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경(現象經)
#20230215 #현상경
나는 스도쿠만이 내 삶을 갉아먹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승리의 여신: 니케]도, [바람의나라]도 내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니케는 22년 11월 초부터 했는데, 스토리가 무척 흥미로웠다. ‘랩쳐’라는 기계들이 인간 세계를 침범하고, 니케라는, 인간의 뇌를 기반으로 한 로봇으로 다시 인간 세상을 되찾아가는 스토리였다. 그 안에서 나는 시간이 되면 시간 보상을 받고, 레벨업 하고, 스토리를 깰 수 있으면 깨고, 하루에 해야 하는 미션들 다하고 나면 할 거 없는 데도 계속 들어가 보고 하는 일들이 반복되어서 딱 3달 만에 끊었다. 그동안에 부모님께, J에게 집중 못 하고 소홀했던 게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다.
바람의나라도 마찬가지다. 22년 6월엔가 다시 시작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자동 사냥 돌려놓고 나가고, (컴퓨터가 꺼지지 않게 동영상 하나 반복재생 시켜놓고) 때 되면 보상받고, 운 좋게 값비싼 아이템이 나오면 좋아하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김상욱 교수님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시간’으로 보상을 얻으면 가장 멍청한 일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걸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나마 성장을 하는,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던 거 같다. 현실의 나는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게 현상경(現象經)이다. HMD(Head mount display)를 벗으면 눈앞의 메타버스가 없어지듯이, 헤드셋을 벗으면 소리가 없어지듯이, 바람의나라를 끄면 현실의 내가 있다. 현실에서의 나는 레벨 730짜리 주술사도 아니고, 마법도 없고, 환수도 없고, 부여와 중국과 지옥과 천계를 넘나들지도 않는데, 게임 접속 종료하면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데 왜 거기에 매달려있었지? 그게 뭐라고 그러고 있는 거지?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다 마찬가지다. 재수의 연습장을 보고 깨달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구나. 그래서 안 하려고 한다. 게임은 이미 다 접었다. SNS의 굴레에 빠지지 말아야지. 그 시간에 읽어야 할 책이나 법문이나 더 봐야지. 아니면 몸이라도 움직여야겠다. 그만큼 나는 성장하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예상대로(?) 아침 108배는 3일 정도 갔던가. 지금 또 도전하는 건 정시 기상 & 냉수욕이다. 이건 얼마나 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는 나 자신과의 싸움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사람이 사는 대로 사면 사는 대로 굳는다.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는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그걸 superego의 일부인 ego-ideal이라고 한다) 그런 모습이 될 때까지 계속 부딪혀야지. 그리고 언젠가는 꼭 성공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