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정체는?
사람마다 세상 속 스스로를 정의하는 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십 대까지 내가 뭐가 될 줄 알았다. 일종이 자의식 과잉 상태였다고 할까? 그래서 스스로를 곧 '보석'이 될 원석으로 여겼다.
그러다 내가 뭐가 되기엔 재능과 노력 모두가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이십 대의 나도 사실 뛰어난 쪽보다는 부족한 쪽에 가까웠다. 이 깨달음을 얻고 난 뒤, 난 스스로를 우주 먼지로 정의하고 있다.
재밌는 건 내가 원석이었을 땐 남들도 광물 정도는 됐지만, 먼지가 되니 남들 또한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릴 때 많았던 존경하던 보석들이 이제는 그저 조금 두드러진 먼지 정도로 여겨진다.
얼마 전 직장동료 K가 자신이 대단한 기획을 하는 편집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단 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분은 스스로를 원석으로 여기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스스로를 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보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사실 무엇이 맞고 틀리고가 없을지도 모른다. 또 언젠가 나도 다시 스스로를 보석으로 여길 수도 있다. 보석과 먼지는 극단적이지만, 누군가는 스스로를 다른 무언가로 정의하겠지. 이런 정의를 하는 사람 자체가 드물라나?
아무튼 지금의 나는 한 톨의 먼지로 지구를 둥둥 떠다니며 즐겁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