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인경 Dec 19. 2023

우리는 해변에서

비닐이란 단어의 반짝임처럼

바스락, 하는

한 번 쥐었다 편 것 같은 윤슬


가늘게 뜬 눈으로 가로누워

얼룩덜룩한 이름을 소독하는


파도가 몇 억 번치면 고운 모래가 될까

섬에도 가고 숲에도 가고

아름다운 하늘도 떠다니고


이 해변을 가장 오래 걸었던 사람

발자국은 모두 바다가 훔쳐갔지

몇 번의 일몰을 보고

몇 개의 유성에 소원을 빌었을까


두 발로 걷다가 네 발로 뛰다가

마지막엔 날기도 했을까

이전 03화 앵콜 앵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