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한다. 호르몬이 엉망일 만큼.

그래도 더 나은 상태로 나를 돌볼 것이다.

by 즐거운 사라

누구나 자신만의 고민이 있다. 고민으로 밤잠 못 이루는 사람도 허다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진지한 태도는 고민에서 나온다. 나의 10년 계획은 어떠한지, 현재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우리는 매순간 고민한다.


나는 요즘 딱히 고민이 없는 거 같았다. 그저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견뎌내는 게 다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기다리는. 그리고 집에와서 장판 속에 들어가 하루를 치유하는 그저 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소중한 누군가의 고민을 들었다. 요즘 잠을 못잔다고 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그리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고민했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봉착해 있었다. 나에게 무던히 자기 문제를 말하는데, 같이 고민이 됐다.


한시간도 안된 만남을 뒤로 하고 혼자가 됐다. 방금 만난 그처럼 혼자가 됐다. 그는 혼자가 되는 여정을 걸어가는 듯 했다. 나도 그처럼 혼자인 여정을 걸어가는데, 그렇게 큰 문제 앞에 봉착해 있지는 않는다.


다만, 나도 꽤 고민스럽게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다고 새삼스레 느껴졌다. 전혀 아픈지 몰랐는데, 나는 아프다. 무엇에 스트레스 받는지 뚜렷하게 조명하지 않을 뿐, 나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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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을 안한지 반년이 흘렀다. 몇년전에도 반년 정도 생리를 안했다. 결국 몸이 안 좋아져 입원했고, 호르몬 약을 통해 강제로 월경을 했다. 그때는 자타공인 스트레스를 받던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처럼 큰일을 하고 있지도,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생리를 안한다는 건,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나를 장악하고 있다는 거다.


나는 확실히 엄청난 고민거리가 있다. 나도 내심 알고 있다. 나는 사업에 실패했고, 엄청나게 뚱뚱해졌다. 그 두 가지만 봐도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찍고 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는 문제의 결과이자 원인이 된다. 내가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고 그리고 사업은 실패했다. 내가 매우 아팠고 그래서 살이 많이 쪘다. 그리고 그 두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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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사랑받고 싶은 연약한 한 사람이다. 그런데 살이 찌고나서는 아무래도 호감이 드는 인상이 아니다. 흔히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할만한 외모가 아니고, 살이 찐 사람들이 받는 편견을 받아내고 지내야 한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도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지만, 지금은 그런 외모도 인상도 아니다. 더 문제는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거다. 나는 소극적이고 자존감 없는 사람이 됐다.


리즈시절은 지나갔고, 무언가 멋있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을 정도로 자존감이 없는 엉터리가 됐다.


매체를 운영할 때는 멀리서 욕도 많이 받았다. 어리고, 경력도 없는 주제에 매체를 하고 나섰다는 것이 비난의 이유였다. 한마디로 별 볼 일도 없는 게 업계에서 나댄다고 욕을 먹었다. 나도 모르는 뒤에서 들려오는 욕은 결국 누군가에 의해 내 귀에 들려왔다.


자본금이 없는 상태로 시작한 매체를 경영하기란 몹시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갔다. 그런데 욕까지 먹어야 했다. 그저 어리고 경력 없는 여자애가 나댄다는 이유로 말이다. 당연한 거지만, 도와주는 이도 없었다.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매체를 운영하는 내내 나는 마음의 살을 겪었다. 그리고 그것을 잠시 내려놓고 나서도 실패했다는 사실이 나를 내리찍었다. 나는 점점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자신감 없는 사람이 됐다.


매체를 운영하는 동안 살이 찐 내 모습은 언제나 화젯거리였다. '왜 살이 쪘느냐, 왜 살을 안 빼느냐, 다른 사람 같다.' 등 나를 괴롭히는 외모 지적이 많았다. 특히 내가 전에 날씬했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더욱 악담을 내뱉었다. 살이 찐 내 모습은 스스로 게을러서 만든 결과물처럼 말했다.


나는 계속 살이 쪘다. 아니 찌고 있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못생겨졌다는 건, 밖을 나가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못생긴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정말 우스운 일이다. 가치도 없는 것을 섬세하게 느끼며 고통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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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산부인과에 가서 월경을 하도록 유도하는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내 난소는 기능을 잠시 잃어버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이 나오는 기관부터 문제가 생긴다. 뇌하수체에서 세로토닌을 재흡수하고, 난소는 프로게스테론을 중단한다.


요즘은 이겨낼 수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거 같다. 살이 빠지면 나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살이 빠진다고 해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상처는 없어질까? 매체를 완전히 폐쇄하고 새로운 꿈을 실현하면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다시 실패하지는 않을까?


내 10년은 어떻게 전개될까. 아니 앞으로 1년은 어떻게 전개될까. 나는 덜 아플 수 있을까. 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내 자존감은 어떻게 회복할까? 리즈시절을 어떻게 갱신할까? 좀 더 여유롭게 일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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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연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하고 나를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 월경은 끊기고, 잠을 자도 피곤하다. 호르몬은 엉망이고, 매일 처절하게 잔인한 꿈을 꾼다. 그렇게 나쁜데, 심연 깊숙히 들려다 볼 자신이 없다. 그저 꿈으로 심연의 한 구석이 나타난다. 그것이 에로스인지, 타나토스인지 알 수 없다.


나도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 몸이 건강해지면서 취미활동을 해야지. 주말마다 사격장을 다니고, 저녁마다 인터넷방송을 해야지. 그렇게 목표를 정한다. 그런데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호르몬은 계속 불규칙하다. 월급을 받으면 여기저기서 퍼가기 바쁘다. 사격을 할 돈도 남지 않는다. 매일 지쳐서 인터넷방송은 시작도 못했다. 개인 방송을 통해 소통하면서 스스로 자존감도 높이고, 자신감도 회복하리라 생각만 할 뿐이다.


그래도 나는 나아져야 한다. 자존감이 낮아져서 심연을 바라볼 수 없는 지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자신감 있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건강해지는 것과 살이 빠지는 건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나는 사격을 시작하고, 인터넷 방송도 시작할 거다. 내 고민을 머물게만 두지 않을 거다.


누구나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 모두가 외톨이가 될까봐 두려워 한다. 누군가는 술을 끊지 못하고, 누군가는 이혼을 고민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찾고 싶어한다. 나는 나를 돌보고 싶다. 더 나은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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