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일대기
겨울의 땅바닥 위로 그는,
눈으로 된 몸을 질질 끌고 다녔다
계절이란 위험이 도사리는 것이어서
틈이 날 때마다 몸 위로 눈을 덧댔다
담임과 하는 2인3각처럼 괴로운 한낮,
밤 속으로 도망가는 몸뚱어리
다른 이들이 물이 되었다더라, 구름이 되었다더라,
하는 말을 들으면 더욱더 마음을 차게 먹었다
구태여 태양이 붉게 타오르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을 무렵,
그는 가장 크기도 가장 작기도 한 사람이었다
먹구름들이 하늘 가득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입 속에 검은 비를 잔뜩 머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