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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20. 2021

큐플릭스 소설연재를 두편 마무리했습니다!

feat. 문예창작학과 소설가로 살아남기


큐플릭스 소설연재를 두편 마무리했습니다! 

간단한 소회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잠깐 생각해 봤어요.

비록 이제 막 시작한 일이지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1. 하게 된 이유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주문 소설 작가로 활동해보기도 하고, 때때로 공모전 참여, 자비출판을 해본 적도 있지만(큐초단편선),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내지 못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설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고 집-회사만 오가는 삶이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마치 모래를 퍼먹는 것처럼 제 삶이 너무 각박하고 무채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TMI로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강화'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한 피드백이 있으면, 강화가 이루어져서 계속해서 그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이론이었어요. 발전한다고 하면 좋을까요? 이것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망각'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망각은 '파지기간' 그러니까 그것을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졌을 때, 학습된 행동이 퇴화하는 것입니다. 용불용설 같기도 하네요.


  저는 이 개념을 접했을 때 두려움을 느꼈어요. 파지기간이 길어지면서, 즉 소설을 쓰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가 영영 이 길을, 망각하고 잃어버릴까 봐 겁이 났습니다. 실제로 필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나 소설가 할거야!!!!!

  

  저는 소설을 쓸 때(정확히는 다 썼을 때), 그리고 그 소설을 누군가 읽어주었을 때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음악을 하든 미술을 하든 창작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아마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하여 부족하지만.. 소설을 연재해보게 되었습니다.


 2. 왜 하필 블로그 / 브런치 연재인가


  예전에 비슷한 주제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술 분야는 예술가가 그것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다른 경제 시장과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즉 식품 시장과 다를 바 없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소설 시장은 -특히 순수문학 시장은- 이미 오래전에 자생력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문예지 독자를 1000명 내외로 잡고 있어요. 판매는 월 200부 수준으로 판매 수익만으로는 작가의 원고료도 주지 못할 수준입니다. 이 원고료는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서 지급되며, 자연스럽게 작가는 박봉의 고료를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작품을 내더라도 판매되지 않아 실제로 봐주는 사람이 없는"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월간문학》도 문인 협회 기관지라서 회원 작가들 회비로 제작하는 정도입니다. 작가 회비가 《월간문학》을 살려주는 것이죠. 그래도 시중에서 팔리는 것은 월 200부도 안 됩니다. 우리가 총판(도매상)에 6개월 단위로 수금을 하는데 월 200부도 안 팔립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1년에 문예지를 구입하는 횟수’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36.4%의 응답자(103명)가 ‘구입하지 않는다’, 21.6%의 응답자(61명)가 ‘1번 이하’라고 밝혔다. 


  이유로는  1. 재미가 없어서(45%) 2. 얻을 내용이 없어서(21.7%) 3. 관심없음(19%)로 집계되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절망적인 제도권 판매처, 시장에 기대는 것 보다 차라리 DIY, 자생을 시도하는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전문적인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블로그나 브런치는 전파력이 있는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밑빠진 큰 독에 계속 물을 붓는것 보다, 제가 가진 머그컵에 물을 담는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간혹 '독자들이 책을 안 읽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너무 무책임한 합리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지갑을 엽니다. 매월 1만 3천원씩 결제해가면서 보는 넷플릭스도 영상매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결국 근본적으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창문을 넘어서 도망친 백세 노인을 쓴 요나스 요나손 작가는 '이야기꾼을 위한 자리는 언제든 열려있다.'고 말한적 있습니다.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는 작가분들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경쟁해야하는 분야가 많아졌고, 갈라파고스화 된 연재처, 플랫폼, 출판사에 소속되어서는 더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든 결국 이야기가 좋으면 소비될 것이고, 그 결과는 좋든 나쁜든 제가(그리고 모든 작가가 각자) 감수해야하는 부분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3. 돈 문제


