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강아지의 프로포폴 투약도 보고된다

내 투약이력 조회 기능은 사람만 가능

by 영샘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어느 공무원의 글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반려견을 셋째 아이로 등록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봤다. 몇 년 전이었다면 그저 웃어버렸을 텐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3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은 28.2%로 (데일리벳, 2024.3.4. 자 https://www.dailyvet.co.kr/v/206485), 예전보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아닌 반려견을 포함하여 세 자녀 혜택을 받게 해 달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

카페 야외에서 만난 강아지(2023년 5월)

‘OO동물병원에서 우리 강아지가 수술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떤 마취제를 썼는지 확인이 안 돼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들어가서 내 투약 이력을 조회했는데 마취제 사용 이력이 없네요. 그래서 신고합니다.’

옆자리 주임님한테 접수된 민원의 대략적인 내용으로, 동료는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민원 내용, 이해가 안 되는데 내용 한번 봐주실래요?”

“주임님, 이거 어플 깔면 자기가 투약받은 마취제 포함 마약류 조회하는 기능이 있어요. 잠깐만요. 이분 어떤 정보로 조회하신 거지, 본인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한 건 아니겠죠? 민원인께 직접 여쭤보는 게 어때요?”

“에이, 설마요.”


설마는 사실이었고, 동료는 민원인에게 ‘내 투약 이력 조회’ 기능은 주민등록번호를 소유한 진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임을 알려드려야 했다. 그리고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관리센터에도 전화해서 이 조회 기능을 반려동물한테까지 확장할 계획이 있는지도 문의했다고 한다. 그쪽 담당자는 다소 당황한 목소리로 “동...동물한테도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동료의 제안이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하는 동물병원도 다른 의료기관과 동일하게 구입, 사용 및 폐기에 대한 보고 의무가 있다. 수의사도 마약류취급 의료업자에 해당하여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동물 진료를 목적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투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마약류 투약 사항을 보고할 때는 동물 소유자/보호자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다만, 수의사가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에게 마약류 의약품의 투약을 완료한 경우에는 동물 소유자/보호자 주민등록번호까지 보고할 의무는 없다. (마약류관리법 제11조제4항제2호) 이 조항을 다소 어려운지 종종 수의사 선생님께 질문을 받았다.


동물에게 마약류 의약품에 해당하는 마취제를 주사한 경우, 동물병원 내 수술실이나 검사실에서 투약이 이미 완료되었으므로 동물 소유자/보호자의 주민등록번호는 필요하지 않다.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사용 보고 할 때는 동물 소유자/보호자의 이름만 보고할 수 있으며 소유자식별유형에서 ‘병원 내 투약’을 선택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수의사가 먹는 약이나 패치제를 여러 날 분을 처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동물 소유자는 마약류 의약품을 동물병원 외부로 반출하게 되므로 관리상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는 반드시 소유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까지 수집하여 시스템을 통해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마약류관리법에 관한 사항은 보건소 약무팀 소관 업무이다. 동물병원에 대한 관리는 수의사법 소관인 동물정책 관련 팀에서 담당하지만, 동물병원의 마약류 의약품은 약무팀 담당이다.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보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계획에 따른 기획점검 또는 특정 상황에 따른 수시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 즉, 공직약사는 마약류 의약품을 취급하는 동물병원도 방문할 수 있다.


동물병원 개설 시 수의사가 보건소를 방문할 필요는 없다. 보통 시·군·구청에 구비서류를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마약류 의약품 취급에 대해 어디로 문의할지 모를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건소 약무팀은 주기적으로 신규 개설 동물병원을 파악하여 마약류 의약품 취급 시 필요한 교육 과정을 알려드리고 있다. 그전에라도 먼저 신규 개설 수의사 선생님이 관할 보건소 약무팀에 연락하면 이에 관해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KIDS)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 수가 증가하고 있고 환경 변화에 따라 반려동물의 수명도 전보다 길어졌다. 동물병원에서도 중성화 수술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수술대에 오르면 필연적으로 마약류 의약품에 해당하는 마취제를 투약받게 된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인 만큼 ‘내 동물 투약 이력 조회’ 기능도 장기적으로는 필요하지 않을까. 동물 소유자/보호자의 주민등록번호나 동물등록번호로 인증 절차를 거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고심해 본다. 현재는 동물병원에 직접 문의하여 투약 이력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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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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