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by 백현진

그믐, 분명히 그 책이 집에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

이 작은 방에서 손바닥만 한 책장을 아무리 뒤적여보아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적어도 그 책을 산 지 5년 이상은 되었을 텐데 지금껏 앞부분 몇 페이지만을 펼쳐보고 방치해두었다가 불현듯 갑자기 그믐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일일까.

이럴 때는 분명히 있는 책이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고, 내가 새로 사 온 후 읽으려고 펼치면 어디선가 나오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뒤적이고 있는 일상조차 사치라고 느껴지는, 무언가 분명하게 바뀐 12월.

뉴스를 계속해서 지켜보느라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내 곁으로, 고양이만이 평화롭게 나를 온통 밟으며 넘어 다닌다. 고양이가 아무 걱정 없는 평온한 날이 계속되길 바라며 잠들었다 깨어나 뉴스를 새로고침하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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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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