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김장하며 담근 총각무 김치는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그런데 겨울이 지난 후 김치통에는 총각무의 무는사라지고, 무청만 가득 남게 되었습니다. 총각무의 무만 달랑달랑 먹게 돼서 달랑무 김치라는 이름을 얻은 건 아닐까요? 우리 집만 무만 골라먹는 것인지, 다른 집도 무만 골라먹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총각무 김치의 무가 무청보다 더 입맛에 맞아 무만 달랑달랑 꺼내 먹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총각무 김치의 무청만 남았을 때 어떻게 드시나요?
저는 멸치다시육수에 된장을 풀어 무청 넣고 뭉근히 졸인 '무청 된장 지짐'을 좋아합니다. 은근 밥도둑이라서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입니다. 가끔 남편이,
"할머니처럼 이런 반찬을 잘 만들더라.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라고 합니다. 특별히 배운 것은 아닌데 아마도 할머니 손에 자라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듯한) 개운한 반찬을 잘 먹습니다. 먹으면 개운하고, 소화도 잘 되는 무청 시래기는 건강에도 좋다니 일석이조입니다.
6. 자작하게 졸아들면 완성! 다진 파 듬뿍 얹어 한 소끔 끓인 후 그릇에 담아 맛있게 냠냠!!
※ 무청 시래깃국 끓이는 방법
① 끓는 물에 무청을 보글보글 끓인 후 무청을 건져내지 않은 채 그대로 식힌 후
② 새 물을 받아 무청을 건져 넣은 후 다시 한번 끓여내면 무청이 보들보들해집니다.
③ 두 번 삶아 보드라워진 무청으로 된장국을 끓이면 맛있는 시래기 된장국으로 짜잔~ 변신하게 되죠.
※ 마른 나물류(고사리, 취나물, 말린 시래기 등) 삶는 방법
① 마른 나물류(고사리, 취나물, 말린 시래기 등)를 삶을 때는
② 나물을 푹 삶은 뒤 그 물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식힌 후
③ 새 물을 받아 ②의 삶은 나물을 건져 넣은 후 다시 한번 삶아줍니다.
④ ③의 나물의 질긴 정도를 확인한 후 보들보들 잘 삶아졌으면 건져내어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줍니다.
※ 혹시 삶아진 정도가 조금 거칠다면 그대로 식힌 후 찬물에 헹궈내면 조금 더 보드라워집니다.
▷ 영양도 좋고 맛도 좋은 나물 삶기 방법입니다. 나물을 삶을 때 물을 바꿔가며 삶는 것보다 삶아진 물에 그대로 식혀가며 삶은 것이 훨씬 맛있고 영양소도 유지되며 부드럽게 삶아집니다. 기억해두셨다가 말린 나물 삶으실 때 이 방법으로 삶아보세요.
산책길에는 초록초록 새순이 조금씩 올라오고, 벚나무와 개나리 가지에 꽃봉오리가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목련의 몽우리가 조금씩 자라며 자기 색을 입히고, 까치는 마른 가지를 입에 물고 둥지 만들기에 분주합니다.
동물의 세계는 냉정해서 보다 크고, 튼튼한 집을 지은 수컷이 암컷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수컷의 5% 정도만 짝짓기에 성공한다고 하니 집 짓는 까치가 집 짖기에 얼마나 진심일지 알 것도 같습니다.
봄내음이 가득해지니 꿈꿈 하고 시큼한 묵은지의 깊은 맛보다, 봄동 겉절이가 더 생각나네요.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계절이 바뀌면 먹고 싶은 음식도 달라지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향긋한 달래 냉이 된장국에 뜨끈한 콩나물밥을 지어 달래 간장에 쓱쓱 비벼서 새콤달콤한 돌나물을 무친 후 곁들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