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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Jul 23. 2024

슬기로운 입원 생활 1

수술 후, 내 몸은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메스꺼움이 없으니 견딜만하다.

수술하 전 간호사 선생님께 배웠던 공불기 운동을 시작다. 그런데 수술했던 부위가 아파서인지 바람을 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기다랗게 연결되어 있는 호스를 입에 물고 힘껏 불어보았지쉽사리 공이 올라가지 않았다.

"좀 더 세게 불어봐."

"후~이상하네~ 전에 연습했을 땐 잘 올라갔는데 왜 안되지? 후~~~"

"오~조금 올라갔다. 그렇지! 한번 더 세게 불어봐."

"후~~~"

톡! 톡!

작은 공이 살짝 올라갔다 떨어지는 소리가 반가운 빗소리처럼 들렸다.

"~조금 올라갔다! 푸핫! 언니~ 나  공불기 연습하고 있으니까 웃기지 마~ 제발... 웃으면 배가 땅기고 아프다고~"

열심히 공불기에 여념이 없는 나를 언니가 웃기기 시작했다.

"아~ 제발... 나 웃기 싫어~  배 아파~"

"하하하!"

나는 아픈 배를 움켜보았지만 터져버린 웃음을 참기 못했다.

웃음을 참을수록 움켜쥔 배의 통증은 요동을 쳤다.

참 오랜만이다. 언니와 내가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여전히 수술 부위는 아팠지만 회복을 위해선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자꾸만 눕고 싶다.

통증 때문에 누워있는 몸을 일으키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언니가 침대 옆에 있는 자동 버튼을 조금씩 위로 움직이니 내 몸이 침대를 따라 움직인다. 이제는 침대밑에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통증 때문에 몸이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았다. 한번 움직이고 한 번 배를 움켜잡고, 한번  움직이고 또 한 번 배를 움켜잡았다. 드디어 이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슬리퍼를 신고 일어섰다. 마치 내 모습은 병상에 있는 나무늘보  같았다.

허리는 새우등처럼 자연스럽게 굽혀져서 펴지질 않았지만, 나는 이동식 링거대에 의존해서 한 걸음을 떼보았다. 걸음마를 연습하는 아가처럼 한 발 한 발을 떼면서 복도로 나갔다.

그렇게 언니와 나는 병원 복도를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고...

운동을 하는 횟수도, 복도를 도는 횟수도 점차 늘려갔다.

내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언니는 광주에 내려갈 채비를 했다.

'하루만 더 있어주면 안 돼?' 이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언니도 아픈 상황에서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기 때문에 언니한테 속마음을 내비취진 않았다.


언니는 집에 갔고, 이제부터 나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

밥 먹고 식판 갖다 놓기, 소변량 체크하기, 운동하기...

언니가 떠난 옆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벌써부터 깔깔대며 함께 웃었던 병상의 추억이 떠오른다.

언니와 함께 있을 때에는 잘 들리지 않았던 입원환자와 보호자의 목소리가 유독 귓가에 크게 맴돌았다.

나는 기운을 차리고 1층으로 운동을 하러 나갔다.

여전히 나는 굽어진 새우등 마냥 허리를 쭉 펼 순 없었지만, 그래도 걸음걸이는 제법 나아졌다. 입원실 문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1층에는 환자들로 북적였다.

링거대를 천천히 밀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으려는 순간,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오 마이 갓'

수술 전이라면  핸드폰을 잽싸게 주웠겠지만, 허리를 숙일수록 배의 통증이 밀려왔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수술한 나무늘보는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그런데 앞에 계셨던 아저씨께서 내 모습을 보셨나 보다. 아저씨는 순식간에  핸드폰을 주워서 나에게 건네주셨다.

"감사합니다."

나는 쪼그라들어가는 목소리로 아저씨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속상했지만,  이 상황을 눈치채고 핸드폰을 주워주신 아저씨가 참 감사했.


수술하지 않았으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건강하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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