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과 캠핑의 주체는 대부분 남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조립과 기술을 요하는 장비가 있어야 하고, 노지에서의 취침 및 범죄, 안전사고 등 위험 요소가 많으며, 야생에서는 힘을 요하는 일들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박은 차량으로 SUV가 있어야 하는데, 이 SUV의 운전자들의 과반수 이상이 벌써 남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캠핑을 무척 가고 싶어 하던 친한 동생과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해봐도, 둘이서 내린 결론은 여자 둘이서는 일단 텐트를 치다 진이 빠질 것이 분명하다였다. 차박은 개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좋은 기회로 차박 키트를 손에 넣어 남동생을 비롯한 주변의 웬만한 캠핑 마니아들보다도 먼저 신문물을 영접하며 차박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캠핑과 차박을 모두 해본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개인적으로 차박이 좀 더 여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면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 차박을 해야 하는 이유
'(주)만만한 녀석들'의 원목 차박 평탄화 키트 설치 샷. 설치가 홈대로 맞추기만 해서 어렵지 않다. 아래 남는 공간에 신발이나 간단한 물품을 나둘 수 있고, 물컵 홀더도 있다.
1.쉬운 설치: 텐트는 접을 때가 힘든 원터치가 아닌 이상 혼자서 설치가 힘들고, 어느 정도의 시간, 노력과 난이도를 요한다. 설치가 간편한 원터치라 하더라도 겨울철 시린 추위를 피하기 위해 동계 바닥 공사를 피해 갈 수 없다. 반면, 차박은 동계 바닥공사도 필요 없고, 설치도 평탄화 작업만 해주면 되는데, 조립하는 부분이 몇 개 안되기 때문에 파인 홈을 보고 대충 끼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나 같은 꽝 손도 설명서 없이도 조립이 어렵지 않았다. 다만, 원목이다 보니 여성 혼자라면 다소의 무거움은 감수해야 한다. 여성 둘이서는 수월하게 설치가 가능했다. 평탄화 키트를 설치해 둔 채 이동이 가능하다면, 캠핑카처럼 이용할 수 있어 설치의 번거로움이 덜해 편할 것 같다. 제작된 키트는 일부 해체를 해야 운전석에 다시 탈 수 있었으나, 제품 수령을 위해 방문했을 때, 만들어진 다른 차량의 제품들은 설치한 채 이동이 가능한 제품도 있었다.
평탄화 키트는 원목이다 보니 그냥 깔아만 놔도 나름 감성과 누웠을 때 느낌이 괜찮다. 매트리스가 없어 대신 집에 있던 가장 두꺼운 덮는 겨울 이불을 그냥 깔아만 놨는데, 바닥이 평평하다 보니 누웠을 때 편안했다. 차량에 설치하는 도킹 텐트도 비교적 설치가 용이한 편.
2. 잠금장치 등 보안의 안전성: 차박은 잘 때 차문을 잠그고 자면 되기에 잠금장치가 없는 텐트보다 훨씬 안전하다. 블랙박스를 24시간 녹화 모드로 바꿔 놓고, 도난 경보음을 작동시켜 놓으면 좀 더 안심이다. 노상강도가 유리창을 깨더라도 조용히 침투할 텐트보다 잠에서 깨어나 경찰에 신고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차량을 통째로 끌고 가는 범죄에 대비해서 고급 승용차의 경우, 차량 높이가 달라지면 운전자에게 경고해주는 도난 방지 시스템도 있다. 현대 차량의 블루링크 서비스의 경우, 에어백이 터지는 등 차량 내 비정상적 운행상태가 감지되거나, 차량 내 설치된 SOS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고객, 상담원, 119(112) 간 3자 통화로 동시에 연결되어 사고 위치 및 정보 확인 시에 상담원을 통해 신속하게 출동 지원받을 수도 있다. 또한, 미리 설정을 통해 차량의 도난 경보가 울리면 블루링크 긴급 구난 센터로 (혹은 아이나비 등 일부 블랙박스 기종도 가능한 유사 기능으로 주차 중 충격 발생 시 전, 후방 사진을 등록한 번호로 충격 알림과 함께 전송한다.) 신호가 자동 전송되어 등록번호로 문자가 자동 발송되는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불안하다면 등록번호를 일시적으로 보호자 번호로 변경해놓아도 좋을 것 같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사람의 위협뿐만 아니라, 동물, 벌레로 부터 위협도 차 안이 텐트보다 안전하다.
