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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Aug 31. 2021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9-10주차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Fernando @cferdo on Unsplash


  2010년 출판된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을 읽고 있습니다. 한주 동안 읽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9주차에는 여섯가지 주요 정신역동적인 문제 중에서 남은 공황불안과 트라우마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10주차에는 정신역동적 사례개념화를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9주차 pp. 139-158.


1) 공황불안 파트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주요 정신역동적 문제들이 사실 비슷한 심리적 갈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우울, 강박성, 공황은 타인에 대한 분노와 방어와 연관된다면, 유기불안과 낮은 자존감, 공황은 애착 문제와 관련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왜 6가지 문제로 다르게 나타날까에 대해서는 알수 없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 분류가 내담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공황 증상을 해소되지 못한 심리적 갈등의 증상으로 개념화합니다. 그러니까 공황 증상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증상일 뿐 심리적 갈등을 다루지 않으면 다른 형태로 계속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인지행동치료 CBT에서 공황 증상 자체를 질병으로 간주해서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실제로 성격적인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CBT로 접근하더라도 증상이 옮겨가는 양상을 나타내는 내담자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2) 트라우마 파트에서는 기존 치료접근에서 언급되는 부분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외상사건으로 인한 자신, 타인, 세상에 대한 왜곡된 신념 그리고 분열된 감정과 사고가 문제의 기제이고, 외상을 재경험하며 통합된 내러티브를 만들어나가며 치료하게 되며, 치료에서 경험하는 극심한 감정으로부터 안전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충분한 회기 시간을 남겨두어야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정신역동 접근이기 때문에 특별했던 점은, 역시 전이와 역전이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역전이에 대한 부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6가지로 제시하고 있어서 외상 내담자와 작업을 하면서 점검할 수 있는 틀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심각한 외상 내담자 사례 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치료자가 외상을 다룰 전문성이나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리퍼하거나 적극적으로 수퍼비전을 받으며 진행할 각오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외상 관련 내담자와 작업하며 일어날 수 있는 치료자의 역전이 6가지]


1. 과도한 공감적 동일시

공감적 동일시가 과도하여 거리두고 보지 못하게 하고 수동성, 무력감, 돕는 역할의 상실로 이어진다. 


2. 외상 심각성의 경시

내담자가 학대의 중요성을 부인하거나 축소할 때 쉽게 외상의 심각성을 경시할 수 있다.


3. 학대자와의 동일시

분노를 느끼고 내담자를 통제하려는 욕구. 내담자의 감정과 욕구를 미묘하게 존중하지 않게 한다. 치료자가 학대적이라고 느끼는 외상의 재상연이 일어날 때, 치료자마저 스스로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경험할 수 있다. 죄책감과 좋지 않은 감정을 동반한다. 


4. 무력감

내담자의 수동적 방관자 전이에 반응하여 충분히 작업하고 있지 않고 느낄 수 있다. 내담자의 엄청난 고통을 목격하고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느낀다. 실제로는 이야기하고 숙고하고 문제해결을 하는데도 치료자의 작업이 가볍고 사소하거나 실용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이는 방관자의 죄책감 역전이이다.


5. 감정에 압도되는 느낌

치료자는 외상에 대해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일어나는 강력한 반응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지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수퍼비전이 필요하다. 심각한 외상 내담자의 수를 제한다는 것도 방법이다.


6. 혼란감

내담자의 과거의 일부분, 이전 회기에서 다룬 것을 잊거나, 내담자가 말하는 것에 대한 치료자 자신의 이해를 통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치료자의 생각과 감정이 소용돌이치거나, 이 불안한 혼란상태로 이끌 수 있다. 엄청나게 압도되는 주관적인 상태는 인지적 기능이 방해되는 상태이다. 이 상태는 내담자가 어떻게 느꼈고 느끼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10주차 pp. 159-175.


  이번주는 사례개념화에 대해 다뤘는데요. 사례개념화는 항상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또 어렵게 다가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치료접근에서든 사례개념화 부분은 오히려 반갑게 느껴져요. 다시한번 사례개념화의 요소들을 상기할 수 있고, 불완전한 사례개념화를 해야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와 협동적으로 만들어가야한다고 정신무장을 하게 해주거든요. 


1) 사례개념화는 개인의 역사 전체가 아니라 정신역동적 문제의 측면에서 간결하면서 함축적인 그림입니다. 내담자의 증상, 경험을 '시간'이란 씨실과 '주요 문제'라는 날실로 엮어내는 그림입니다. 또한 사례개념화는 내담자의 고통스런 갈등 해결 노력, 방어기제, 소망, 동일시를 설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저자들은 비-정신역동적 요인들, 즉 가족력, 기질, 역치 하의 증상, 과거 치료 경험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 특히 내담자의 문제는 한가지 정신역동적 문제로 관통해야 한다고 봅니다. 초기 사례개념화는 6가지 주요 문제 중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만약 2-3가지에서 압축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의심하되 존중하라!'의 자세로 내담자의 경험을 탐색해야 하죠. 왜냐하면 치료에서 한번에 여러 문제를 다룰 수 없고, 나아가 치료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3) 특이한 점은 내담자의 정신역동적 문제와 심리적 갈등이 유년기 경험, 중대한 인생 사건, 최근 사건 등 최소 3가지 경험을 관통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초기(유년기)-중기(주요 사건)-현재(최근 사건)로 이어지는 내담자의 경험이 현재의 문제와 갈등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거꾸로 말하면, 현재 내담자의 주요 정신역동적 문제가 초기-중기-현재의 세가지 경험을 충분하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혹시 주요 문제가 2-3가지에 걸쳐져 있어 1가지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초기-중기-현재의 3가지 경험에 가장 들어맞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4) 사례개념화는 가설과 추측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필요합니다. 사례개념화는 치료 초기에 내담자에 대한 자료를 조직화할 방식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무얼 이해했고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개념화 요소 중에서 어떤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지 알게 되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탐색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사례개념화를 공유하고 협동적으로 논의해나가면서 합의된 그림으로 나아갑니다. 언제까지나 미완성인 사례개념화를 구체화하고 통합해 나가면서, 내담자는 점차 스스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사례개념화는 글로 써서 명시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담자와 치료자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하게 됩니다. 그저 마음 속으로 가정할 뿐이죠. 결국엔 내담자의 자기 이해나 증상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치료로 흘러가게 하는 요인입니다.




✏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1-4주차

✏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5-6주차

✏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7-8주차


- Summers, R. F., & Barber, J. P. (2010).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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