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와 ‘절대’
얼마 전 내가 말실수를 했다. 회사 디자이너와 신간의 사은품 사진을 찍던 중 일어난 일이다. 디자이너가 책도 안 나왔는데 사은품 촬영부터 하는 게 이상하다고 했고, 난 전에도 그랬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원래 다 그렇죠 뭐.”
그러자 디자이너가 날카롭게 대답했다.
“매니저님, ‘원래’가 어딨어요? ‘원래’란 건 없어요!“
디자이너의 대답에 나는 뒤통수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맞다, ‘원래’라는 건 없다. 있다고 치더라도, 나와 그 디자이너의 ‘원래’는 다를 거다.
나는 채식을 6년 정도 했었다. ‘절대’ 다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잘 지켰었고 ‘절대’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믿었다. 그러나 난 작년부터 다시 고기를 먹고 있다.
채식인으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지인들은 다 내가 아직도 채식을 하는 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나는 아마 ‘절대’ 고기 안 먹을 거라고 했을 거다. 그래서 지금 내가 고기를 먹는다는 건 비밀이다.
‘원래’를 국어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부사로 ‘처음부터 또는 근본부터’라는 의미이다. 뜻은 마치 영원 불변한 ‘원래’가 존재하는 것 같지만, 모든 일의 근원에 대해 확실히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 자신의 ‘원래’도 장담할 수 없는데 내가 다른 무언가의 ‘원래’를 어찌 알겠는가.
‘절대’도 부사로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라는 뜻이다. 나는 절대 안 해야지 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절대, 평생 안 먹겠다던 고기도 다시 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절대’도, 누군가의 ‘절대’도 이제는 믿지 못할 것 같다.
단어에 무게가 있다면 이 두 단어의 무게는 내가 들기엔 너무 무거운 것 같다. 무거운 단어는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