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적 싸움이다.
라면 때문에 화가 날 때,
큰맘 먹고 정성껏 7첩 반상쯤 차렸는데 남편이 다가오며,
"라면 하나 끓일까?"
라고 할 때!
아침에 눈을 뜨며 동글이가
"엄마 오늘 아침은 라면 주면 안 돼?"
라고 깜찍한 목소리로 애교 부릴 때!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데 창밖으로 솔솔~
라면 냄새가 스멀스멀 우리 집 거실 창으로
감히! 함부로! 넘나들 때!!
라면의 유혹은 정말 참기 힘든데
제발 밤에는 라면으로 시험에 들지 않게 해 주소서...
아침에 눈을 뜬 동글이가
"엄마, 오늘 아침은 뭐야?"
"응~ 네가 좋아하는 육개장이랑 밥 먹으려고..."
"나 그럼 육개장에 라면사리 넣어주면 안 돼?"
"아침부터 라면 먹으려고?"
"응. 라면이 당기네~?"
"그냥 밥 먹자~ 응? 엄마가 맛있는 육개장으로 준비해 뒀단 말이야."
"그럼, 학교 갔다 오면 라면 끓여주기다!"
라면이 뭐라고...
산해진미도 욘석을 이길 재간이 없다.
아무것도 없이
뜨끈한 라면 한 그릇만 있어도 한 끼는 너끈히 해결된다.
아쉬우면 김치를 곁들여도 좋고,
이상하게 움찔움찔 무언가 채워 넣어야 마음이 편할라치면 계란 하나 투척!
이 정도면 산해진미 부럽잖다.
나도 안다.
라면만큼 가성비 대비 만족도가 큰 음식은 없다는 걸 말이다.
까짓 거! 끓인다. 내가...
동글아~ 너는 모르겠지만 나도 라면 주는 게 편하단다.
잘 챙겨 먹이고픈 엄마 마음이랑 라면을 바꾸다니... 아주 섭섭하다...
동글이가 좋아하는 매운맛 너구리 속 다시마를 조각조각 잘게 자른다.
냉수에 다시마와 건더기 수프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다시마 물을 우려낸 후
불을 줄여 라면 수프를 먼저 넣는다. (센 불에 수프를 넣으면 물이 넘쳐 가스레인지가 엉망진창이 된다. 앗! 짜증~)
그리고 라면 투척!
2분쯤 끓었을 때 계란을 넣는다.
계란은 절대 풀어헤치면 안 된다. (계란이 풀어지면 라면 국물이 텁텁해지고, 계란이 흩어져 국물을 먹지 않는 동글이는 계란을 맛볼 수 없어진다.)
그리고 1~2분 센 불에 끓여내면 끝!!
면을 건져 그릇에 담고, 수란을 위에 곱게 올린 후 다시마를 동동 띄우면,
계란 하나 얹어 그나마 맘 편해진 수란라면 완성!
진수성찬 차려준 것보다 백배는 더 해맑은 표정으로
"엄마, 정말 정말 고마워. 엄청 맛있겠다."
진심 고마워 보인다.
라면이 뭐라고...
10분도 안 걸리는 라면과 세 시간쯤 걸린 나물 비빔밥이랑 견줘도 당연 라면의 압승이다.
에잇! 걍 매일 라면만 줄까 보다...
라면~
너란 녀석~
정말 요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