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설득, 격자틀 모형
오늘은 설명을 잘하는 방법에 관해서 생각해 봅시다.
설명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알려주는 활동입니다. 즉, 내가 아는 지식을 줄줄 읊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언가를 알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설명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지식을 틀리게 설명해서는 안됩니다. 틀린 설명은 상대에게 잘못된 지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설명을 많이 하다 보면, 설명이 정확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꼭 상대가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대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수험생의 질문에 '수능을 거의 다 맞추면 됩니다.'라고 답한다면 아주 정확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좋은 설명이 아닙니다. 차라리 정확도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잠을 7시간 정도만 자고, 최대한 노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라거나, '오답노트를 잘 관리해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처럼 답한다면 이는 몹시 실용적인 답이 됩니다. 만약 질문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다면, '학생은 쉬운 수학 문제를 실수하는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같은 개인화된 답을 줄 수도 있겠죠.
이런 예시가 보여주듯, 좋은 설명은 정확도가 아니라 실용성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해야지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죠. 좋은 예시로 아이에게 이빨 닦는 방법을 설명한다고 해봅시다. 아이에게 이를 닦는 법을 설명할 때, “세균과 치석 제거를 위해 상하로 닦아야 해”라고만 하면 꽤 정확한 설명이긴 하지만, 아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대신 “이빨 사이에 낀 밥풀을 빠지게 위아래로 빗자루질하듯 해야 해”라고 말하면 정확도는 조금 포기했지만 적어도 아이가 이해할 수는 있게 됩니다. 둘 중에 후자가 더 나은 설명입니다. 결국 아이가 어설프게나마 칫솔질을 하게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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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좋은 설명은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충분히 쉬워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정확도도 일부 포기할 수 있습니다. 비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설명할 때 비유법을 자주 사용하는데, 비유법 또한 정확도를 희생해서 이해도를 높인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방향으로 더 나아간다면, 산타 클로스 같은 부정확하지만 아주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복잡한 도덕법칙을 설명하는 대신, 산타클로스나 이놈 아저씨 등의 가상인물을 활용하면 결국 불완전한 설명이나마 성공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한 설명은 무의미합니다. 마치 집에 택배를 100개 주문했는데 전부 곤지암에서 사라져서 하나도 배송받지 못한 상태와 같죠.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듣고 이해했는지입니다. 들리지 않는 설명은, 나아가 모든 소통은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설명은 설득의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설명은 사실명제(이빨을 닦지 않으면 썩는다.)를 전달하는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치명제(이빨을 닦아야 한다)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가치명제의 전달인 설득을 잘하려면, 정확도보다는 설득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요인은 흥미입니다. 모든 독자는 읽지 않을 선택권이 있습니다. 앞에서 누가 아무리 떠들어도 핸드폰을 보거나 딴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지요) 아무리 설득력 있고 정확한 얘기라도 듣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또 다른 요인은 이해관계입니다. 찰리 멍거가 했던 이야기인데, 투자회사 살로몬의 고문 변호사는 트레이더의 부도덕한 행위를 발견하자 CEO에게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CEO는 그 트레이더의 행동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질 일이 아니었고, 변호사는 '보고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습니다'라고만 설명했죠. 그래서 CEO는 이를 성가시고 불쾌한 일로 여겨 결국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사건이 더욱 커졌고, 고문 변호사는 이를 조기에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직장을 잃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 변호사는 정확하게 설명은 했지만, 상대(CEO)의 입장에서 듣고 싶지 않으며 이익이 되지 않는 이야기만 한 셈입니다. 이에 대한 찰리 멍거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만약 고문 변호사가 CEO에게 '지금 이를 보고하지 않으면 당신의 평판과 회사의 평판이 땅에 떨어질 것이고 당신도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해서 CEO의 이해관계에 호소했다면, CEO의 행동을 바꿨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설명은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것과 설명하는 것은 다릅니다. 설명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하니까요. 현실에서 설명은 정확성과 이해도, 재미, 이해관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좋은 설명은 여러 요인들이 하나도 부족하지 않으며 동시에 파레토 최적상태이어야 합니다. 보통 여러 요인 중에서 가장 부족한 요인이 설명의 효력을 결정짓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은 수명이 20년이고 바퀴는 수명이 5년이면, 그 자동차의 수명은 5년인 것처럼요. 따라서 우리는 여러 요인들을 모두 적당히 고려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설명을 하려면, 우리는 우선 불완전한 설명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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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처럼 설명 하나에도 여러 가지 접근법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정확하지만 재미없는 설명도, 설득력은 있지만 이해관계에 충돌하는 설명도 모두 현실에서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여러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늘 얘기하듯 현실이 복잡하기 때문이죠. 이를 해결하려면, 복잡한 현실만큼 우리도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격자틀 모델"이라고 합니다.
격자틀 모델이 무엇인지, 이를 배우면 어떤 장점이 있는 다음 글에서 다룰게요. 구독하고 알림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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