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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몰라도 괜찮은 이유

디스코드와 페이팔처럼 사고하기

by 프로디

그동안 저는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관한 글을 아주 많이 써왔습니다. 생각의 본질이 미래 예측이라고도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 생각이 뒤집힌 계기가 있습니다.


우연히 읽은 논문 '무엇이 사업가를 사업가답게 만드는가?' (What makes entrepreneurs entrepreneurial) 덕분입니다.


구글, 스퀘어, 도어대시 등에 초기에 투자하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벤처 투자자(VC) 중 한 명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도 이 논문을 호평했습니다.

논문 표지에 "처음으로 본 좋은 논문"(First Good Paper I've Seen)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동료들에게 공유했죠.

(코슬라의 메모가 적힌 논문은 여기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업가는 다르게 생각한다


논문은 두 가지 사고방식을 비교합니다. 정해진 목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인과적 사고 (Causal Thinking)'와, 주어진 자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를 떠올리는 '효과적 사고 (Effectual Thinking)'입니다.

일반적으로 시험 문제를 풀거나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할 때는 목표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만 찾으면 됩니다. 그 방법을 찾는 사고방식이 인과적 사고입니다. 12년 정규교육부터 직장생활까지, 우리는 인생 대부분을 인과적 사고를 연습하면서 살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을 할지 정해지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스타트업의 경우가 특히 그렇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려면, 우선 그 길을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효과적 사고입니다. 효과적 사고는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막연한 상태에서 바텀 업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효과적 사고는 어디서 출발할까요? 내가 가진 자원을 파악하는 일부터 해야겠죠. 논문에 따르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아는지, 누구를 아는지' 3개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나의 관심과 지식과 네트워크에 주목해 보라는 뜻이죠.


막연한 상태에서 발견한 문제(=목표)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지도에 없는 새로운 곳을 탐험할 때는 당연히 헤매듯이 말이죠. 확실한 정답을 구하기보다는 점점 개선되는 가설을 찾는 방식인 효과적 사고가 더 잘 작동합니다.


정리하자면, 창조적인 일은 시행착오가 당연히 따라옵니다. 그렇다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계속 전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논문은 효과적 사고의 3대 원칙을 제시합니다.


1. 감당 가능한 손실(Affordable Loss): 최소 비용과 리스크로 실험하며 시작. (비싼 시장조사 대신 빠르게 직접 팔아보기 등)

2. 전략적 파트너십(Strategic Partnerships): 경쟁분석보다 협력관계부터 형성. (고객을 조기 파트너로 유입해 불확실성 줄이기)

3. 우연 활용(Leveraging Contingencies): 예상치 못한 상황을 회피하는 대신 기회로 활용하기


이 세 가지 전략은 불확실성과 시행착오에서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학습하며 강해질 수 있게 도와주죠.


사례를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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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드와 페이팔

효과적 사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게임 메신저이자 커뮤니티인 디스코드는 원래 게임의 음성 채팅 기능에서 시작됐습니다. 게임은 실패했지만, 사용자들이 채팅 기능을 좋아하자, 채팅 서비스로 전환했고, 지금은 게임 메신저를 넘어서 커뮤니티 관리 도구로도 쓰이며 사용자 4억 명을 확보했습니다. 감당 가능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우연히 발생한 사용자의 반응을 적극 활용하는 등 효과적 사고를 활용해서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죠.


다른 예시인 페이팔은 처음엔 PDA기기 간 결제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매 사이트인 eBay의 고객들이 이메일 기반 결제에 열광하자, eBay와 연동한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서 서비스를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결제 서비스 중 하나가 되었죠.

출처: https://www.paypal.com/kr/home


두 회사 모두 정해진 답을 구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업을 찾는 방식으로 성공했습니다.



없는 요리 만들어내기

정리하자면, 인과적 사고는 정해진 레시피대로 요리하는 셰프라면, 효과적 사고는 낯선 부엌에 있는 재료로 창의적 요리를 만들어내는 셰프와 비슷합니다. 새로운 음식을 발명해 내려면 효과적 사고가 더 도움이 됩니다.


이 점에 이어서, 논문은 두 사고방식이 미래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인과적 사고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통제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효과적 사고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예측할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죠.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예측할 필요는 없다.


위에서 소개한 디스코드는 음성 채팅 기능의 반응이 좋을지 예측하지 않았고, 페이팔도 PDA기기 결제 서비스가 좋은 아이디어인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둘 모두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직접 만들었죠.


이런 발상의 전환이 와닿아서 논문을 소개해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만들거나 예측하거나

이 논문은 제게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저는 그동안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관한 글을 아주 많이 써왔습니다. 그런데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 주장하는 이 논문을 보고, 그동안 제가 소극적이지 않았나 반성도 했어요.


물론 미래를 잘 만들려면 예측 능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늘 강조하듯, 미래는 예측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따라서, 있는 미래를 읽겠다는 인과적 사고와 어떤 미래든 만들겠다는 효과적 사고를 모두 활용할 수 있어야 우리는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과적 사고와 효과적 사고 외에도 더 다양한 관점과 접근법이 있습니다. 이런 사고방식 하나하나를 멘탈 모델이라고 합니다. 멘탈 모델은 공구상자 속의 공구와 같습니다. 공구가 많을수록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듯, 다양한 사고방식을 사용할 때 우리는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이지요. 이를 두고 "격자틀 모델"이라고 합니다.

각 부분이 서로를 촘촘히 지탱하는 격자틀


격자틀 모델이 무엇인지, 이를 배우면 어떤 장점이 있는 다음 글에서 다룰게요. 구독하고 알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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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 논문, Sarasvathy, Saras. (2008). What Makes Entrepreneurs Entrepreneurial?

- 책, 클리어 씽킹

- Picture of Vinod Khosla, By Jay Dixit - Own work, CC BY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46472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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