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고, 망가지고, 탈진하다.
당신의 몸은 곧 당신이다. 결코 또 다른 몸을 갖지 못할 것이며, 단 한 번만 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다. 당신이 최상의 몸 상태로 한 번뿐인 인생을 헤쳐나가길 바란다면, 100세 시대 인생을 함께 할 몸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동시에, 건강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몸은 여분이 없다. 너무 늦은 변화가 당신의 인생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길 바라면서... -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저자
1972년 8월 30일, 나는 생명이 출현한 지 38억 년이 흐른 후 세상으로 나와 처음 움직였다. 어렸을 때 꽤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집 앞에 백사장과 바다, 놀이터, 그리고 저수지와 산이 있었던 환경.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셨던 부모님. 덕분에 놀이와 스포츠 활동을 통해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바다수영, 낚시, 모래사장 뛰놀기, 술래잡기, 다방구, 딱지치기, 구슬치기, 동굴 탐험, 눈싸움, 썰매 타기, 태권도, 야구, 발야구, 축구, 씨름, 탁구, 배드민턴, 롤러스케이트, 자전거 등등.
학원을 다니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던 것,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이다. 중학교 진학 후엔 자전거 통학과 줄어들긴 했지만 스포츠 활동은 여전히 했다. 중1, 전학 후에는 고교 졸업 때까지 주 3~4회는 3km를 걸어서 통학했다. 많이 움직였던 탓인지 학교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앞으로 이야기 하겠지만 움직임은 곧 당신이다.
1986년 중2 때,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코만도》를 보고 그의 환상적이고 완벽한 몸에 반했다(1973년 아놀드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몸을 가진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육체미 교본》을 사서 읽은 후 바벨과 덤벨, 중량 원판을 구입해 집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요즘 많이 하는 홈 트레이닝을 무려 30년 전에 시작한 것.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주 3회 새벽 조깅도 했다.
데드 리프트(Deadlift)를 100kg, 8회 성공한 건 고1, 학교에선 아놀드를 닮은 몸짱으로 주목받았다. 해병 시절 사단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 3위(1위 보디빌더 선수, 2위 국가대표 카누선수)에 입상하기도 했다. 대학시절엔 교양과목 리포트의 주제를 ‘건강’으로 대체해서 낼 정도로 운동, 영양, 몸에 관심이 많았다(물론 양해는 구했다). 그리고 학교 체육관에서 주 3~4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1998년, 첫 사회생활을 뉴욕에서 시작했고 그곳의 피트니스 문화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홈짐(Home Gym) 기구를 사서 집에서 운동을 했다(역시 앞선 홈트레이닝 문화). 미국 헬스장을 경험하기 위해 YMCA 헬스장을 다니기도 했고, 대형 센터인 ‘발리 토탈 피트니스’를 체험해 보기도 했다. 이때 퍼스널 트레이너를 처음 접했는데 그가 60대여서 놀랐다. 진로 변경을 결심하고 1999년 귀국 후, 운동과 영양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 헬스 사이트 ‘푸샵.com’과 마라톤 사이트 ‘펀런.com’을 오픈해 주목받았다.
2002년, ‘비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1년 2개월 동안 운동 없이 닥치는 대로 먹으면서 0.1톤의 비만한 몸을 만들었고, 지방간 진단도 받았다. 스스로 몸을 망가뜨린 것이다. 운동과 식사조절만으로 비만은 물론 지방간 탈출 성공! 실험 결과와 4년간의 정보 제공 그리고 온라인 상담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엮어 국내 최초의 피트니스 책《남자들의 몸만들기》를 2004년 출간했다. 그해 교보, 영풍 ‘건강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3년, 이때까지 5년간 쉬지 않고 일했다. 결국《남자들의 몸만들기》의 원고를 쓰던 그해 여름,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피로와 통증 그리고 불면증이 찾아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몸이 망가진 것이다. 처음 겪는 몸의 변화는 공포에 가까웠고 마치 탈진(Burn Out)한 것 같았다.
양.한방 병원을 전전했으나 의사들도 원인이나 병명조차 알지 못해,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몸과 통증에 대한 지식을 쌓아 나갔다. 그리고 알아낸 것이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 ‘근섬유통증후군’과 ‘만성피로증후군’이었다(이후 류마티스과에서 근섬유통증후군으로 진단 받음).
이로 인해 근육, 통증, 심리 분야에 눈을 뜨게 됐고 현대의학의 한계에 대해 알게 됐다. 많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관리를 해야 한다. 출판 이후 방송 출연도 하게 되고, 스카우트 제의를 종종 받기도 했지만, 헬스클럽에서 팀장으로 일했다. 부침도 많았지만 국내 및 국제 공인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여전히 경험과 지식을 쌓고 있다. 5년 후엔 물리치료학을 전공하고 면허를 취득할 예정이다.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