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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Nov 16. 2022

1. 버터 스펀지와 시퐁 케이크

내가 생각하는 빵 중의 왕을 고르라고 한다면 1초도 망설임 없이 케이크를 꼽을 수 있다. 케이크는 모든 축하와 기념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인공이며 어느 장소라도 케이크만 있다면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얗고 예쁜 케이크 위에 초를 꽂아 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후- 하고 초를 끄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요즘에는 생일에 미역국 못지않게 꼭 먹어줘야 하는 음식에 속한다. 누군가는 너무 달아서 또는 너무 해비 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케이크가 주는 그 행복한 분위기만으로도 케이크는 사랑받아 마땅하다.

제과제빵 수업을 처음 듣게 되면서 가장 궁금했던 품목중에 하나가 바로 버터 스펀지케이크와 시퐁 케이크였다. 이것을 배워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주변의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지극히 다른 법. 자격증을 따고 처음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빵이 제대로 안 익은 적도 있었고 아이싱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케이크 같지 않은 케이크를 만들어낸 적도 있었다. 끊임없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나는 케이크를 주기적으로 구웠다. 자격증을 딴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케이크 박스를 집에 쌓아놓고 축하할 일이 생기길 손꼽아 기다렸다가 제철과일로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소소한 이벤트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아이싱을 만들고 좋아하는 과일을 넣어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했을 때 받은 사람이 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행복이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기쁨이 제과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난감한 품목일 수 있다. 케이크는 위로 빵빵하게 올라와야 하는 품목이므로 비중이 제일 중요하다. 실제로 시험 볼 때는 이 세 가지 품목은 모두 비중을 측정한다. 그만큼 아주 가볍게 반죽을 만들어야 하며 무거워지지 않게 매 과정마다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세 가지 품목 모두 재료를 섞을 때는 가볍고 흩날리듯이 고무 주걱으로 바닥을 긁으면서 위로 퍼올리듯이 섞는 것이 포인트다. 반죽이 가벼워야 하기에 전체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면 가라앉을 수 있기에 스피드가 생명이다.

또한 시퐁 케이크는 그런 과정을 모두 거쳤다 할지라도 실기시험에서는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케이크 틀을 빠르게 식혀서 틀에서 빵을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제과 시험을 볼 때는 혹시 시퐁 케이크가 걸릴지 모르니 행주를 여러 개 챙겨가야 한다. 행주를 차가운 물에 적셔서 구워져 나온 틀에 올려놨다가를 물에 적셨다가를 반복해서 틀을 빠르게 식혀서 제거해야 시간 안에 제품을 제출할 수 있다. 열심히 만들어도 시간 내에 제품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남편 생일에 쿠키 앤 크림 케이크를 주문한 남편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해 봐야겠다. 정성스럽게 직접 만든 케이크를 잘라 포크로 한입 깨물어 넣었을 때의 그 즐거움이란 상상만 해도 벌써 미소가 번지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과 차 한잔을 마셔야겠다.