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유식을 일찍 시작했어요. 엄마 말씀이 아기 때 아파서 이유식으로 젖을 대신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먹는 것'에는 자신 있었어요. 가리는 것 없이 뭐든 잘 먹죠. 밥이요? 저의 최애 음식이에요. 아기라고 얕보시면 안 돼요. 8살 많은 누나보다도 많이 먹거든요. 누나는 잘 먹지 않아서 엄마가 많이 속상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밥도 잘 먹고, 과일도, 채소도 아주아주 잘 먹어요. 그래서 엄마가 많이 예뻐해 주셔요.
"엄마는 밥 잘 먹는 아이가 제일 좋아!"
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제가 얼마나 잘 먹는지 한 번 보시겠어요?
엄마는 밥을 자꾸 숟가락으로 먹으라고 하시는데 제 숟가락 보이시죠? 아니, 이렇게 작은 숟가락으로 언제 밥을 다 먹겠어요. 제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숟가락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저도 커다란 숟가락을 달라고요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손으로 먹자!'하고 손으로 먹는 중이에요. 엄마가 보실 땐 숟가락으로 먹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 숟가락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어요. 보이세요? 제 양손잡이 신공이??
밥은 손맛이 들어가야 제맛이죠. 손가락도 쩝쩝, 밥도 쩝쩝~ '음~' 역시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 저는 소고기는 좋아하는데 닭고기랑 돼지고기가 들어간 이유식은 좋아하지 않아요. 맛이 없거든요. 고기는 역시 소고기가 최고예요. 우리 엄마는요, 눈치도 엄청 빠르세요. 제가 잘 안 먹으니 싫어하는 줄 딱 알아보시고 소고기를 듬뿍 넣어서 만들어주시죠. 말도 안 하는데 어떻게 아실까요? 신기하지 않나요??
"어? 저제 뭐지?"
처음 보는 건데... 냄새가... 음~ 향긋한 냄새가 나네요? 먹는 건가?
"읍~ 쓰고 시고 달고..."
이렇게 먹는 게 맞는 걸까요? '왕~~~' 한 입 크게 다시 한번...
안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요. 새콤 달콤한 게 맛있네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나는 안 줬지? 엄마가 보지 않을 때 먹어보려고 했는데 혼자서는 어려워요. 어떡하죠? 엄마를 불러야 할까요? 다리랑, 방이랑 다 엉망이 되었는데 혹시 엄마가 "이노~ㅁ~~" 하시는 건 아니겠죠?
"ㅇㅓㅁㅁㅏㅇㅣㄱㅓㅁㅏㅅㅣㄸㅓ" 조금 있으면 엄마가 달려오실 거예요. 어디 계시든 제가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오시거든요.
누나가 좋아하는 과자인데 누나는 여기에 우유를 넣어서 먹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먹는 게 더 맛있어요. 바삭바삭, 달콤 달콤하거든요. 그런데 너무 작아요. 커~다랗게 만들면 좋을 텐데 먹기가 너무 불편해요.
하나씩 집어서 요렇게 입에 쏙~ 넣으면... 음~ 맛있어.... '어라?' 손바닥에도 너무 많이 붙어있네요. 엄마가 보시면 '동글아~ 침이 잔뜩 묻었잖아. 씻어야겠다.' 하시겠어요. 먹다 말고 씻기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그렇죠?
누나 과자 이름이 되게 어려워요. '콘푸로스트'라나요?? 이름은 어렵지만 달콤한 맛이 아주 일품이에요. 이렇게 맛있는걸 누나만 주고 저한테는 항상 아기과자를 주시거든요. 아기과자도 맛있지만 누나 과자가 훨씬 맛있어요. 아기과자는 왜 맛없게 만들까요? 누나 꺼처럼 이렇게 달콤하게 만들면 좋을 텐데요... 누나가 학교에서 오면
"동글아!! 너 아기가 이런 거 먹으면 안 돼!"
라고 할 거예요. 누나는 잔소리쟁이거든요. 어쩔 때는 누나가 엄마 같아요. 비밀인데요~ 누나가 엄마보다 잔소리가 훨씬 심해요. 어쩔 때는 눈을 무섭게 뜨고 "동글이 안돼!!"라고 하거든요. 엄청 무서워요.
제가 좋아하는 수박이에요. 달콤하고 아삭아삭 맛이 있어요. 이제 엄마는 숟가락이나 포크로 먹이는 것은 포기하셨어요. 그냥 손으로 먹으라고 손을 씻어주시죠. 눈치도 빠른 엄마는 완전 센스쟁이세요. 그래도 포크는 주신답니다. 손에 꼭 쥐고 있기는 한데 먹는 건 손으로 먹어요. 네모나게 썰어주신 수박은 하나씩 집어먹기 딱 좋아요.
