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은 어떻게 예언이 되었나

by 백현진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 차나 한잔 마시자고 했지만 근처에는 마땅한 카페 하나가 없었고, 결국 우리는 다방이라고 적혀있는 작은 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은 쌍화차에 달걀노른자를 띄워 파는, 진짜 다방이었고 우리는 거기에 앉아 있는 손님들의 손주뻘쯤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적당히 주스 같은 걸 주문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아직 쓴 커피도 마시지 못하는, 어른보다는 청소년에 가까웠다. 내 앞에 앉은 그는 커피를 홀짝이며 가게 안을 둘러본다. 나는 손으로 써 붙인 메뉴가 붙어있는 벽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다방 안에서 우리의 존재는 마치 튀어나온 못과 같아, 결국 우리는 내 앞의 주스 잔이 비워지기도 전에 서둘러 가게를 나섰다. 그가 잡은 택시를 타고 식장으로 가는 길, 그는 사람들이 겁도 없이 사랑을 하고 턱턱 결혼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내 생각을 물은 듯도 싶지만 평소 멀미 때문에 타지 않는 택시를 탄 나는 그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그는 내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결혼하라고 누가 그의 등을 떠밀어 우리가 지금 결혼식장에 선 게 아니고, 우리는 그저 타인의 결혼식에 축가를 위해 와 있다는 사실을 마치 잊은 것 같았다. 나는 다만, 이렇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남의 좋은 날 축하 노래를 부르는 건 조금 반칙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도 -주말에 뭐 하니, 나와서 반주나 해 일당 줄게-라는 그의 전화에 별생각 없이 돈이나 받으러 나왔기 때문에 딱히 그와 별 다를 바도 없었다.
예식장에는 피아노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 반주가 들어있는 USB를 기기에 꽂기만 하는 것으로 내 역할은 끝났다. 그는 이제 막 부부가 된 연인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봉투를 받아 들고 내게 나가자는 사인을 보냈다. 우리는 식장을 나와 작은 밥집에 들어갔다. 나는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는 예의상 밥이라도 사 먹일 생각이었을 것이다. 빠르게 식사를 끝내고 느릿느릿 밥을 씹고 있는 맞은 편의 나를 보며 너도 나중에 사회생활 하기 힘들겠다 결국 한마디 하고 말았지만. 그는 봉투에서 3만 원을 꺼내 수고했다며 내게 건네고 먼저 가게를 나섰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도 숟가락을 내려두고 곧장 가게를 나왔다. 처음부터 밥도, 주스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3만 원을 지갑에 넣고는 근처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 샀다. 이제 그가 반주자가 필요하다고 전화해도 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아무도 없는 평일 대낮의 번화가를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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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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