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부추 핀 습지에는

한 편의 시

by 모루

한라부추 핀 습지에는

빽빽한 조릿대만큼의

시름을 한가득이고

습지를 걷는데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고

적자색 꽃줄기 끝에 터진

종달새의 비상을 보고

사랑하고 있었음을

확신했다

해발 1100미터 숲의

가장자리에 맑고 투명한

습지가 있어 -나무에 근심을 주는,

쉬어가는 새들과 그들의 포식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별빛으로-

저녁 어스름에서 새벽까지

눈물 흐르는 계곡이 있어

바위에 생채기 내고

아픔을 더했지만

한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길고 긴 근심은 막이 내리고

그해 여름도 잦아들어

습지에는

보랏빛 향연의 물결만

온 천지를 흔들어대며

그리움의 얼굴로

손 흔들어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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