보이시죠? 어쩜 이렇게 한 입에 쏙 들어가게 잘 잘라주실까요? 엄마는 내 속에 들어왔다 가신 것처럼 배고픈 것도 미리 아시고 간식도 미리 척척 챙겨주세요. 배고플 새 없이 챙겨주셔서 '앙앙' 울 필요가 없다니까요? 제가 맨날 방실방실 웃는 것은 샌스 쟁이 엄마 덕분이에요. 달콤한 수박은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요.
잠시만요... 제가 우리 집 안 가본 곳이 없는데 '저~ 기만' 못 가거든요. 저는 들어가면 안 된대요. 문을 꼭꼭 닫아두는데.. 보이세요? 문이 살짝 열려있네요? 기회는 이때예요. 얼른 가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살펴봐야겠어요. 아빠랑 엄마랑 누나는 매일 저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거리거든요.
'쉿~ 소리 내면 안돼요.' 엄마가 오시기 전에 제가 들어가 봐야 하거든요. '아니 아니, 조용히 해 주세요.' 잠깐 뒤 좀 봐주시겠어요? 엄마가 나타나면 꼭 알려주셔야 해요? 제가 궁금한 건 또 못 참거든요.
어디 보자. 뚜껑을 이렇게 열어서... '응? 뭐지? 물이 들어있네?' 이건 뭘 하는 걸까요? 여기 옆에도... 신기한 것이 잔뜩 있어요. 어, 어, 어... 엄마가 다가오는 소리... 들리세요?
"동글아~ 화장실은 들어가면 안 돼. 지지야."
들으셨죠? 오늘은 이 정도만 살펴봐야겠어요. 오늘 작전은 실패예요.
제가 좋아하는 과일은 '자두'예요. 너무너무 맛있어요. 누나는 자두를 잘 못 먹어서 엄마가 매번 잘라서 접시에 담아주시거든요? 씨 부분이 너무 시다고 그냥 먹는 게 싫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요, 새콤 달콤한 자두가 너무 좋아요. 물론 먹고 나면 얼굴이 자두로 범벅이 돼서 엄마가 저를 안고 냅다 세면대로 가서 벅벅 씻겨주시는 게 조금 귀찮기는 해요. 하지만 너무 맛있어요.
이렇게 껍질을 베어서 '양양...' 씹으면 정말 새콤해요. 그리고 한입 가득 '앙~' 베어 물면 과즙이 주르륵 나오거든요. 이 맛이죠. 완전 제가 좋아하는 맛이에요. 정말 맛있어요. 오늘은 2개 먹을 거예요. 제가 먹는 것만 봐도 침이 고이신다고요? 그런 맛으로 먹는 거죠. 그렇죠? 엄마는 제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시대요. 이상하죠? 제가 먹는데 왜 엄마가 배가 부를까요?
배도 부르고 하니 탑 쌓기를 해 볼 거예요. 탑 쌓기는 장난감보다 쌀통이 제격이에요.
'쉿~ 여기서도 조용히 해 주셔야 해요. 엄마가 오시면 강제로 끌려나갈 수 있어요.'
이렇게 쌓아서 하나씩 올리면... '아이코' 자꾸 미끄러지네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요. 하나씩 올려주고 다 쌓으면 끝~
다 놀면 정리하는 거라고 엄마가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큰 통에 하나씩 넣어요. 정리까지 마치면 엄마가 칭찬해 주실 거예요.
혹시 이 과자 아세요? 아기과자인데요? 뻥튀기 맛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과자라서 엄마가 잘 사주세요. 하나씩 꺼내 먹으면 고소하고 맛있어요. 오늘은 딸기맛으로 엄마가 사주셨어요. 머리요? 누나가 이렇게 머리띠를 해 주었어요. 귀엽나요?
오늘은 친구를 만나러 잠깐 나들이 나온 거예요. 여자 친구인데요 너무 귀엽죠? 제가 좋아하는 과자지만 친구랑 나눠먹을 거예요. 멋지고 매너 있게 먹여줘 보려고요. '아~ 해봐!' 하니까 예주가 입을 동그랗게 벌리네요. '아코, 너무 이쁘죠?' 제 친구예요. 친구 하나, 나 하나, 사이좋게 냠냠 나눠먹는 맛이 일품이에요.
제가 자꾸 쏟는다고 엄마가 과자 그릇을 사주셨어요. 그런데 이거 정말 먹기 불편해요. '나참, 쏟으면 집어먹는 맛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그릇에 넣으면 쏟아지지 않아요. 그런데 하나씩 꺼내먹어야 해요. 한 주먹씩 입에 '왕~' 넣어서 와구와구 먹어야 맛있는데 하나씩밖에 꺼내지지 않아서 답답해요.
