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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샘 알트먼은 2주마다 노트를 바꿀까?

작업기억력과 글쓰기 문제

by 프로디

Open AI의 대표이자 Chat GPT를 만들어낸 샘 알트먼(Sam Altman)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리에 앉아서 글 쓰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어요.
글쓰기는 외면화된 생각입니다.


Sam Altman – OpenAI Founder Reveals His Writing System


샘 알트먼에게 글쓰기는 사고를 명확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나,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설명할 때 꼭 글로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생각을 명확히 하고 아이디어를 날카롭게 하는 데 글쓰기 만한 도구는 없다고 합니다. 올트맨은 특히 글이 엄격하기(rigor) 때문에 좋다고 하는데요, 머릿속 생각은 쉽게 왜곡되지만, 글은 바뀌지 않으며 내가 한 생각을 두고두고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좋다는 뜻으로 보이네요. 그래서 올트만은 100페이지짜리 스프링 노트를 2~3주마다 다 쓴다고 하네요. 매일 10페이지 이상씩 글을 쓰며 고민하는 것 같네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이자, 전 세계 AI 발전을 이끄는 샘 알트먼만 노트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과 리처드 파인만도 엄청나게 많은 노트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죠.

다빈치의 노트,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왜 가장 머리가 좋고 엄청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도 노트를 남기고 글을 썼을까요?


그 이유는 모든 사람 뇌에 있는 특징이자 약점인 '작업기억력' 때문입니다.



머릿속 화이트보드: 작업기억력

우리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이 있습니다. 가족의 이름이나 집 주소처럼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기억도 있고, 자전거 타는 법이나 노래 부르는 법처럼 설명은 못해도 몸으로 기억하는 정보도 있지요. 이런 기억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평생 기억합니다. 하지만 훨씬 더 빨리 잊어버리는 기억도 있습니다.


작업기억력은 화이트보드처럼 필요할 때 잠시 썼다가, 잠시 후에 잊어버리는 기억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셀 때, 우리가 1부터 숫자를 세는 상황이나, 대화할 때 대화중인 대화 중인 내용을 기억하거나, 장 볼 목록을 외우고 있는 상황이 전부 작업기억력을 쓰는 상황입니다. 작업기억력은 문제해결력에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작업기억력은 iq보다도 학습능력을 더 잘 예측한다고 하네요.


작업기억력은 잠시 기억했다가 빠르게 잊어버려도 되는 정보를 담기에 유용하지만, 두 가지 문제도 있습니다.


첫째, 작업기억력은 금방(30초) 사라집니다.

둘째, 한 번에 몇 개 기억하지 못합니다.


작업기억력은 한 번에 3개를 30초 동안 기억합니다.

작업기억력은 가장 유연하고 빠르고 유용하지만, 금방 사라지고 그 크기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흔히 인간의 작업기억력은 7개까지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낯선 개념은 최대 4개까지 기억할 수 있다네요. 이마저도 얼마나 집중하는지에 따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에 3개까지만 생각할 수 있다고 보면 좋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작업기억력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점심 메뉴도 4개가 넘으면 고르기 어려워요. 그래서 작업기억력은 3X30로 생각하면 됩니다.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한 번에 3개까지 30초 동안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샘 알트먼이 글쓰기로 Open AI를 이끌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듯, 우리도 글을 통해 한정된 작업기억력을 극복하고, 훨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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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요리사와 좁은 부엌

요즘 유명한 옵시디언이나 로그시크 같은 메모용 툴들을 '세컨드 브레인', 즉 두 번째 뇌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메모 프로그램 Obsidian https://obsidian.md/

꼭 특수한 메모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기록하는 메모는 모두 뇌의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능에 비해 배터리가 부족한 스마트폰은 보조배터리와 함께 쓰듯이, 연산능력에 비해 작업기억력이 한정된 뇌는 글쓰기로 보조했을 때 약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은 기억을 쉽게 잊고 왜곡합니다. 반복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나약합니다. 적어도 사고능력에 비하면 엄청나게 나약합니다. 이는 감정과도 관련 있고요. 그래서 글을 써야 합니다. 내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하나씩 (작업기억력을 최대로 쓴다면 3개씩)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글쓰기는 외부화된(externalized) 생각이라고 한 올트먼의 말도 이런 뜻일 겁니다.


비유하자면, 우리 뇌는 좁은 부엌에 갇힌 훌륭한 요리사와 같습니다. 좁은 부엌에서 요리해 보셨나요? 부엌이 도마 하나 겨우 놓을 정도로 좁다면 조리대에 여러 재료를 올려둘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리 5개를 한 번에 만들려고 하면 부엌이 난리가 나겠죠? 조리대가 넘치지 않게 요리를 하나씩 완성하거나, 재료가 비슷한 요리를 한 번에 조리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도 부엌이 좁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런 조리사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식재료를 올려둘 수 있는 탁자입니다. 훌륭한 조리 능력에 비해 턱없이 좁은 조리대가 우리의 작업기억력이고, 이를 보조해서 조리 중인 음식을 잠시 보관할 수 있는 탁자가 바로 글입니다.


그런데, 작업기억력은 우리의 문제해결력만 키워주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글을 쓸 때에도 작업기억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읽기 좋은 글과 저글링

작업기억력을 이해하면, 글도 잘 쓸 수 있습니다. 이해가 잘 되는 글을 쓰려면, 새로운 개념을 동시에 4개 이상 등장시키면 안 되죠. 개념 4개 이상을 한 번에 다루면, 독자는 인지과부하 상태에 빠져서 글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흥미를 잃고 말겠죠. 따라서 읽기 좋은 글은 새로운 개념을 많아야 3개씩 설명합니다. 작업기억력을 적게 쓸수록 읽기 쉬운 글이고, 좋은 글입니다.


읽기 좋은 문장구조는 작업기억력을 적게 쓰는 구조입니다. 우선, 문장이 짧아야 한 문장을 읽을 때 작업기억력을 절약합니다. 긴 문장의 경우, 문장 구조도 단순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 문장에는 주어 1개 서술어 1개가 가장 좋고,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수식어가 짧을수록 좋습니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긴 수식어가 있으면, 독자는 수식어를 읽다가 주어를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수식어를 문장에서 뺄 수 없다면, 수식어-주어-서술어 순으로 배치해서 주어와 술어의 간격이라도 좁히는 방법도 있지요. 익숙한 표현을 쓰고, (이런 내용이 재밌다면, 책 '이토록 간결한 글쓰기'를 추천드립니다)


이런 면에서 읽기 좋은 글은 저글링 같습니다. 한 번에 공을 하나씩만 던지면서도 여러 공을 가지고 놀듯이, 좋은 글은 동시에 다루는 개념은 3개를 넘지 않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많은 개념을 다룰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동시에 많은 개념을 다룰 수 없는지를 설명했지만, 다음 글에서는 작업기억력의 한계를 지키면서도 복잡한 개념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설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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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작업기억력은 비교적 유명한 개념이지만, 꼭 한 번은 이 주제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글쓰기나 멘탈 모델을 설명하려면 이 주제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사실 설득이나 공감 등 대화기술에서도 작업기억력은 중요합니다. 작업기억력은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타고난 작업기억력은 다르지만, 연구에 따르면 작업기억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구독하시면 IQ보다 중요한 작업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참고한 자료:

-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칼럼 1, 2

- 작업기억력 논문

- 책: 이토록 간결한 글쓰기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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