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들의 시위
모루
수시로 고치고 만져대는 통에
문장들이 오늘은 쉬자고 제안한다
너무 만져대니 아프다고 한다
지우고 긋고 새까맣게 칠한
못난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
참 못난 손 때문에
참 별난 뇌 때문에
한 번에 잘 쓰면 그리 좋을 것을
주인을 잘못 만난 문장들이
어루만지는 걸 넘어 잘리고
바뀌고 사라지는 걸 못마땅해 한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상념들을 문장들은 형상화했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콧방귀 뀌는 나쁜 주인을 만나
고생만 한다고
투정 부리며 오늘은 시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