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기
꿀벌 한 마리가 이상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보통 꿀벌은 꿀을 발견하면 벌집으로 돌아와 정확한 춤으로 위치를 알려줍니다. 그런데 과학자가 벌집 바로 위에 꿀을 놓자, 꿀벌은 당황했습니다. 자연에서는 벌집 바로 위에 꿀이 없기 때문에, 이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당황한 꿀벌은 어떻게 했을까요?
결국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춤을 췄습니다. 이를 본 다른 꿀벌들은 혼란에 빠졌을 겁니다. 아무 춤도 추지 않으니만 못한 상황에 빠진 셈이죠. 이상한 춤을 춘 꿀벌의 모습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를 하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헛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만 못합니다.
찰리 멍거는 96년도 스탠퍼드 로스쿨 연설에서 이 예시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꿀벌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중략) 실제로는 전혀 모르면서 질문에 항상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을 내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관심보상사회'가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방송, SNS와 숏폼으로 매체가 발전하며 콘텐츠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조회수는 돈이며, 따라서 관심도 돈이 됩니다. 어그로(관심)를 잘 끌면 유명해지고 돈도 버는 관심보상사회에서 사실은 점점 덜 중요해지고 있지요.
알고 말하는 것보다 일단 말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우리도 이상한 춤을 추는 꿀벌처럼 행동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꿀벌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CEO인 잭 웰치에게 질문합니다. “애플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잭 웰치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전문 능력이 부족해서 그 질문에 답할 수가 없습니다.” 훌륭한 답변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야 합니다. 모든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는 사람의 말은 하나도 믿을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능력범위가 있듯이, 각자 가진 지식에도 능력범위가 있습니다.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과 애매하게 주워들은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추측한 것과 경험한 것, 원하는 것과 유리한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을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내 헛소리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나 자신입니다. 근거 없는 추측과 확실한 지식을 구분하지 않으면, 나조차도 내 생각을 믿고 의지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 내가 엄밀하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꿀벌처럼 춤추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요. 결국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모든 결정 앞에서 흔들리게 됩니다.
어떤 의견을 가지고 싶다면, 충분히 고민하고 조사하는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의견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견은 취향과 다릅니다. 취향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생각 없이 가지는 의견은 잡음입니다. 따라서, 의견을 가지려면 충분히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임감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우선, 내 말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 (출처) "00에서 읽기로는..."
- (경험) "직접 겪어본 바로는..."
- (의견) "내 판단으로는..."
- (추측) "확실하지 않지만..."
이렇게 구분하면 듣는 사람도 어떤 무게로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틀릴 이유를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앞서 얘기했듯, 찰리 멍거도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보다 반대의견을 잘 알고 있을 때에만 의견을 가진다고 한 적이 있지요.
내가 틀릴 가능성을 깊게 고민(=예외처리) 해야 하며,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니 옳겠지라는 추측을 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복잡한 생각일수록 작은 실수 하나에 생각이 전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의견은 전제에 기반하므로 내 전제가 틀렸을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랑 눈을 마주친 여자가 빙긋 웃어서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면, 그 여자가 긴장해서 웃었을 가능성과 내가 잘못 봤을 가능성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의견의 무게는 고민한 만큼 주어집니다. 모르면 침묵하고, 내가 틀릴 가능성을 잊지 말고, 틀렸다면 과감히 수정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이상한 춤을 추는 꿀벌이 되는 것보다 낫습니다. 오늘 내가 한 말 중에서 정말 확신을 가지고 한 말이 몇 개나 되나요? 한번 세어보시면 생각보다 적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적은 말들이야말로 진짜 가치 있는 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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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가장 어려운 일은 내가 원하는 것과 현실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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