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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25. 2021

바삭바삭 고소고소 '알배추 전'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밖에 안 먹은 사람은 없다."

김장철이 돌아왔습니다. 11월이 되면 겨우 내 식탁을 책임질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되겠죠? 지역마다 집집마다 담그는 방법도 양념도 다른 김치는 어쩜 그리 신기할까요? 들어가는 재료도 비슷하고 만드는 방법도 비슷한데 똑같은 맛을 내는 김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람의 생김새가 각기 다르듯 말이에요.


김장을 담그기 위해 시간을 맞추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담가질 김치보다 곁들일 보쌈에 더 마음이 쏠려서 언제쯤 버물버물 곁들일 김치가 만들어질까 기다리는 재미가 있죠. '제보다 젯밥'이라는 옛말 그른 것 없는 듯합니다. 말은 김장을 도우러, 마음은 엄마가 버무려 주신 맛있는 새 김치와 보쌈!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진심 아닐까요?


그래도 대 가족의 김장 품앗이는 좀 낫습니다. 저희 집처럼 자식이 오직 저 하나인 집에서는 하는 일은 같은데 손길이 부족해서 더 많이 분주합니다. 그래도 할 건 다 합니다. 김치도 담그고 보쌈용 수육도 고, 배추 속으로 '배추전'도 굽고, 한 상 차려내면 김장하느라 쥐어짠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죠.


아버지 텃밭에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텃밭에는 배추, 무, 열무, 갓, 대파, 부추 등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 수확을 하게 되겠죠. 자라는 채소들을 보며 마음이 두근두근, 오들오들 떨리는 것은 쉿~ 비밀이에요. 일거리가 무서운 사십팔 살의 연약한(^^;) 주부랍니다.




김장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배추를 떠올리니 '알배추 전'이 갑자기 생각나서 새벽 배송으로 채소를 주문받았습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실 '알배추' 하나만 필요했거든요? 배추값은 3,490원이었는데 배송비 절감을 위한 최소금액 4만 원을 맞추기 위해서 간식거리를 4만 원어치 샀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 저만 이러는 건 아니죠?


배추를 사러 동네 슈퍼에 다녀왔다면 3천 원이면 됐을 텐데 인터넷으로 장을 보니 4만 원을 쓴 거 아니냐고 살림살이를 맡겨도 되겠냐고 혹시!! 이야기하고픈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간식을 쟁였더니 아침부터 가족들이 잘 챙겨 드시고 계시니 사길 잘한 것으로 땅땅땅!!! 정리했습니다. 제가요... ^^;


그럼, 이제 재료는 간단하고 만들기도 쉽지만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밖에 안 먹은 사람은 없다"는 로운의 '알배추 전!' 시작해 볼까요?




바삭바삭 고소고소 '알배추 전' 만들기


재료 : 알배추, 부침가루, 튀김가루, 물



새벽 배송으로 받은 신선한 알배추입니다. 겉잎은 크고 하얀 줄기 부분이 꺼우니 몇 잎 걷어내서 된장국을 끓일 때 사용하고 중간 부분부터 배추전으로 사용하려 해요. 잎 부분이 더 바삭하고 맛있어서 잎 부분만 잘라내어 전을 부치셔도 좋습니다. 평소에는 잎 부분은 전으로 줄기 부분은 맑은 장국을 끓일 때 사용하는데 오늘은 사진을 찍어 브런치 글 벗님들께 보여드려야 해서 정석대로 준비해 보았어요. 사실 편법이 더 이로울 때가 있잖아요? 배추전은 줄기보다는 잎 부분이 훨씬 맛이 좋으니 가정에서 만들어 드실 때 잎 부분만 잘라서 부쳐보세요. 아주~ 꿀맛! 이랍니다.


왼 쪽 X / 오른쪽 OK!

배추를 씻어서 물기를 뺴주셔야 해요. 오목한 쪽으로 엎어서 정리해 주세요.