3. 꾸미기: 차박은 다양한 형태로 차 안팎으로 데코가 가능해서 텐트보다 꾸미는 재미가 있다. 여성들의 아기자기한 취향에 맞는 꾸미기가 나름 재미있게 느껴질 듯하다. 가렌트와 색색의 전구는 텐트에서도 잘 어울릴 조합이지만 어두운 보호색 빛깔의 텐트 색보다 모던한 철판의 밝은 색 차량을 배경으로 더 빛을 바란다. 트렁크를 열면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구조상 차와 만나면 더 예쁜 궁합을 자랑하는 레이스 커튼, 아기자기한 라탄 소재의 소품, 드림 캡처, 밝은 색 침구류와 쿠션 등은 차량 안에서 외부를 찍어도, 차량 외부에서 안을 찍어도 주변 자연 풍경과 함께 조화를 잘 이룬다.
4. 침대 감성: 텐트는 바닥에 찬기운과 습기를 막기 위해 매트를 깔기는 하지만, 왠지 여전히 바닥에서 자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 차박은 차체 높이가 있고, 이불 밑은 침대 프레임과 같은 원목이다 보니, 같은 이불이나 매트리스를 깔더라도 왠지 모를 침대 감성이 느껴진다. 아마도 찬 공기가 밑으로 내려가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원리로 차문 틈새의 외풍만 잘 차단한다면 찬 바닥면의 캠핑보다는 차박이 좀 더 따뜻한 공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5. 쾌적한 공간: 전기차를 가지고 있다면 유틸리티 모드로 방전 걱정 없이 에어컨이나 난방, 핸드폰 충전 등 전기 사용이 가능하여 텐트보다 여성에게 좀 더 쾌적한 공간을 선사할 수 있다. 또한, 직접 내가 관리하는 공간이므로 에어비앤비, 모텔 등 숙박업소의 몰카 및 성범죄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상급 호텔이라 할지라도 식기와 커피포트, 침구류 등 호텔 직원이 폭로한 청결 문제와 어느 누가 다녀갔을지 모를 코로나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다.
* 차박 활용 가능 전기차: 니로, 코나, 테슬라, 아이오닉 5, EV6 등
6. 미니멀장비: 캠핑에서 테이블이나 요리 기구 같은 장비를 갖추고 들고 오려면 짐이 한없이 늘어나고 무거워진다. 그러나 차박은 캠핑처럼 무겁고 조립이 어려운 많은 장비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취사 가능한 정박지를 찾기보다 요리의 부담 없이 점심으로 샌드위치나 김밥, 컵라면을 준비해 먹고, 저녁은 간단히 짐을 싣고 요리에 부담 없이 음식점을 향하면 된다. 캠핑장 사용료로 그냥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사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캠핑의 미니멀 형태가 될 수 있는 차박.
7. 예약이 힘든 성수기 혹은 언택트 시대의 선택: 캠핑장도 요즈음은 경쟁이 치열하다. 차박은 예약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긴 연휴와 여름휴가 성수기에 호텔 등 숙소는 물론, 캠핑장마저 예약이 힘들 때, 노상 캠핑은 사실 여성들에게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차박의 경우 해수욕장이나 등대 앞에는 샤워장, 화장실과 CCTV 및 해양 경찰서가 함께 있는 곳이 많아 나름 선별된 장소에서 여성들도 한번 도전해 볼 용기라도 생길 수 있다.
8.눈, 비, 낙뢰 등 악천후: 텐트보다 떠내려갈 위험이 적고, 이동이 쉬워 좀 더 안전하다. 비가 올 때 텐트처럼 물길을 만들어 줄 필요 없으며, 기상이 악화되었을 때, 텐트를 고생해서 시간을 들여 접을 필요 없이 간단히 짐만 차에 실어 차문을 닫으면 바로 철수시킬 수 있고, 언제든지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이 용이해서 안전하다. 벼락이 치는 상황에서도 시동을 끄고 차 안에 있으면 낙뢰가 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흡수되어, 평지에서는 피뢰침이 되어버려 반드시 낙뢰시 빠져나와야 할 텐트보다 훨씬 안전하다. 일부러 비 오는 날 낭만과 운치를 즐기기 위해 우중 차박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예상치 못한 비를 만났을 때, 그냥 차 안에서 비 멍을 때리며 그저 내리는 비를 즐겨도 좋다.
