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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Nov 25. 2024

문장들의 시위

한 편의 시

문장들의 시위


 모루



수시로 고치고 만져대는 통에


문장들이 오늘은 쉬자고 제안한다


너무 만져대니 아프다고 한다


지우고 긋고 새까맣게 칠한


못난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


 


참 못난 손 때문에


참 별난 뇌 때문에


한 번에 잘 쓰면 그리 좋을 것을


주인을 잘못 만난 문장들이


어루만지는 걸 넘어 잘리고


바뀌고 사라지는 걸 못마땅해 한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상념들을 문장들은 형상화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콧방귀 뀌는 나쁜 주인을 만나


고생만 한다고


투정 부리며 오늘은 시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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