반죽을 하는 동안 물기가 빠지겠죠? 엎어서 물기를 빼주는 것! 잊지 마세요~



튀김가루와 부침가루를 1:1로 섞어서 사용할 거예요. 튀김가루가 조금 더 바삭한 맛이 나거든요. 두 가지를 섞어서 반죽하면 잘 타지 않고 바삭한 맛이 더 살아납니다.



반죽은 차가운 탄산수 또는 차가운 생수와 식용유 1~2큰술 정도 넣고 반죽을 해 주세요. 탄산수가 들어가면 더 바삭바삭합니다. 탄산수가 없다면 얼음물로 반죽을 해주셔도 좋아요.



반죽의 점도는 반죽이 미끄러지듯 후루룩 떨어지는 정도가 좋습니다. 너무 되직하면 튀김옷이 두꺼워지고, 너무 묽으면 바삭한 식감이 없어지니까요.





알배추가 살아있어 숨을 조금 죽여주려면 반죽을 미리 묻혀두는 것이 좋아요. 하나씩 반죽을 골고루 묻혀주세요.



애써 묻힌 반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뒤집어서 놓아주세요. 씻을 때와 반대죠? 반죽이 알배추에 머물도록 해 주면 반죽의 소금기가 어우러져 살짝 숨이 죽는 효과도 있어요.



배추가 커다래서 손으로 반죽을 감싸듯이 얹어 프라이팬에 올려주세요.



뒤집개로 중간중간 하얀 줄기 부분을 꾹꾹 눌러 숨을 죽여주시면서 구워주세요. 배추전은 바삭한 게 제맛이거든요. 기름은 넉넉하게 부어주세요. 앞 뒤로 자주 뒤집어 주셔서 타지 않게 해 주세요. 노릇노릇 구워지면 완성!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졌어요. 접시에 놓을 때는 한 입 크기로 잘라서 놓아주세요.



아침부터 기름 냄새 풍겼으니 아래층 동생집에 가져다줄 알배추 전도 챙겨두었어요. 오늘 조금 부지런을 떨었더니 동생집 아침식사 전에 가져다줄 수 있었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배추전을 보더니 너무 반가워하네요. 아무래도 저는 안 보이는 듯했습니다. 덩그러니 배추전을 담은 접시만 보였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면 오늘 미션은 성공입니다.



남편과 동글이의 1인 식탁입니다. 두 남성분이 너무도 좋아하는 어묵탕과 배추전, 김치와 밥이 전부이지만 좋아하는 반찬으로만 채운 식판은 충분히 풍성했습니다. 밑반찬을 먹으면 밥상을 준비하기가 편한데 밑반찬이라고는 김치만 먹습니다. 즉석에서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가족들 덕분에 매 끼 한 가지 정도는 새로운 음식이 필요하죠. 그래도 반찬 투정을 하는 것은 아니니 한 가지 정도는 기쁜 마음으로 만들어줍니다. 오늘 아침은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깔끔하고 칼칼한 어묵탕에 고소고소 바삭바삭한 알배추 전으로 아침 식탁을 채워주었습니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은 솜씨가 좋든, 없든 간에 주부의 사랑이 가득 들어갑니다. 때로는 게을러져서 대충 때우기도 하지만 그렇게 식탁을 준비해주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천상 주부가 맞는 듯해요. 되도록 가족이 모두 모여있는 주말에는 잘 챙겨 먹이고픈 마음이 듭니다. 요즘은 집에 머무는 날들이 너무 많아져서 거의 매끼 새 반찬을 준비하게 되지만 "꿀 맛이야!!"라고 특급칭찬을 아끼지 않는 동글이 덕분에 힘이 나네요.


오늘 동글이의 배추전은 줄기 부분만 남아서 주방으로 되돌아왔답니다. 사람 입맛이 비슷비슷해서 역시 잎 부분이 더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전으로도 된장국으로도 활용 가능한 알배추! 전을 부치실 때는 잎 부분만 사용해서 부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맛있는 식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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