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을 때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캐캐 묵은 짐들을 정리하다 보니 국민학교 생활기록부 사본이 누렇게 변한 채 책과 책 사이에 끼워져 있었습니다.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 란에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사실 유아교육을 전공하게 된 것은 교대를 진학할 실력이 못되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아교육을 공부하다 보니 맞춤옷을 입은 듯 잘 맞았고 재미있었습니다. 다양한 교과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었고, 교구 만들기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남들보다 더 잘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성적은 좋았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가 꿈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택을 할 때 '유아교육과'를 가기 위해 지원한 것이 아닌, 성적에 맞춰 선택한 지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래된 책장 속 [생활기록부]는 나의 꿈이 '유치원 교사'였음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꿈을 이룬 사람으로 증명이 된 셈입니다.
하늘이 내린 사람에는 맏이(장남, 장녀), 맏며느리가 있고, 천직(하늘이 내린 직종)에는 교사가 있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키워내는 사람들은 모두 하늘이 내린 특별한 은혜가 있습니다. 적어도 '교사'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교직'을 선택한 사람들은 악한 사람이 없습니다. (가끔 그런 교사가 뉴스에 나오기는 하지만 뉴스에 나오는 그 사람이 나쁜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중에서도 어린 연령의 아이들을 양육하는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는 가르침의 역할과 부모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한 반으로 엮인 여러 아이들을 살피고 가르칩니다. 교사는 물질적으로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가끔 유아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제게 묻습니다.
"설날, 스승의 날, 추석 선물은 어떤 것을 해야 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물질로 무엇인가 하려고 하지 말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편지를 써드려. 그게 더 고마울 거야."
"다른 엄마들은 선물을 다 하는데 내 아이만 안 하면 안 되잖아."
"다 되돌려줄 거야.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지자체에서 '청렴학교 캠페인'을 하고 있어. 선생님들 곤란하시지 않도록 아무것도 하지 마. 그래도 괜찮아."
교사들은 나에게 온 아이들을 모두 귀히 여깁니다. 물론 사람인지라 손길이 덜 가고 마음이 덜 쓰이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특성에 맞춰 관찰하고 교사로서 역량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교직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정직하고 청렴하게,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부끄럽지 않은 언행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교사가 부모님께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한 믿고 맡겨주시면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잘 자랄 것입니다.
우리 아이 첫 학교 05.
선생님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교사는 아이들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돌보는 보호자의 역할과 교육 과정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부모에게서 사회로 첫 발을 떼는 아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교사와의 애착 형성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아이들의 놀이 상대가 되어 각각의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요즘은 학부모의 궁금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키즈노트], [각종 블로그나 카페]등을 통해 매일 활동사진을 올려주고, 아이의 생활을 짧게 기록해서 보내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노력은 학부모의 알 권리에 대한 노력입니다. 사실,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또한 교사에게는 업무의 연속이 되는 일이므로 특별한 일 없이 평안하게 하루를 보냈다면 매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학부모가 직접 건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는 유아 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돕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에서 교사는 부모만큼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믿음이 있는 존재로 아이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교사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사의 성장은 학부모의 믿음에서 나옵니다. 내 아이를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을 묵묵히 해 내고 있는 교사가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믿음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교사의 나이가 어리다고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자녀 앞에서 교사의 험담을 하면 아이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 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혹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을 다녀온 후 불편했던 이야기를 전달하거든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캐내듯 묻지 마시고 먼저 담임교사에게 확인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사가 교실을 잠시 비웠을 때 일어난 일이라 담임교사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위여부를 확인할 시간을 주셔서 조율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녀에게 거듭 질문을 하면 자녀도 당황하여 질문에 이끌린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에서 가정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언어전달장, 마주이야기, 주말 지낸 이야기 생각해오기, 받아쓰기 연습, 책 읽기와 같은 숙제를 내줄 때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유치원(어린이집)에서 배운 것들을 실생활에서 기억하고 확인하며 활용해 보는 활동을 가정에서도 함께 해주면 아이의 학습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유치원(어린이집)은 우리 아이의 첫 학교입니다. 엄마품을 떠나 사회 속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첫 기관을 보내며 걱정과 대견함이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는 내 자녀 한 명이지만, 교사는 여러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양육하고 관찰하며 가르칩니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고, 미처 챙기지 못해 서운함이 생기시더라도 자녀가 잘 적응하고 즐거워한다면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혼의 교사들은 아이들의 양육에 관하여 조금 미숙할 수 있습니다. 교사에게도 성장할 기회를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