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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했습니다

나아가는 마음에 대하여

by 박세신

<아이들에게서 시작된 '의지의 언어'>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숙제를 못 했어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몸이 아팠을 수도 있고, 가족 행사가 있었을 수도 있고, 단지 마음이 지쳐서 손이 안 갔을 수도 있죠.

그 모든 이유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쌤은 네가 언젠가 이렇게 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했어요.’라고.”


그 한 문장은, 인생의 태도를 바꾸는 주문 같은 말입니다.



1. 변명과 이유 사이


우리는 언제나 이유를 찾습니다.

못 한 이유, 안 된 이유, 미룬 이유.

그 이유들이 정당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쌓이면 결국 ‘나는 피해자’가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낸 사람은 ‘주인공’이 됩니다.


어떤 날엔 숙제를 못 낸 학생보다,

“쌤, 어제 이런저런 일이 있었거든요? 근데 하긴 했어요. 아, 근데 다는 못했어요.”

라고 말하는 학생이 훨씬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결과보다 마음이 더 빛나는 순간이죠.



2. ‘그럼에도’의 힘


‘그럼에도’라는 말에는 묘한 단단함이 있습니다.

그건 완벽함의 언어가 아닙니다.

부족함 속에서 손을 내미는 의지의 언어입니다.


비가 와도 나갔고, 피곤해도 마쳤고, 하기 싫어도 조금은 했다는 말.

그건 결과보다 훨씬 귀한 성장의 증거입니다.



3.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말


그렇게 아이들에게 수없이 “그럼에도 해봐.”라고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말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나는 지금, 그럼에도 하고 있나?”


지치고, 실패하고, 다양한 이유가 떠오를 때

그 한 문장이 나를 일으킵니다.

“그래, 그럼에도 해보자.”



4. 결심의 미학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했던’ 사람들입니다.

두려워도, 실패해도, 아무도 몰라줘도

결국 그럼에도 계속했던 사람들.


그럼에도 하는 힘은 천재성보다 오래 가고,

운보다 깊게 뿌리내립니다.



5. 마침표 대신 쉼표로


아이들이 ‘그럼에도 해왔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

그 아이는 이미 멋진 어른의 길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가르친 나도,

여전히 배우고 있는 또 하나의 학생입니다.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그럼에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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