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보리 Aug 09. 2022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앞으로의 계획


휴직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건강상의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타운하우스에서의 일상을 좀 더 만끽하고 싶기도 했다. 쉬면서 미뤄왔던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일이 있었는데, 무려 아빠의 환갑 생일을 우리집에서 보낸 일이다.

아빠는 환갑 때 특별한 것 없이, 우리집에서 친척 분 몇몇을 불러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실제로 초대하다 보니 아이들을 포함 대략 서른 명 정도가 되었고, 아무래도 우리집에서 모든 인원이 식사를 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점심 식사를 예약한 식당에서 하게 되었고 별도로 우리 집에 와서 2차로 고기를 구워 어른들은 마당 데크 위에서 술을 마시고 아이들은 집 내부에서 간식을 먹으며 놀았다.

 

집이 좁아서 괜찮을지 걱정과 다르게 캠핑 온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마냥 데크 위에 돗자리를 펼쳐서 앉았고, 잔디 위에도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앉았다. 실내에서도 고기를 굽고, 야외에서도 이중으로 고기를 구워서 빨리 대접을 할 수 있었다. 분명 일식집에서 코스요리를 먹고 와서 배가 부른 상태에서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드셨다. 역시 야외에서 고기와 술은 어쩔 수 없나 보다.

6월 중순에 흐린 날이라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서른 명이 어떻게 한 집에서 환갑 파티를 할 수 있다니, 나도 안 될 줄 알았는데 마당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의 내조 덕분이라 생각한다.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야.

 친척분들은 부모님들을 통해서 집을 장만했다고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실제로 와보고 싶다며 궁금해하셨었다. 그래서 올 가을에는 오빠 친척분들을 부르기로 했다. 한번 성공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대신 그때는 고기 굽는 장비도 업그레이드를 해줘야겠다.



타운하우스에서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아졌다. 먼저 뒷마당 잔디에도 자갈을 깔고, 마당에 있는 블루베리 화분과 고무 대야들을 전부 옮길 예정이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몇 개씩 옮길까, 아님 여름이 지나서 가을에 옮길지 고민 중이다. (아직 토마토와 가지, 고추가 자라고 있다.)

화분 밑에 잔디들이 자주 자라서 깎기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장마철 습한 덕에 개구리나 방아깨비 등 곤충이 자주 눈에 띄었다. 화분을 치우고 잔디를 엄청 짧게 유지해서 관리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내가 좋아하는 식물과 꽃, 그리고 벽돌과 조명으로 정원을 가꾸고 싶다.


텃밭은 작게 뒷마당에서만 할 생각이다. 너무 많이 키웠더니 끊임없이 자라는 고추와 가지, 오이, 토마토 그 덕에 많이 나눠주기도 했고 다양한 요리들을 섭렵했지만. 그래도 너무 많다. 내년에는 좀 더 적지만 다양하게 키워봐야지.


그밖에 차고지에 철제 랙으로 된 튼튼한 선반을 놓아, 캐리어나 각종 장비들을 보관하도록 정리하는 일과  문패와 CCTV, 태양광 설치도  것이다.


마당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면, 마당 공간 대여를 하는 호스트를 하고 싶다. 이건 친구가 소개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개인용 주택의 마당을 빌려주어 반려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빌려주는 마당 엔비 같은 것이다. 텐트를 쳐서 쉴 수 있는 공간과, 내가 직접 내린 원두커피를 서비스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것도 남편의 동의가 필요한데 남편은 대개 오픈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마당을 공유한다는 것도 충분히 대화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계획들을 세워본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이곳 타운하우스에 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이제는 아파트에서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이사를 간다면 TV 건축 탐구 <집>에 나오는 숲 속에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데도 희한하게도 잔디마당이 있거나 호수가 보이는 카페를 찾아다니고, 아직도 방구석 캠핑을 즐기고 비 오는 날 캠핑 ASMR을 찾아 듣기도 하니까 말이다.



타운하우스에 산 지 벌써 일 년이나 지났다.

나의 경우 타운하우스에서의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굳이 특별하게 하지 않아도 마당에 나와서 차 한잔 마시거나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시간이 삶의 일부가 되었으니까.


타운하우스 관련 글을 검색하다 보면 종종 유튜브도 그렇고 타운하우스의 단점들만 부각돼서 아쉬울 따름이다. 내가 살고 있는 단지도 4년 이상 거주한 분들의 경우에도 만족도가 꽤 높고 이사 갈 생각이 없으시다. 그만큼 타운하우스만의 장점도 충분히 있고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조용히 지내는 반면, 아무래도 단점 때문에 이사한 사람들의 후기만 올라오니까.


타운하우스는 부지마다 가지각색이라 각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내가 경험한 바가 모든 타운하우스의 정답은 아니지만, 단독주택을 짓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도시와 인접하면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타운하우스는 또 다른 주거형태이자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가 형성된 타운하우스는 아무래도 전원주택보다 이사하고 나가는데 제약이 덜한 편이니. (물론 이 또한, 타운하우스 부지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만일, 타운하우스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도심에서 누리는 문화생활에 만족했겠지만 마음 한편에  타운하우스에 대한 동경이 자리했을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왜 나는 진작에, 아이가 어렸을 때 살아볼 생각을 안 했을까?"

나는 이 말에 아직은 잘 공감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이해하고 또 확신할 것이라 생각한다. 후회하기에는 지금 여기 나의 집에서 머무는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매 해마다 이곳에서 보낼 시간들이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뭐 먹지? 



 



매거진 <타운하우스에삽니다2>로 계속 이어서 쓸 예정입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townhouse2





이전 22화 몸테크 vs 현실만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