, 가치투자자는 수치화를 통한 개연성에 집중하죠



하나씩 검증하기

여기까지 읽어보셨다면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이 대략 이해는 가실 겁니다. 하지만 칼로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은 아니죠? 그래서 다모다란 교수는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이 없다고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를 회의주의의 연속체 (Continuum of Skepticism)라고 부르며, 이 3가지 기준을 모두 통과하면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로 간주합니다.


Screenshot 2025-05-10 at 14.37.19.png 책, 내러티브 앤 넘버스, 애스워드 다모다란


1. 가능성 없음: 이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0이다.

예시: 영구동력을 만들겠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아이디어)


2. 타당성 없음: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수치화할 수 없다.

예시: 모든 암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겠다. (가능성이 0은 아니나, 아주 낮으며 수치화하기 어려움)


3. 개연성 없음: 이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수치화가 가능하나, 해보면 매우 낮다.

예시: 비행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 (가격과 연료효율을 고려하면 10년 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음)


개연성이 있다고 꼭 현실화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 시간과 돈을 투자할만한 아이디어는 됩니다. 실현 가능성과 비용, 수익을 대략적으로라도 수치화할 수 있다면, 이 아이디어의 현실성과 수익성을 추정할 수 있고, 아이디어의 가치를 파악해서 어느 정도 투자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답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 정답의 범위를 좁히는 방법입니다.



근거 있는 자신감

요약하자면, 가능성-타당성-개연성 사고방식의 교훈은 "근거를 챙기며 꿈꾸기"입니다. 자신감은 성공에 도움이 되지만, (근거 없이) 과도한 자신감은 만용과 아집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면에서, 근거로 지탱할 수 있는 최대의 자신감이 가장 좋은 자세라고 볼 수 있죠. 타당성과 개연성은 근거로 지탱할 수 있는 자신감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접근법이 수학문제를 풀듯 정답을 구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대신, 불확실한 미래를 실용적으로 추정하는 사고방식이죠. 2-4-6의 규칙을 다룬 글에서도 설명했듯 추론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뿌연 안개를 조금 걷어내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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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안개를 조금이라도 걷어내서 남들보다 현실을 덜 모호하게 볼 수 있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불확실한 현실(과 미래)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비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적절한 비용으로 적당히 예측하고 합리적인 베팅을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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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는 많은 에서 예측을 잘하는 법을 다룹니다. 그런데 최근에 논문을 하나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대신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다음 주 글에서 다룰게요. 구독하면 알림 드리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 책: 내러티브 앤 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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