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hari

오늘은 아침부터 여러가지 선물을 받는다. 해마다 봄을 제일 힘들어하는데, 모든 것들이 졌다가 피는 계절과 같이 나의 모든 것들도 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상실과 헤어짐과 실패가 제일 많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서 그냥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이고 넘기는데, 그래서 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작년 10월 쯤부터 일이 너무 많아서 작업보다 일을 많이 하곤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됐다. 작업을 많이 못 하니 삶의 질도 떨어지고 밤마다 울었던 것 같다. 일이 많다는 건 어찌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본질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꾸만 미루다보니까 많은 것들이 무너졌던 것 같다.

홀로서기를 한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시행착오 해 나간 것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얻었기에 멘탈이 강한 편인데, 그런 탓에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지 않는다는 단점과 동시에 오히려 한 번 상대방이 나에게 어깨를 터 주면 이상하게도 그 한 사람에게 자꾸만 의지하고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더 단단하고 건강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언젠간 한 번씩 내면을 들여다 볼 때면 사람이라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상처들을 한 번씩 마주하고 바라보고 치유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는 것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으면 그저 감사하게 바라보고 놓아준다.

그래서 꽤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이번 12월은 이별도 있었고 일도 너무 바빴고 작업도 많이 못 했고 작년에 협업 프로젝트는 많이 했지만 전시를 3번인가 정도밖에 하지 못해서 큰 갈증이 있는 시기였는데,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해소시키지 못한 것들을 운동으로 풀곤 했는데, 그게 너무 과했는지 혹은 내가 어눌했는지 작게 다쳐서 일주일동안 운동을 쉬어야 할 것 같은데,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릴 것만 같다.

내가 나의 자리를 지키고자 무언가를 시도했는데 사실 나의 자리는 그냥 그림이었고 어쩌면 내가 평생 살면서 돌아가고 싶지 않더라도 다른 것에 눈길을 쏟아 붓는다고 할지라도 나의 길은 다시 그림으로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이번에 들었다. 이번에 무엇인가가 손상되었다는 것이 사실 신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내가 바라보고자 했던 건 그냥 마음의 것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정말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더 많은 걸 얻어내고자 하는 성취, 인내심 부족, 그런 것들이 나의 삶에 놓여 있었는데,

그냥 꾸준하게 계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감사한 것이지만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좀 쉬어야겠다. 내 삶에 휴식이란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나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다쳐와서 쓴소리 얻었는데 사실 내가 생각보다 이성적인지 혼나는데에도 뭔가 따뜻하고 고마웠다. 왜 그런 짜증과 훈계를 하는지 그 마음이 이해돼서 그런가보다.

아침부터 그릭요거트 가게에 갔는데, 사장님께서 거의 반값 이상 서비스를 주시고(내가 토핑 좋아하는 거 초 단위마다 계속 넣어주셨다 ^^..) 곧 생일이라서 몇 개 생일선물을 받았는데 난 진짜 잘 살고 요즘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엄청 울었던 것 같다. 사실 되게 행복했는데 별 별 일이 다 있었던 요즘이었는데 그냥 다른 사람이 겪은 것 마냥 웃고 농담하면서 블랙코미디같이 넘기곤 했는데 그냥 내 안에 있는 내가 조금은 서러웠는지 잘은 모르겠다.

지나간 사람 사진을 보면서 이게 예뻤고 저게 예뻤지 하는 찰나에 나는 그래도 꽤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이상하게 좀 몽글몽글하다.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작업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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