9. 낮은 신체 피로도: 텐트를 칠 데크 바로 옆에 차를 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곡이나 무성한 나무 사이에 위치하는 주차장에서 거리가 있는 캠핑장이라면, 차에서 부터 텐트까지 장비 운반의 부담이 생긴다. 여성이라면 이 운반 작업도 만만찮은 노동이 될 것이다. 차박은 그저 차량에 실려있는 짐을 내리기만 해도 된다. 설치, 장비 운반, 방음 등 상대적으로 낮은 신체 피로도로 텐트를 치다 이미 힘이 다 빠져버리는 캠핑과 달리 자연을 좀 더 즐길 여유가 생긴다.
10. 소음과 햇살을 피한 숙면: 차문을 닫으면 외부 소음이 차단된다. 가끔 운 나쁘게 캠핑장에서 만날지 모르는 이웃의 무개념 캠핑족의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소음이 걱정이라면 차박을 한번 선택해보자. 방음을 위해 차문을 닫고 숙면을 청할 수 있다. 게다가 암막 커튼을 치면, 보안의 목적뿐 아니라 아침 햇살도 한층 피할 수 있어, 숙면을 취하도록 도와준다.
11. 질리지 않는 새로움: 소유가 꼽은 차박의 장점은 '다시 그 자리로 꼭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매일 새로운 자연경관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차박만의 장점이다. 캠핑장도 자연과 가깝지만 고정되어 있기에 선택이 한정적이다. 하지만 절경 스폿을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남들이 개척하지 못한 처음 가는 새로운 곳을 개척할 수도 있으며, 지겨우면 다른 배경을 언제든지 선택할 수도 있다. 여성들에게 선택지가 다양하고 새로움을 항상 제시할 수 있는 차박은 결코 질릴 수가 없다.
12. 캠핑 용품 쇼핑의 소소한 재미: 캠핑 용품점을 방문해 본 적 있는가? 남, 녀 불문하고 지름신이 빙의할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반할만한 아기자기한 용품들이 정말 많다. 캠핑 용품점에 평균 쇼핑시간이 남성보다 길어 오래 머물러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캠핑용품점 내에 절반은 여자 손님이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서 원래 예정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선택한 제품들. 일반부 탄도 안전하다고는 하나, 핑크 부탄은 안전을 위해 구입해봤는데, 레몬 부탄도 레몬가스버너와 같은 파스텔 노란색이라 예뻐 1500원의 부담 없는 가격에 레몬 부탄도 사볼까 하다가 겁이 많은 나는 부탄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일단 꼭 필요한 하나만 핑크 부탄으로 사기로 한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10만 원 에서 예산에 맞춰 구매 후, 조금 초과된 13,000원만 추가로 재난지원금으로 결재했다. (재난지원금을 캠핑용품으로 다 털어 버리 마니아들도 꽤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초보자라면 차박이나 캠핑을 경험 전 장비부터 사는 것은 금물! 천천히 피크닉 정도로 경험해 본 후, 혹은 중고로 사서 써본 후, 천천히 비싼 장비를 사는 것이 좋다. 사악한 가격을 자랑하는 캠핑용품을 덜컥 구입부터 했다가 한 두 번 쓰고 올라오는 새 장비에 가까운 물건이 당근 마켓에 꽤나 많다는 것은 안 비밀!
캠핑 용품 점에서 탐이 났던 다양한 조명, 구이 그릴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던 비주얼이 다한 예쁜 노란 부탄가스 버너, 생각에도 없던 불멍을 살짝 고민하게 만든 미니화로대
최종 선택 아이템, 실용적이라고 캠핑러들이 추천한 구이 그릴, 조카들을 위한 불꽃 아이템, 고기 집게, 가죽 키친타올걸이, 과열자동차단 밸브의 예쁜 핑크부탄가스
갈수록 흉악해지는 각종 범죄와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린 험난한 세상에서, 집을 떠나 여행을 오게 되면 여성들이 남성보다 확인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야생에서 보내는 하룻밤에는 신체적으로 남성의 힘보다 대체로 약한 여성들이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릴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보다도 분위기에 약하고 감성에 쉽게 취할 여성 역시 캠핑의 낭만이 고프고, 바다와 계곡 자연과 더 가깝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럴 때, 안전 걱정을 덜어줄 차박을 한번 고려해 보자. 전기차가 아니어서 전기도 없는 차박을 연이어 하기에 부담스럽다면 평일은 호텔박, 주말은 성수기 요금과 예약 경쟁이 치열한 주말에는 차박으로 혼합하여 숙소를 잡는다면 여러 형태의 숙박에서 보다 장점만을 취할 수도 있다.
나만의 소박한 개인 별장으로 차박 여행이 주는 묘미를 여성들도 좀 더 온전히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를...
그리고 차박이 누군가의 전유물이 되기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행의 한 형태로 자리 잡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