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주가다.
나는 애주가일 뿐 절대 알코올중독자는 아니다. 조금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알코올의존증이 살짝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절대 중독자는 아니다. 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밝혀두자면 나도 처음부터 술을 사랑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그렇듯 소주의 첫맛은 굉장히 썼고 식도가 타들어갈 것 같은 기분에 한입 마시고 놀라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술과 나와의 어색한 관계는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부터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술의 첫맛은 썼지만 마실수록 나의 기분을 하늘 위로 올려다 놓았다.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 부어라 마셔라 먹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술이 맛있다고 착각을 하게 되어 버렸다. 그 착각이 쌓이고 쌓여 술의 참맛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나는 어설픈 애주가가 되어버렸다.
신기하게도 술이라는 것은 무슨 안주를 누구와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술을 먹기 시작했을까? 술의 기원은 선사 시대 사람들이 우연히 물과 과일을 햇볕에서 발효시켜 먹으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술은 행복감을 주기도 하지만 진정제로써 행동억제 작용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술에 대한 관점은 시대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졌다. 나는 감히 지금을 술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소주, 맥주, 양주, 와인, 막걸리, 등등 종류도 다양하고 술을 이용한 문화, 역사, 추억, 이야기도 넘쳐난다.
다른 음식과 달리 술은 배고픔의 유무가 아닌 기분에 따라 찾아 마신다. 날씨가 좋아서, 날씨가 안 좋아서,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안 좋아서, 이 정도면 술을 먹고 싶어서 어디서든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술을 좋아하고 술과 함께 먹는 맛있는 안주도 좋아한다. 술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뱃살과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하고 자주 마사지 팩을 한다. 언제부턴가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술 먹으면서 나이 드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술은 나의 인생을 사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 참 무던히도 바꿔놓았다. 이 책에서는 나만의 얄팍한 알코올 철학과 애정하는 술안주 메뉴를 공개할 예정이다. 핑계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한 점에 한 잔'을 쓰기 위해서라도 술을 더 자주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이 글을 읽으면서 약간 알딸딸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혹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겪어보지 못했던 재미를 제공할 것이다.
술 한잔이 내 인생을 얼마나 재미있게 바꿔 놓았는지 지금부터 지독하게 안주빨 세우는 여자의 술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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