음... 어떤 맛이 나고요? 드셔 보시겠어요? 어때요? 맛있죠?? 제가 괜히 잘 먹는 게 아니라니까요? 엄마가 맛있는 과자를 많이 많이 사주시고, 매일 다른 것을 주셔서 오늘은 무엇을 주실지 궁금하기도 해요. 하나 더 드릴까요? 어때요? 미소가 저절로 나오시죠? 이런 맛에 제가 아주 맛있게 먹는 거라니까요?
잠이 오는데 누나가 사과를 줬어요. 혀끝을 대어보니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나네요? 먹을까? 말까? 아이고... 잠이 쏟아져요. 눈꺼풀이 왜 이렇게 무겁지? 몸에도 힘이 없어요.
그래도 사과를 줬으니까 먹고 자야겠죠? 씹기는 씹어야 하는데... 잠이 와요... 이러다가 그냥 잠이 드는 건 아니겠죠?
※ 동글이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채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열]과 [탈수]에 관하여...
동글이의 하루는 먹고, 놀고, 자고...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매일매일 자라고 매일매일 새로움을 주었습니다. 맑고 밝게 잘 자라 준 동글이는 매일이 왜 그리 신이 나는지 찡그리거나 울며 떼를 쓴 적이 없어요. 늘 방긋방긋 웃어주는 미소천사였죠.
동글이는 열이 나도 잘 놀고 잘 먹었어요. 한 번은 열이 43.6℃를 찍어서 응급실 의사 선생님께서 체온계가 고장 난 줄 아시기도 하셨어요. 한번 열이 오르면 40℃를 웃돌도록 열이 올라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이예요. 그래서 저만의 민간요법이지만 빨리 열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열이 38℃를 넘어도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 마세요. 열이 나는 것은 아이 몸이 병균과 싸우느라 반응하는 거니까 열이 조금 나는 것은 좋은 점도 있어요. 열이 조금 오른다고 해열제를 자주 먹이면 병균과 싸울 시간이 없어서 오히려 열이 더 오래가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열이 나는데 아이가 평소와 다름없이 잘 놀면 병원 처방에 맞게 약을 주고 중간에 열이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를 벗겨 놓은 채 따뜻한 물을 몸에 발라줘요. 몸에 물을 바르면 물이 증발하면서 열도 같이 빠져나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수건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물수건은 얹고 있어야 하고 자주 빨아서 교체해 줘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도 하죠. 그런데 따뜻한 물을 몸에 발라 주는 것은 물수건을 얹고 있는 것보다 수월해요. 물수건을 얹으면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물을 발라 주면 움직이는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아서 좋아요. 아기가 다른 놀이에 집중하면 아픈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벗겨둔 채 놀리면서 따뜻한 물을 계속 발라주세요.
열이 나더라도 아이가 밤에 잠을 잘 잔다면 일부터 깨워서 약을 먹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대신 이마, 목, 겨드랑이, 등, 사타구니 안쪽, 성기 부분에 따뜻한 물을 계속 발라주세요. 차가운 물은 아기가 놀랄 수 있으니 되도록 체온보다 살짝 높거나 비슷한 물의 온도로 계속 발라주시면 돼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가 땀이 푹~ 난다면 열이 떨어진 거예요. 열이 떨어지며 오한이 올 수 있으니 땀이 나고 열이 떨어지면 얇은 거즈 이불을 덮어주시는 게 좋아요.
혹시 열은 37.6℃~38℃ 사이를 웃도는데 아이가 놀지 않고 누워있거니 쳐지면 [탈수]를 의심해 보셔야 해요. 아이들은 열이나도 움직일 만하면 계속 놀거든요. 아이가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으려고 하면 곧장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아이에게 탈수는 출혈만큼 위험해요. 첫째를 키울 때 상식이 부족해서 아이가 계속 자길래 그냥 두었다가 위험했던 적이 있거든요. 아이들은 아파도 놀고 움직인답니다. 혹시나 열이 미열 상태일지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꼭 병원으로 신속히 가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제가 유치원을 운영하며 1000명의 원생을 졸업시킨 것보다 어려웠어요.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마주하는 것과 낳고 키우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키우며 교사로서의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죠. 그리고 '기다림'을 배웠어요. 아이들이 어려도 자기 생각이 다 있어서 조금 더디더라도 기다려주면 알아서 제 할 일을 찾아 하는 것을 보게 돼요.
어른이라서 아이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아이를 키워보면 오히려 아이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일 큰 가르침은 '순리'를 따르는 것이었어요. 때를 기다리고 순리대로 따랐더니 어느새 아이가 자라서 제 발로 서고, 걷고, 소대변도 가리고, 의사표현도 정확히 하며 어느새 엄마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잘해 나가더라고요.
부모가 되었다고 자식을 키우려 하니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자식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커가는 것을 지켜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오늘도 스스로의 삶을 생각하고 결정하며 한 걸음씩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을 풍파로부터 지켜주고, 헤쳐나가도록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걱정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