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께 드리는 글
종종 브런치 제안 기능을 통해 개인적인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얼마나 힘드시면 저에게 연락을 주셨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죄송하게도 한 번도 답변을 드린 적은 없었습니다. 브런치 기능 상, 제가 답변을 드리려면 저의 개인 이메일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사소한 이유일 뿐입니다. 대부분 짧은 질문들이었기에 아무 말 없이 지나가도, 조금은 덜 죄송스러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제는 조금 긴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에나마 답변을 드려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의 경우, 트라우마에 대한 질문은 제가 지속적으로 볼 환자가 아닌 이상은 가급적 환자분들께 여쭙지 않습니다. 즉, 응급실이나 입원 병동, 혹은 자문 (컨설트)을 하는 경우와 같이 대면 진료를 하는 경우에도, 정기적인 외래로 뵐 환자분들이 아니면, 진료에 필요한 것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물어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레지던트를 하는 내내, 많은 교수님들이 말씀해주셨었습니다.
상처를 봉합해줄 게 아니면, 함부로 열어보지 말아라 (Don't open the wound if you can't close it).
정신과 치료와 상담이라는 것이,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한 시간씩 수십 번을 봐도 알기 힘든 것이 환자의 마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송하게도, 온라인 상으로 제가 환자 분들의 아픔에 도움을 드리기는 매우 힘든 것 같습니다. 사실 같은 이유로 저는 온라인 상에서 의학적인 정보를 담은 글도 꺼리는 편입니다.
제가 이 브런치에 계속 글을 기고하는 이유는 한 가지, 보다 많은 분들의 정신과 진료/심리 상담에 대한 낙인을 해소함으로써, 도움이 필요하실 때 정신과 진료를 받는 문턱을 낮추기 위함입니다. 부디, 좋은 정신과 의사/상담가를 만나셔서 상처가 아물어지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