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민해본다. 달리기는 또 언제 하면 좋을 것인지.
### 명상과 달리기, Day 190.
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오전 11:00~11:33
명상, 준비, 23분 달리기.
거창하게 말하면 '스튜디오 비짓'을 한 뒤 그야말로 녹초. 저녁에도 일을 하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해야 할 일이 있었으나 열 시간 가량 기절하듯 잠을 자버렸다. 생각이나 마음을 쓰는 것도 몸 쓰기와 비슷해서, 좀 종류가 다른 활동을 하면 부하(負荷)가 크게 걸리는 듯 하다.
눈을 뜨자마자 설거지부터 하고, (매일 적어도 30분은 설거지를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꼭 식기세척기를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다짐) 간단한 식사를 한 뒤엔 짧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잠시 고민해본다. 달리기는 또 언제 하면 좋을 것인지.
해가 지기 전에 달리고 싶은데, 그렇다면 일을 좀 하고 오후에 해야 하는걸까? 등등 고민을 하다가, 일단 달리기로 한다. 그리고 잠시 매트에 앉아 호흡. 서른 번 가량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였으니, 대략 5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오늘 달리기는 트랙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학교 운동장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입구에서 출입명부를 기록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기 전에는 잠시 생각이 복잡했으나, 달리는 순간 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혹은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다.
운동장 옆에 내가 꽤 좋아하던 - 밑동에서 꼭대기까지 온통 잎사귀로 뒤덮인 나무가 있었는데, 그 사이 잎사귀와 가지를 다 쳐내어 뼈대만 남은 걸 보고 잠시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한다. 아마, 낙엽이 되어 떨어질 잎사귀를 치우는 수고를 아끼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짐작하며.
약 2킬로미터 가량 달리기를 마무리하며 - 잠시 숨도 고르고 윗몸 일으키기를 할 겸 밴치에 몸을 뉘여 하늘을 보니, 역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늘 나의 두뇌는 아직 백엔드에서 정보를 처리해야 하기에 프런트엔드를 움직일 수 없는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처럼 움직이는 듯 하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0분이 걸렸다.
**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225일.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190일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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