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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l 01. 2022

이래 봬도 "달고나"

아이가 손가락을 데었어요. (화상 사고 안전 예방)

마을 잔치에서 아빠와 함께 달고나를 만들었던 동글이가 솜씨자랑을 하고픈 모양입니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며칠 째 저 혼자 달고나를 만들어보겠다며 성화입니다.


"엄마, 나 달고나 만들어보고 싶어."

"쉬워 보여도 불을 사용하는 거라 위험해."

"아니야. 나, 아빠랑도 만들어봤어. 잘할 수 있어."

"설탕이 녹으면 물보다 온도가 높아서 자칫 잘못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어."

"그럼 엄마가 옆에서 봐주면 되잖아."


이쯤 되면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히 보이는 겁니다. 해보고픈 욕구가 있을 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겠죠.


달고나 도구, 설탕과 소다, 실리콘 매트를 준비해 았습니다. 달고나 국자에 설탕을 두 스푼 넣어주고 불 조절을 해 주었죠. 그리고 바깥에서 안쪽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모으듯 천천히 녹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설탕을 녹이고 있는 동글이입니다. 차분하게 불 바깥쪽으로 국자를 두고 조금씩 녹여갑니다. 스스로도 뿌듯한지 연신,


"엄마, 나 엄청 잘하지~"

"거봐~ 내가 잘할 수 있다고 했지?"



설탕이 녹은 후 소다를 약간 넣어주었습니다.


"동글아, 소다를 넣은 후에는 빠르게 저어야 해. 불을 끄고 설탕의 잔열만 사용해도 충분해."

"그래? 알았어."


저을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달고나를 보며 동글이의 음성도 함께 들떠 오릅니다.


"오~~~~ 엄마, 나 진짜 잘하는 것 같아. 엄청 잘하지?"

"차분하게 잘하네. 정말 잘하는걸?"



실리콘 매트 위에 달고나를 부어봅니다. 뜨거울까 봐 누름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니 쏟아내려 진 달고나가 좀... 상상이 되는 모양이지만 동글이의 첫 번째 달고나는 대 성공입니다.


"엄마, 나 다시 해봐도 돼?"

"그럼... 두 번째 만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응. 쉽네~"

"쉽다고 생각할 때 사고가 나는 거야. 불은 위험하니까 언제나 조심해서 사용해야 해."

"걱정하지 마! 봐봐. 지금도 잘했잖아. 누나~ 내가 만든 달고나 먹어볼래?"


동글이가 만든 달고나는 엄청 맛있었습니다. 입 짧은 앵글이가 칭찬할 맛이었죠. 이후 동글이는 두 번 더 달고나를 만들었어요. 자신감이 붙었는지 척척 만들어내는 것에 스스로 뿌듯했던지,


"엄마, 나 달고나 만드는 거 사진 찍어줘. 그리고 엄마가 글로 써주면 안 돼?"

"되지. 자랑하고 싶어?"

"응. 엄청~"


며칠이 지나도 달고나 글 소식이 없으니 매일 출근도장 찍듯 물어봅니다.


"엄마, 내 거 달고나 글 썼어?"

"아직."

"왜~?"

"좀 바빴어."

"에이~ 빨리 읽고 싶은데..."

"동글이가 쓰는 건 어때?"

"아니야... 엄마가 써주는 게 더 좋아."


마을공동체 수업 안을 짜느라 회의 중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응. 동글아 왜~?"

"엄마, 나 달고나 만들어도 돼?"

"혼자?"

"응. 내가 조심해서 해볼게."

"안돼. 혼자서 불을 사용하다 데일 수도 있잖아. 어른이 없을 때 불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해."

"내가 진짜 조심조심해볼게."


회의는 진행 중이고, 전화 때문에 대화의 맥이 끊겨 모두 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동글이는 불을 사용하겠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얼른 전화를 끊어야 하는데 기어코 혼자서라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주장하네요.


"동글아, 불은 정말 위험한 거야. 그리고 설탕이 녹으면 엄청 뜨거워. 진짜 조심해야 해."

"엄마, 내가 진짜 조심해서 해볼게."


전화를 끊고 이어서 회의를 진행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을 무렵 전화벨이 울립니다. 순간 덜컥!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스쳐 지나갑니다.


"엄마, 내가 달고나 만들다가 손가락에 설탕이 튀었어. 엄마, 어떻게... 엄청 아파... 엄마 빨리 와... 엉엉~"


녹인 설탕이 손가락에 튀어 놀라고 뜨겁고 따갑다며 발을 동동이는 동글이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동글아, 엄마 회의 거의 다 끝나가. 금방 올라갈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무슨 정신으로 회의 마무리를 했는지도 모르게 정리를 하고 집으로 뛰어가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엄마, 왜 이렇게 안와~ 나 무서워..."

