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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Sep 13. 2023

참치와 한 잔

10.

차가운 참치를 김에 싸서 고추냉이를 올리고 소주 한 잔



 이쯤에서 정말 귀하고 큰 거 한번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오늘의 술안주를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잘 대접해야 하는 어른과 식사를 하거나 높은 분과 진중하게 한 잔을 해야 할 때 혹은 격식 있는 자리라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술안주. 하얀색부터 연한 핑크빗 그리고 새빨간 색까지 부위에 따라 명칭과 맛까지 다양한 매력적인 안주. 그렇다. 지금 당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그것. 바로 참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참치회는 참다랑어이며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12월에서 2월에 가장 맛이 좋다. 부위별로는 볼살, 등블록, 가마블록, 배블록으로 나뉘고 단면도는 등살과 속살, 중 뱃살, 대뱃살, 복육살로 나뉜다. 부위가 많아 어려울 수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가마살은 진하고 깊은 향미를 느낄 수 있으며 중 뱃살은 고소한 맛과 속살의 담백한 풍미가 있다. 참치 속살은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배꼽살은 매우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으며 대뱃살은 풍성한 마블링과 깊은 고소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부위를 외우는 것도 어렵고 명칭도 어렵다. 그래도 한 부위만 꼽아서 추천하라면 나는 대뱃살이 고소하고 맛있다고 추천하고 싶다.  


 내가 참치가 생각나는 순간은 기념일이나 생일처럼 특별한 날도 있지만 나를 소중히 대하고 싶을 때 참치가 생각난다. 유독 내가 소중하지 않은 것처럼 막대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간단한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그럴 때 나 스스로가 나를 존중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 힘든 순간에 참치를 먹게 되면 내가 나를 존중해주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차가운 소주를 삼키고 고소한 참치를 한 점 씹어 먹으면서 우아하게 나 스스로를 달래주는 느낌이 든다. 


 참치가 나를 소중히 대하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아무래도 비용이 고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은 무한리필참치집도 많지만 사실 조금 더 맛있는 참치를 먹으려면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가 찾아낸 방법은 인터넷으로 신선한 참치를 주문해서 먹는 것이다. 아이스박스에 참치가 부위별로 손바닥만 하게 진공포장해서 배달을 해준다. 그러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기 직전에 꺼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먹으면 된다. 참치 전문점에 가서 셰프님이 한점 한점 썰어주는 참치는 아니지만 내가 엉성한 솜씨로 썰어먹는 참치도 생각보다 참 맛있다. 참치는 먹고 싶은데 비용이 부담될 때는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는 걸 추천한다. 순식간에 우리 집을 고급 일식집으로 만들 수도 있고 직접 썰어먹는 재미도 있다. 지인들에게 생색을 내며 오마카세처럼 재미있게 술을 먹을 수도 있다. 


 차가운 참치는 무순이나 고추냉이, 묵은지와 먹어도 맛있고 특히 김에 싸 먹으면 정말 맛있다. 밥과 먹으면 많이 먹어야 5장 먹는 김을 참치와 먹으면 무한대로 들어간다. 참치는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  많이 먹으면 좀 느끼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많고 기름장에 콕 찍어먹으면 그렇게 깔끔하고 고소할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주인 연어와 참치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특별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연어는 친구나 남편과 함께 먹고 싶은 안주이고 참치는 존경하는 사람이나 중요한 사람과 먹고 싶은 안주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차릴 수 있는 안주라고나 해야 할까. 둘 다 맛있음이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참치에 대한 나만의 로망이 하나 있다면 나중에 내가 나이를 더 먹어서 할머니라는 소리를 어색하지 않게 듣게 되었을 때 고급스러운 참치 전문점에 가서 혼자 여유롭게 술과 함께 먹어 보고 싶다. 그 누구도 없이 참치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한 점과 한 잔을 진하게 즐겨보고 싶다. 


 아 그렇다면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맛있는 참치를 술안주로 먹기 위해 내일도 열심히 출근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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