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나는 유튜브, 미국 드라마와 같이 콘텐츠로 영어를 독학하는 것은 내 의지와 노력으로는 힘들며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꾸준히 영어를 즐길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리하여 나같이 소심쟁이에 내향적인 사람도 영어에 능통해지기 위해서는 결국 즐겁게 만나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지속적인 '만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행히 1년 전 참여한 영어회화 스터디에서, ‘영준’(영어 사교육에 몸 담그고 있음), ‘선희 언니’(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높으며 쾌활한 성격임)와 마음을 맞추어 스터디를 꾸리게 되었으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의 성격이었다.
나는 겉으로 보면 둥글둥글하고 유순한 편이지만, 사실 사람들이 ‘지금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나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에 관해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향적이고 조용하며 때론 수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성격은 한국인들끼리 있을 때도 나에게 종종 낯가림과 정신적 피로를 주는데, 하물며 외국인과 함께 할 때는 어쩌겠는가 말이다.
‘쟤는 왜 저렇게 텐션이 낮아?’, ‘왜 저렇게 조용하게 말해?’, ‘왜 수줍어 해?’
그래서 영준이와 선희 언니가 외국인 친구 Zoe(매우 활달, 적극적인 어메리칸 녀성)와 함께 포항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였을 때, 나는 가장 먼저, Zoe가 나에 대해 저러한 생각을 할까봐 걱정부터 했다.
그러나 역시, 말은 해야 맛이고 고민은 털어놔야 고민이 아니게 되는 것.
“나 외국인들 텐션에 못 따라가겠어- 이런 성격인데 영어가 늘까?”
라는 나의 말에 영준이가 해준 조언이 인상 깊다.
“그들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너 말하고 싶으면 말 하고, 공감되면 공감된다 하고, 말 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
은근히 단호박 영준. -_-b
“영어 표현 중에 Be you 라는 게 있어. 너 자신이 되면 되는 거니 굳이 상대방의 템포에 따라가려고 하지 마. 그럴 필요 없어. 그리고 너보다 더 텐션 떨어지는 사람 중에도 영어 잘 하는 사람 있어.”
영준이의 이 말은 내가 영어를 공부하는 동안 들은 그 어떤 말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 영어에서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한 주체로서, 내가 주도권을 쥐고 온전한 나로서도 당당하게 존재할 수 있는 태도를 깨우쳐주는 말이었다.
또 1년 전에 활동했던 영어 프리토킹 모임에서 이런 말도 들은 적 있었다.
“사람들은 외국인이라고 하면, 마치 그들보다 우리가 낮은 듯이 굽신대거나 과보호한다. 그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거나 음식 값도 대신 지불해준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어쩌면 상대방과 나를 대등하게 놓지 않고 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들도 국적만 다를 뿐 똑같은 인간이니, 동등하게 값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고, 그들을 극진하게 모실 필요는 없다.”
이 말과 영준이의 Be you 라는 말에서 나는 결국 영어도 인간관계의 수단일 뿐이기에 올바른 자존감을 바탕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Zoe를 만나서 무척 어색하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작아지더라도, 오바하지 말자. 담담하게 Be myself 하자. 영어에서도 상황의 템포는 내가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영어 문장 하나보다 그런 태도를 배우는 게 더 필수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