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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Nov 23. 2022

2. 젤리 롤 , 소프트 롤 , 초코 롤 케이크

젤리 롤 케이크는 나에게 좀 특별한 제과 품목이다. 그 이유는 바로 제과 실기시험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제과 제빵 실기학원은 혼자서 제품을 만들지 않고 조를 짜서 3-4명이 같이 제품을 만든다. 그래서 롤 케이크 종류가 세 개나 있지만 내가 직접 롤을 말아본 건 딱 한 번뿐이었다. 그 한 번마저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케이크를 말았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없던 품목이었다. 그런데 시험장 안으로 들어간 순간 "재료대 위에 놓인 물엿을 보고 오늘 시험품목이 무엇인지 대부분 눈치채셨죠?"라고 감독관이 말했고 나는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정말 나만 빼고 다들 눈치챘단 말이야?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에 시작도 안 했는데 열심히 눈을 굴리며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간단한 설명을 듣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믹싱기에서 반죽을 아무리 돌려도 선생님이 알려주신 리본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믹싱기에서 반죽을 빼고 팬닝을 시작했는데 나 혼자만 덩그러니 믹싱기 앞에 서서 아리송한 표정으로 기계를 돌렸다. 머릿속으로 적어도 몇 분까지는 오븐에 반죽을 넣어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염려해 두고 하염없이 믹싱기를 돌렸다. 끝내 리본 모양은 나오지 않았고 제품이 잘 나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지금 여기서 손을 들고 포기를 외칠까 잠시 고민을 하다 꼭두새벽부터 서울까지 올라왔는데 제출만이라도 하고 가자는 오기가 생겼다. 


결국 마감시간을 1분 남기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나는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젤리 롤 케이크를 어떻게 말았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완성한 젤리 롤 케이크를 들고뛰었던 내 모습만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다. 하지만 이렇게 우당탕탕 시험이었지만 합격했다는 놀라운 이야기. 결국 제품을 무조건 빨리 제출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롤 케이크는 빵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고 오래되었지만 꾸준히 인기가 있는 품목이다. 이 품목을 배우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새삼 알 수 있었다.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선물로 들어와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제과 제빵을 배우고 나서야 롤 케이크를 만드는 손기술과 수고로움에 대해 깊이 알게 되었다. 유일하게 자격증을 딴 후로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품목이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롤을 말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주 이용하는 제과 제빵 쇼핑몰에서 미니 평철판 하나를 구매했다. 롤 케이크이지만 가운데 생크림이 가득 들어가는 일명 '도지마롤'이라고 불리는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다. 한입 깨물면 가운데 크림이 입 안 가득 들어오는 부드러운 녀석이다.  


롤 케이크를 잘 마는 팁은 힘을 많이 빼고 밀대를 앞으로 밀면서 말아야 모양이 잘 나온다. 그리고 세 가지 제품 모두 쨈이나 가나슈를 발라야 하는 타이밍도 다르고 가나슈는 골고루 펴 바르기보다는 말리는 처음 부분을 좀 두껍게 바르고 끝으로 갈수록 얇게 발라야 나중에 자른 단면이 예쁘게 나올 수 있다. 무늬 그리기 또한 모양이 망가지기 쉬우니 연습이 꼭 필요하고 색소를 충분히 섞어주지 않으면 균일하지 않고 무늬가 바닥에 가라앉을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롤케이크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만들어보면 너무 어렵고 돌돌 말린 모양새가 점잖아 보이는 매력이 있다. 


* 롤케이크를 마는 방법은 학원마다 다른 방법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험생들이 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여러 가지 해본 결과 앞치마의 끈(혹은 면포)을 자르고 물에 살짝 적셔서 물기를 짜서 밀대로 마는 것이 가장 깔끔하고 간편하다. * 



<젤리 롤 케이크>

1. 달걀을 충분히 풀고 설탕, 소금, 물엿을 한 번에 넣고 섞는다.

2. 반죽을 중탕해서 43도가 되도록 한다.

3. 믹싱기에 넣고 고속으로 반죽이 80% 될 때까지 돌리고 중속으로 100% 만든다.(윤기가 나고 아이보리색을 띄며 주걱을 위로 들어 떨어트리며 리본 모양을 만들었을 때 모양이 3초 이상 머무른다)

4. 박력분, 바닐라향, 베이킹파우더를 가루 체질 후 3번 반죽에 넣어 고무 주걱으로 바닥을 긁으며 흩날리며 가볍게 섞는다.

5.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한 번에 넣고 가볍게 섞는다. 

6. 평철판에 팬닝 후 스크레퍼로 평탄작업을 한다. 

7. 팬닝 후 남겨 놓은 소량 반죽에 색소를 넣어 젓가락으로 충분히 섞는다.

8. 비닐 짤주머니에 담아 무늬를 그리고 바닥 치기를 한다. 

9. 180/160도로 25분 굽는다. 

10. 굽고 나온 후 뒤집어서 바로 딸기잼을 고무 주걱으로 펴 바르고 누르면서 말기.


<소프트 롤 케이크>

1. 달걀을 분리한다. 

2. 노른자를 충분히 풀어서 설탕 A, 소금, 물엿을 넣고 100% 섞은 후 물을 넣는다.

3. 흰자를 믹싱기에 넣고 고속으로 맥주 거품같이 나올 때까지 돌린다. 

4. 3번 반죽에 설탕 B를 한 번에 넣고 중속으로 돌리고 머랭이 90%(갈고리 모양) 나오게 한다. 

5. 2번 노른자 반죽에 머랭 1/3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6. 박력분, 베이킹파우더, 바닐라향을 가루 체질 후 넣고 고무 주걱으로 바닥을 긁으며 흩날리며 가볍게 섞는다. 

7. 식용유에 6번 반죽을 3주걱만 넣어 완전히 혼합 후 본 반죽에 퍼트리며 넣어 가볍게 섞는다. 

8. 머랭 2/3을 모두 넣고 가볍게 섞는다.

9. 평철판에 팬닝 후 스크레퍼로 평탄작업을 한다. 

10. 팬닝 후 남은 소량 반죽에 색소를 넣어 충분히 섞고 무늬를 그리고 바닥 치기를 한다. 

11. 180/160도로 25분 굽는다.

12. 굽고 나온 후 뒤집어서 온기가 살짝 남아있을 때까지 식힌 후 딸기잼을 고무 주걱으로 펴 바르고 누르면서 말기.  



<초코 롤 케이크>

1. 달걀을 풀어 설탕을 넣고 중탕을 해서 43도로 만든다.

2. 믹싱기에 넣고 고속으로 돌리고 반죽이 80% 나오면 중속으로 100% 만든다.(윤기가 나고 아이보리색을 띄며 주걱을 위로 들어 떨어트리며 리본 모양을 만들었을 때 모양이 3초 이상 머무른다)

3. 박력분, 베이킹소다, 코코아 파우더를 가루 체질하는데 코코아 파우더는 여러 번 하는 것이 좋다. 

4. 2번 반죽에 3번 재료를 넣고 흩날리며 가볍게 많이 털면서 섞는다.

5. 우유와 물을 데워서 4번 반죽에 넣고 가볍게 섞는다.

6. 평철판에 팬닝 후 스크레퍼로 평탄작업을 한다. 

7. 180/160도로 20분간 굽는다.

8. 빵이 구워지는 동안 가나슈를 바로 만들어 원하는 되기가 되도록 식힌다. (빵에 펴 바르기 좋은 정도)

9. 굽고 나온 빵을 바로 뒤집어서 윗면에 살짝 온기가 남으면 가나슈를 고무 주걱으로 펴 바르고 누르면서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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