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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

에세이 한 꼭지

by 모루

나는 매번 글 쓰는 힘의 부족함을 느낀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그것은 체력과는 다른 에너지다. 문장과 문장의 다름을 분간해 내는 세밀한 시선과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감각의 능력이고, 깊이 생각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게 만드는 메타인지다.


그래서 틈틈이 도서관에 간다. 힘을 얻기 위하여. 새로 나온 책을 스캔하고 도서 관련 방송에서 소개된 것 중에 체크해 놓은 책을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책은 돈 내고 사서 봐야 한다는 나의 주관에도 늘 주머니 사정은 형편이 없다. 어쨌든, 볼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면 내게 주어진 현재에 집중하여야 한다.


신간코너에서 그렇게 한 권, 철학 파트에서 성경 책 두께의 철학사 한 권을 집는다. 그리고 참새가 방앗간 가듯 심심풀이로 읽는 대하소설 쪽으로 간다.


‘헐’

오늘은 내가 읽던 편을 누가 대출했는지 한 칸이 비워 있다. 이럴 땐 아쉽지만 뒤편부터 읽어야 한다. 어릴 때 빌려서 쌓아놓은 만화책을 친구와 번갈아 보듯이.


독서대를 하나 집어서 좋은 자리를 찾는다. 디귿자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상은 이미 만석이고 가운데 마주 보며 읽는 큰 테이블에 빈 한두 자리만 보인다.


약 오십 쪽씩 세 권을 번갈아 가면서 읽는다. 읽다가 마음을 흔드는 문구가 나오면 노트에 적는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나오면 그날은 성공이다. 정신없이 관련된 단어를 찾아보고 생각을 노트에 쓰다 보면 책의 진도는 잘 나아가지 않지만 내 노트엔 글쓰기의 재료들이 장작처럼 쌓인다.


그것들은 어느 날 시로 태어나거나 수필이나 소설로 구성되기를 기다리는 소재가 되어 “pick me up, pick me up” 소리 내며 선택될 시기를 꿈꾼다.


이래저래 반나절을 보내는 시간들은 언젠가 나의 작품에 피와 땀이 되어 흐를 것이다. 도서관의 체취와 내가 행했던 나의 루틴이 글쓰기의 힘이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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