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느끼고 처리하고 표현하기

로르샤하 검사로 알아보는 '나'라는 사람 - 2

by 단팥크림빵

Photo by Sharon Pittaway on Unsplash


감정의 소용돌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감정이란 흔히 '소모적이다, 소용돌이' 따위의 말과 어울리면서 어쩐지 거추장스럽고 질척이는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심리학에서 정서 affect라는 이름으로 연구되는 감정은 우리들의 행복과 불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사소한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경험입니다.


가끔 힘든 감정 속에서 어쩔 줄 모르기도 하지만, 감정은 내 상태를 이해하고 조절하고, 목표를 향해 행동을 하게끔 하는 무척 중요한 녀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생각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제하려고 한다고 해서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그렇다면 어떻게 다루고 조절할지가 심리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문제로 다뤄져 왔었죠.


감정조절이란 감정을, 언제, 어떻게 경험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 절차로, 정서의 억제뿐 아니라 표현 및 발산, 그리고 부정정서와 긍정정서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인데요(이지영 & 권석만, 2006). 로르샤하 검사에서는 감정조절을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서부터 '타인의 감정, 정서 유발에 대해 반응하는 방법'의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감정에 대해서는 소개할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이전 글('정체감, 너는 정체가 뭐니?')에 이어서 중립적인 잉크 반점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는 로르샤하 검사를 통해 감정조절에 필요한 요소와 방법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충분한 관여와 경험


- 어떤 사람들은 감정을 경험하기 이전에 감정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고 부정적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감정 상태를 충분히 알기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지 않으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기 시작합니다. 흔히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과민성 대장증후군처럼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감정을 유발하는 자극을 제시하고 뇌파나 심전도 검사의 지표가 평소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한편 감정보다는 이성을 통해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직관과 감정에 따라 소위 '동물적인 감각'으로 빠르고 시행착오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의 장점이 있습니다. 이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직관적인 판단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관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감정에 충분히 관여하고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일단 감정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을 거둬들이고 감정과 친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감정에는 부정적인 감정만 있지 않고 긍정적인 감정을 통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곤 합니다. 그리고 감정이란 내 상태를 '이해하고 조절하게 해 주고', 더 나아가 '목표지향적인 행동'으로 이끄는 열쇠라고 합니다(Salovey & Grewal, 2005). 그러니까,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거기에 충분히 관여하고 머무를 수 있다면 '나는 좀 쉬어주어야 하는구나, 위로를 받아야 하는구나, 즐거운 활동이 필요하구나'라는 깨달음, 그리고 감정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감정에 관여하고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마음챙김 명상('생각과 새로운 관계 맺기: 마음챙김')이나 심리상담('내 몸과 마음을 사랑해주기')이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처리 패턴


- 감정의 처리 패턴이란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려는 성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어난 감정을 확산적으로 혹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일반적인 개인 특성입니다. 여기에는 감정 경험이 굉장히 빠르고 강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확대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성급하고 무모하게 행동하게 될 수 있습니다. '너 답지 않아'로 이어지는 충동성이 아니라, 자유롭게 감정을 느끼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는 개인적인 성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적절한 감정적 반응은 직관적이고 행동지향적으로 활동하게 하지만, 과도한 감정적 반응은 문제해결의 효율성, 의사결정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겠죠. 반대로 감정을 매우 깊고 오랫동안 느끼지만 좀처럼 그러한 감정을 경험하거나 표현하지는 않기도 합니다. 일단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이것을 유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불필요한 심리적인 에너지를 쓰게 되고 지치게 됩니다.


*적절하게 감정을 처리하는 패턴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 말씀드렸듯이, 감정처리의 패턴이란 일시적인 전략이 아니라 지속적인 반응 패턴입니다. 일단 나의 일반적인 감정처리 패턴이 무엇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확대적인가? 억제적인가? 둘 중에 하나로 가름되기는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쪽에 가까운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최근 1주일, 1개월 내에 강렬하게 경험했던 상황을 모두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그 상황들을 나열해보고 어떤 감정들을 어느 정도로[1점(아주 미세)-8점(매우 강렬)] 느꼈는지 점수를 매겨봅니다. 상황에 10개 정도 모였다면 이제 어떤 감정들을 얼마나 자주 느꼈는지 종합해보고, 10개 상황 각각에서 느꼈던 감정강도의 점수들의 범위도 매겨봅니다.


- 누군가는 부정적인 감정 중에서도 죄책감을 10번 중에서 8번 정도로 자주 느끼고, 그 8번의 감정점수를 종합해서 범위로 만들어본다면 3~5점, 3~8점 혹은 6~8점 정도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6~8점의 범위로 느꼈던 사람은 확산적인 유형에 해당할 수 있겠죠. 감정을 조금 더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입니다. (*우울한 기분에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이 크고 자주 느껴질 수 있으므로, 객관적인 평가와 치료는 전문가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 강렬한 감정으로 불편하고 일상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부정적 감정이 확 올라왔을 때 시도할 수 있는 나만의 대처전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주 즉각적인 개입으로는 차가운 물로 손씻기와 심호흡하여 일단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운동이나 일기, 가까운 사람에게 토로하면서 감정을 가볍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해보거나 그렇게 강렬하게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심리적 요인(과거 경험, 생각의 오류)을 찾아나갈 수도 있습니다.


감정조절 = ' 충분한 관여와 경험 + 적절한 처리패턴 '의 조화!



*로르샤하 검사로 알아보는 '나'라는 사람

1. 정체감, 너는 정체가 뭐니?

2. 감정을 느끼고 처리하고 표현하기

3. 나와 환경을 파악하는 방식 (next)

4. 건설적인 생각을 위한 요소들 (next)

5. 편안한 대인관계를 위한 조건들 (next)



참고한 책과 논문들

Irving B. Weiner <Principles of Rorschach Interpretation (로르샤하 해석의 원리)>

John E. Exner <A Rorschach workbook for the comprehensive system (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

Kalat, J., & Shiota, M. (2011). Emotion. Nelson Education. (민경환, 이옥경, 김지현, 김민희, 김수안 역 (2015). 《정서심리학: 제2판》. 서울: Cengage Learning.)

Salovey, P., & Grewal, D. (2005). The science of emotional intelligen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4(6), 281-285.

이지영, 권석만 (2006). 정서조절과 정신병리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8(3), 461-493.



안전하고 과학적인 심리평가를 위해서는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공인된 임상심리전문가 혹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임상심리전문가(한국임상심리학회)는 심리평가, 심리치료, 연구논문, 윤리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3000시간 이상의 지도감독 하의 수련을 요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정체감, 너는 정체가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