"엄마 지금 1층 엘리베이터 앞이야. 너 그런데 지금 어디니?"

"엄마 찾으러 가려고 나왔지."

"엄마가 간다고 했는데 왜 나왔어. 집에 들어가 있어. 지금 올라가고 있어."

"엄마아~~~ 왜 이렇게 늦게 와... 금방 온댔잖아."

"최대한 빨리 온 거야. 1분만 기다려."

"내가 10분이나 기다렸거든? 아프다고... 엉엉~"


집에 올라가 보니 찬물에 손가락을 담근 채 눈물범벅이 된 동글이가 보입니다. 아이를 달래고 화상연고를 얹어 대일밴드를 붙여주었습니다.


"엄마, 내가 물 뜨고, 얼음 넣어서 담그고 있었어."

"데었을 때 얼음물에 담그는 건 어떻게 알았어?"

"학교에서 안전 교육할 때 배웠지."

"잘했네... 그런데 동글아~ 엄마가 왜 어른이 안 계실 때 불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알았지?"

"응. 이제는 혼자 있을 때 안 만들 거야."

"그래. 불과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건 위험해. 어른들이 안 계실 때는 절대 만져서는 안 돼."

"엄마, 근데 이거 3도 화상이야?"

"아니, 2도 화상 정도 돼."

"그럼 병원 가야 해?"

"물집이 터지고 진물이 나면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겠지만, 상처부위도 작고 물집이 올라와있는 상태라서 동글이가 일부러 만져서 터트리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화상연고도 발랐으니까 대일밴드 떼어내지 말고 조심하렴.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물집이 사그라든 후 쪼글쪼글 변하다가 지금은 변색된 상처만 남아있습니다. 볼 때마다 영웅담 말하듯 그날을 회상하는 동글이입니다.


며칠 후,


"엄마, 친구들이 달고나 만들다가 데었다고 하니까 걱정해줬어."

"그래? 고마운 친구들이네."

"그런데 사랑이가 데인 곳 많이 아프지 않으면 달고나 만들어서 놀이터로 오래."

"뭐?? 걱정했다며~?"

"응. 많이 걱정해줬지."

"그런데 달고나를 만들어오래?"

"응. 내가 만든 달고나 먹고 싶대."

"안 되겠다. 그럼, 엄마가 프라이팬에다 한꺼번에 만들어줄게."

"정말? 엄마, 진짜 고마워~"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인가 봅니다. 하는 수 없이 작은 프라이팬에 설탕을 녹인 후 달고나 막대를 6개 만들어 주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나누어준다며 신나게 뛰어 나가는 동글이의 뒷모습에서 으쓱으쓱 기가 쑥쑥 올라가는 듯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죠?

 


동글이는 달고나 막대 사탕으로,

저는 달고나 커피로 달달한 오후를 보내봅니다. 오후에는 꼭 디카페인 커피로...


나만의 달고나커피 만드는 법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덧.


오징어 게임 이후 달고나 열풍이 일었었죠? 작년 이맘때 달고나 세트 품귀현상이 일어 마을 잔치 때 사용하려던 달고나 세트가 제 때 도착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달고나를 만들기 위해서 설탕을 프라이팬이나 국자 등에 녹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손이나 팔, 발등 부위에 설탕물이 떨어져 화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설탕을 녹인 물에 입는 달고나 화상을 접촉 화상이라고 합니다.


설탕물은 특히 물보다 점도가 높아 피부와 닿았을 때 흘러내리는 속도가 매우 늦어 화상 부위가 좁다고 해도 접촉 시간이 길어져 깊은 화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요.     


끓인 설탕은 180도가 넘는 고온 상태잠깐만 피부에 닿게 돼도 물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느끼는 2도 화상 이상의 접촉 화상을 입게 돼요. 만약 달고나 화상을 입었다면 최대한 빨리 차가운 물로 화기를 식혀주는 것이 좋아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설탕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미 물집이 발생한 상태라면 물집까지 손상될 수 있으니 제거하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찬 물에 덴 부분을 담그고 있으면 저절로 녹아서 떨어지니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문지르지 마세요. 


화상부위가 넓거나. 깊은 화상일 경우에는, 화기를 뺀 후 진물을 흡수시킬 수 있는 깨끗한 마른 천이나 거즈 등으로 환부를 덮은 후 즉시 화상병원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자료 : 부산 화인 병원(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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