  언젠가 책을 내서, 소설로 돈을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절 말했다가 교수님에게 크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어쨌든 자신이 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점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만큼 보편적으로 강력한 동기를 주는 요소가 없다고 생각해요(물론 하고많은 직업이 있는 이 세상에서 글은-또는 예술은- 그런 동기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키도 일본 문단의 '재능기부'식 무급 봉사가 일본 문학을 아마추어화, 취미 도식화하였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돈을 번다는 건 일종의 상징 같습니다. 저도 운 좋게 책을 내면서 고료를 매달 받고 있지만, '제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 이야기로 가장 많은 돈을 쓸어 담고 있는 '넷플릭스'를 차용하여 '큐플릭스'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꼭 돈을 벌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하고 연재를 해보려다가 문득 '계좌번호라도 써둘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돈을 바라고 써 둔 건 아니지만 '글을 써서-돈을 번다'는 그 감각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문예지 판매가 실질적 적자라면, 반대로 단돈 천 원이라도, 계좌 도네이션 형태라도 돈을 번다는 건 상대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아직 벌지는 못했습니다(...)




4. 자아실현

  

  매슬로우 욕구이론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자아실현' 욕구입니다. 이제 근로소득으로 청년층은 매슬로우 1/2단계에 해당하는 주거, 생존만으로도 벅찬 이시국에 '자아실현'을 논한다는 게 참 사치스럽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것도 다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각은 다시 한번 차별을 생산한다고 생각해요. 정부 식사지원 카드로 고급 돈가스집에 갔다고 눈총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음이 상당히 아프더군요. 



  비록 지금 삶이 팍팍하더라도, 스스로 가능성에 제한을 둘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구요. 실재 아프리카 극빈국, 극빈층 아이가 발레로 성공해서 프랑스 유수 발레단에 입단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현실의 삶이 팍팍하다고 반드시 거기에 맞추어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는 것도 투쟁이라고 하셨잖아요, 안죽기 투쟁....


  여담으로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는 출소를 위해 감옥 안에서도 착실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봉사와 궂을 일을 도맡아 하면서 정치범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나이든 남파 여간첩 고선숙의 수발을 들게 되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나이가 든 간첩 할머니는 금자에게 몰래 숨겨둔 총기 설계도를 건넵니다. 


  저런 대사를 하는 걸 보니 고선숙씨는 '사는 것도 투쟁'이라는 말을 언젠가 금자씨에게 한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고선숙씨의 말씀에 동의하는 바이며, 이런 태도는 금자씨의 손에 들린 총이 그렇듯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무슨 복수를 기획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자씨도 작품안에서 자신과 화해하는데 실패한 것을 보면, 자아실현은 복수보다 더 여려운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5. 그래서 계획이 뭔데?
영화 기생충 초반부

  

  그래도 꿈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고 있습니다. 막연히 추구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움직이는 게 확실히 결과가 남더라고요. 결과를 달성하는데 실패하더라도 남은 것들로 다른 것을 기획해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꿈은 크게 잡되, 꿈이 크면 실패했을 때 떨어져온 조각도 큰 법이라고 어디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브런치에서 윌라와 협업하여 20명을 뽑아 '오디오북'을 만들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연재에 동기를 받은 이유기도 합니다. 만약 되지 않더라도 플랜B를 만들어서 어떻게든 써놓은 글을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소설을 2개는 더 확보해야 하는데, 다다, 태양의 서커스 말고도 '도이'와 '오디오 게이트'라는 소설을 추가로 업로드해볼 생각이에요. 



  종종 도배 같더라도 '야 이 양반 열심히 사는구나' 생각해 주시고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독자는 사랑이에요. 저번에 올렸던 소설이 너무 무거워서 다음 업로드 예정인 소설은 '청소년 문학' '성장소설'로 갈피를 잡았습니다. 하루에 2-3편씩 업로드하고 2-3일 정도에 완결을 내볼 생각이에요. 많은 사람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오후 되시길 바랄게요.





다다 1편 보러가기

태양의 서커스 1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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